"비트코인, 미국 헤게모니 노린다"

비트코인의 미래와 우리의 자세

전문가 칼럼입력 :2013/11/29 09:44    수정: 2013/12/01 15:08

조중혁
조중혁

요즘 IT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아이템은 단연 ‘비트코인’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비트코인이 무엇인지 1차적 인설명일 뿐 이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것으로예측되기 때문에 우리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글이 부족한 거 같습니다. 필자의 예측이 단편적일 수 있기에 더 많은 전문가들의 다양한 참여를 기다리며 이 글을 작성합니다.

비트코인은 2009년 ‘나카모토사토시’가 만든 인터넷 화폐이다. 중앙 서버없이 P2P로 거래되며 공개키 암호방식으로 보호된다. 모든 거래는 공개되나, 주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익명 거래가 가능하며 거래 비용이 없다.

비트코인을 사용해 거래할 수 있는 곳은 전세계 800 여곳으로 파악되나 대부분 온라인이다. 아직은 실험적인 화폐로 주로 온라인에서 투자 목적으로 주고 받으며 실제 상품으로 교환 가능한 곳은 매우 한정적이다.

일부 오프라인에서 중고차 거래나 소프트웨어 개발 비용으로 사용되기도 하며, 미국전자프론티어재단과 싱귤래리티대학에서도 비트코인 기부금을 받고 있기도 하다. 미국에 한 커피숍이 비트코인을 받기 시작한 것이 신문기사가 된 적이 있는데 그만큼 현실에서는 사용할 곳이 적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달 중국 최대 검색 사이트인 ‘바이두’가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비트코인이 실제 화폐로서 역할을 할 가능성은 커지는 상황이다.

비트코인은 미국의 헤게모니를 공격하고 있다.

모든 기술은 사회적으로 화학 반응을 일으킨다. 어떤 기술은 실험실에서 희미한 연기만 뿌리다가 사라지지만, 어떤 기술은 실험실을 벗어나 세상의 공기와 반응해 폭발하기도 한다. 비트코인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후자 될 가능성 때문이다.

현재 미국은 3가지 도구를 통해 세계적인 헤게모니를 유지하고 있다. 군사력, 정보, 그리고 달러다. 이중 군사력은 가장 강력하지만 매우 높은 정치적 비용과 타국의 반발을 불어 일으키기 때문에 사용하기가 어렵다.

일반적으로는 정보와 달러를 이용해 국제 사회를 이끌어 가고 있다. 정보분야에서 구글, 애플, MS로 대표되는 IT 업체들이 선두를 달리며 세계 각 분야로 스며들고 있다. 미국 정부는 다른 나라에 압력을 행사해 이들의 진출을 지원하다.

이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미국 경제에 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이들이 단순히 경제적인 이득만 미국 정부에 주는 건 아니다. 미국 정보기관의 도청 사실이 연일 폭로되면서 밝혀지는것 처럼 이들 업체들은 자신들의 내부 정보를 개방해 전세계 주요인사들의 정보와 각국 정부의 비밀정보를 미정부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 정보는 미정부가 세계적 영향력을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또 다른 무기인 달러는 오직 미국만찍어낼 수 있기에 강력하다. 돈을 자유롭게 찍어낼 수 있는 권한 만큼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권한은 없다.

자신들 맘껏 찍어낸 달러를 다른나라의 물건을 구입할 때 사용한다. 엄청나게 찍어내고 있는 달러가 미국으로 돌아와 그들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타국가에서 달러가 계속 유통될 수 있도록 국가간 거래에 달러를 사용할 것을 강요한다.

미 연방준비제도의장의 말한마디에 세계 경제가 출렁이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전세계 경제는 미국의 달러중심으로 돌아간다.

비트코인은 미국의 강력한 무기인 달러에 도전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미국이 자신들의 IT 업체들을 통해서 얻으려고 했던 핵심 정보인 거래 정보를 전혀 파악할 수 없도록 익명으로 거래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장된 표현이지만 ‘비트코인이죽든지, 미국이죽든지 둘 중 하나는 죽을 것이다’라는 얘기도 나오는 이유다.

비트코인미래는 PGP(Pretty Good Privacy의 약자로서, 컴퓨터 파일을 암호화하고 복호화하는 프로그램)와 닮았다.

