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기획과 SW 창업 기획이 같나?

기자수첩입력 :2013/11/28 16:07    수정: 2013/11/28 16:12

황치규 기자

여러번 읽어봤다. 현실적인 가능성을 나름 긍정적으로 보려고 했다. 그런데 솔직히 잘 와닿지가 않았다. 내용이 모호하고 두루뭉술해 보였다. 분위기 파악을 제대로 못해 그런가 싶어 후배들에게 물어봤더니, 비슷한 반응들이다. 다들 헷갈려하는 표정들이다.

27일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SW전문 창업기획사' 선정 보도자료 관련 얘기다. 보도자료에는 소프트웨어 혁신전략 후속조치 일환으로 추진한 'SW전문 창업기획사'를 공모, 평가한 결과 '케이유디지털미디어 컨소시엄'이 선정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SW전문 창업기획사? 

노래에만 재능이 있는 가수지망생에게 안무교육부터 출연섭외, 홍보 등을 전담(캐스팅→트레이닝→프로듀싱→글로벌 프로모션)하여 K-팝 성공 사례를 도출하는 국내 연예기획사의 사례를 SW창업 분야에 응용 및 적용한다는 개념이다. 미래부에 따르면 그렇다.

설립 배경?

SW 창업은 단순히 우수한 아이디어와 코딩능력만 갖고 성공하기는 매우 힘들기 때문에 SW 창업 경험자의 성공․실패경험과 지도(이하 멘토링) 등이 중요하다.

국내의 경우, 주로 창업보육 공간 제공, 공모전을 통한 상금 수여 등으로 SW 창업기업이 실질적으로 필요한 사업화, 투자, 글로벌 마케팅 등에 대한 전문적인 멘토링이나 연계 노력 등 체계적인 SW창업 지원 기능이 부족한 상황이다. 역시 미래부 설명이다.

미래부가 틀린 얘기하는건 아니다. 한국에서 소프트웨어 창업하는거, 정말 어려운 일이다. 건전한 SW생태계 형성을 위해 정부가 일정 부분 역할을 해줘야 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아이돌 가수 키우듯 해서 경쟁력있는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이 만들어질지에 대해선 솔직히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미래부에 따르면 SW전문 창업기획사는 글로벌 성장가능성이 높은 SW 분야 창업 초기기업 5개를 발굴해 대기업, 선도 SW벤처기업 등의 경험을 활용한 전주기적 맞춤형 지원을 추진하게 된다. 미래글로벌창업지원센터 등과 연계하여 창업교육, 기술개발, 법률, 회계, 세무 등 전문가 멘토링부터 개발공간 및 자금지원, 민간투자 연계 및 글로벌 진출까지 성공적인 창업을 위한 단계별 밀착 지원도 하게 된다.

읽다보면 궁금한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소프트웨어 전문에서 소프트웨어는 무슨 의미인지다. 모바일앱도, 게임도, 기업용 솔루션도,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도 모두 소프트웨어다. 얘기를 들어보니 정부는 패키지SW나 임베디드, 융합쪽 SW 등을 염두에 둔 모습이다. 소프트웨어 전문 창업 기획사가 생각하는 영역에 게임은 들어가지 않을 것 같다.

미래부는 소프트웨어 창업 전문 기획사를 선정하면서, 소프트웨어 창업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부족하다고했다. 지원 범위가 민간에서 활동하는 창