과연 비트코인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미 정부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현상일 경우 그 미래는 더욱 예측하기 힘들다. 하지만 우리가 참고할 자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PGP 사례를주목해야한다. 인터넷 세상에서 개인이 미정부의 헤게모니를 위협한 최초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PGP는 1991년 필 짐머맨(Phil Zimmermann)이 개발한 암호화 기술로 이메일을 암호화하거나 복호화시켜 제3자가 알 수 없도록 하는 보안 프로그램으로 해외에서 폭넓게 사용되며 이메일 암호의 사실상의 표준으로 인정 받고 있다. (단, 국내에서는 공인인증서 활성화를 위해 PGP를 이용한 인증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아 사용자가 거의 없다).

미국 정부는 인터넷에서 오고가는 이메일을 자신들이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훔쳐볼 수 있기를 희망했는데, '필짐머맨'이 이를 막은 것이다.

특히, 당시는 미국 정부가 반범죄일괄법안인‘상원법안 266’을 통해 보안 통신 장비를 만드는 기업이나 개인은 정부가 암호화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백도어’ (Back door)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법령을추진할 때로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시기였다.

미국정부는 PGP에 대해 각을 세우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정부가 풀 수 없는 암호는 국가보안과범죄추적에 악영향을 주는 반국가적인 행위라고 규정했다. 미 정부는 그를 공식적으로 요주의인물로 분리하고 3년간조사했다 (결국 무혐의 처분되었다.)

제작자를 탄압해 PGP 확산을 막으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미 정부는 비트코인 제작자 역시도 다양한 방법으로 압박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비트코인 제작자는 이를 예상하고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행적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아 ‘사토시’는 가상 인물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자신의 정체에 대해 철저하게 감추고 있다. 가상인물일 가능성이 많지만 자신을 일본인이라고 소개하는 이유 역시도 미정부의 수사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의도로 보인다.

미 정부에서 직접 또 다른 비트코인을 만들 수 있다.

PGP의 확산을 막기 위해 ‘필짐머맨’을 탄압했지만 실패하자 미 정부는 PGP를 시장에서 말살시키기 위해 최고전문가들을 동원해 유사하지만 더 좋은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배포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미 정부의 지원을 받는 IETF를통해 PEM (Privacy Enhanced Mail)을 개발하고 난 후 배포한 것이다.

실제 PEM은 PGP에 비해 보안성이 좋다. PEM을 확산시키기 위해 그들의 직접적인 영향력 아래 있는 정부기관, 군사기관과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는금융기관 등에 사용을 강제하며 PEM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있다.

비트코인에 대해서도 비슷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비트코인을 강제로 막기는 명분이 부족하다. 또 비트코인이 아니더라도 그 편리성과 합리성 때문에 언젠가는 또 다른 비트코인이 성장하게 될것이다.

인터넷 화폐의 확산을 막을 수 없다면 PEM에서 보는 것처럼 그들이 직접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 정부에서 만든 또 다른 비트코인의 등장을 예상하는 이유다. 이 경우 달러를 보조하며 다른 인터넷 화폐의 확산을 저지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예상된다.

비트코인은 속도 조절을 당할 것이다.

미국 정부는 일반적인 절차로 빠르게 성장하는 업체 혹은 기술을 조기에 단속하기 어려울 경우 그들의 법적권한이 미치는 오프라인 업체를 단속하곤 했다. 사람들의 큰 관심을 받았던 업체를 이런 방법으로 사라지게한 대표적인 경우는 2000년 앨 고어와 조지 부시가 붙었던 대통령 선거 때 주목 받았던 ‘보트옥션닷컴’이다.

선거에 관심이 없는 유권자에게 자신의 투표권을 경매에 붙여 팔 수 있게 한 사이트였다. 세계적인 관심이집중된 미 대통령 선거이기 때문에, 이 사이트 역시도 큰 관심을 받았으나 미 정부는 도메인 등록 업체와 인터넷 접속 업체를 동원해 사이트의 성장을 가로막았다.

도메인 등록업체에 압력을 행사해 도메인을 취소해버렸으며, 인터넷 접속 업체에게 차단을 명령했다.

비트코인도 비슷한 과정을 거칠 것이다. 비트코인 자체가 불법은 아니기 때문에 비트코인을 단속할 근거는없다. 하지만, 미 정부는 비트코인을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온라인 블랙 마켓 사이트인 ‘실크로드’를 폐쇄하며 360만달러(39억원)의 비트코인을 압수했다. 마약 거래 의혹이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대부분 불법 행위 당사자를 처벌하지 사이트는 그대로 두는 관례를지적하며, 미 정부가 비트코인 확산을 막으려는 숨겨진 목적이 가진게  아닌가 의심한다. 불법적인 부분부터 단속을 시작해 탈세 등 점점 단속 범위를 넓혀 비트코인 확산을 초기에 막으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실제, 미 정부는 탈세와 자금 세탁 방지법으로도 비트코인을 압박하고 있다. 미 재무부의 금융정보분석기구(FinCEN)는 지난 3월 비트코인거래소에 자금세탁방지규정을 준수해 줄 것을 요청했다

우리나라는 3년뒤를준비해야한다.

한국은행은 2013년 4월 비트코인 온라인 거래소가 해킹을 당하며 가격이 이틀새 80% 폭락한 사례를 들어 불안정한 화폐가치 등으로 인해 비트코인은 앞으로도 지급 수단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이야기했다.

한국은행은 비트코인의 미래를 매우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우려되는 점은 한국은행이 IT의역동성을 너무 무시해 준비를 소홀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점이다. 지금은 누구나 인정하는 구글과 페이스북도 초기에는 그들이 성공하지 못할 이유가 셀 수 없이 많았다.

구글이 성공하기전 그들이 야후와 알타비스타의 아성을 넘을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으며, 페이스북도 이미 미국 시장에서 뿌리깊게 자리 잡고 있던 마이스페이스 사용자를 빼앗아 올 것이라고 예측한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구글과 페이스북 모두 정식 서비스 3년만에 미국 시장을 넘어 세계 1위가 되었다. 현재 새로운서비스가 세상에 선보인 후 세계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걸리는 시간은 3년이다. 우리나라도 비트코인이 3년뒤에세계적인 통화로 자리 잡았을 때를 대비해야 한다.

공인인증서의 교훈을 주목해야 한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15년전 지금과 유사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90년대 후반은 인터넷이 성장하며 오프라인의 패러다임이 순식간에 온라인으로 바뀌던 시절이었다. 우리나라 정부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빠르게 인터넷 전자상거래 활성화에 앞장서 인터넷 세상을 주도하기를 원했다.

정부가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해한 일은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온라인에서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보안 기술 개발이 필요했다. 하지만 미국은 128비트 암호의 수출을 막았다.

미국이외 국가에서는 40비트까지만 이용할 수 있었는데 이는 보안을 담보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 정부는 암호학 교수들을 모아 자체적으로 128비트 암호를 개발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공인인증서를 통해 정부가 신원과 보안을 보증해 주자 다른 어느나라보다 빠르게 인터넷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었다.자연스럽게 관련 산업이 발전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공인인증서는 그 성과 만큼이나 큰 부작용을 만들어냈다. 표준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 인식하지 못해 액티브X라는 기술을 이용해 별도 프로그램을 개인 PC에 설치해야 했다. 문제는 물건하나 구입할 때도 공인인증서를 사용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액티브X 설치하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액티브X 설치는사용자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설치하는 것으로 일반 이용자는 도대체 어떤 기능을 설치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액티브X 설치 위험한 행동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당연히 수락을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쉽게 동의를 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보안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또한, MS에서 개발한 기술이기 때문에 윈도환경에서 익스플로러를 이용할 때만 이용 가능하다. 안드로이드와 iOS (애플)에서는 이용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모바일 환경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공인인증서는 전자상거래 활성화에 큰 도움을 주었지만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대처하겠다는 생각만으로 기술적, 제도적 예측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설계했기 때문에 요즘에는 우리나라 인터넷 발전에 큰 문제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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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전,오프라인의 거래가 온라인으로 바뀌는 시절이었다면, 현재는 그 거래 수단인 화폐까지도 온라인화되고 있는 세상이 됐다. 공인인증서가 적절한 시점에 나와 빠르게 전자상거래 활성화에 큰 도움을 준 것처럼 비트코인 시대 초입에 들어서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이에 대한 대처를 해야한다.

하지만, 단지 빠른 대비만이 전부는 아니다. 앞으로의 변화를 면밀하게 예측하며 비트코인에 대비한 설계를해야한다. 사회, 경제, 정치, 외교 등 모든 분야에 대한 철저한 분석 후 설계 과정에서부터 이에 대한 반영을 해야 한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조종혁 IT컬럼니스트

문화체육부 선정 '올해의 우수 도서'로 선정 된 ‘인터넷 진화와 뇌의 종말' 저자이다. 96년 국내 최초 인터넷 전문지였던 '월간 인터넷' 기고로 글쓰기를시작하였다. 02년 '서울시청 포털' 메인 기획자로 일을 했다. '서울시청 포탈'은 UN에서 전자정부 세계 1위로 대상을 수상해 우리나라 전자정부의 기틀이 되었다. 미래부 '월드IT쇼' 초청 연사, 콘텐츠진흥원 심사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이동 통신사 근무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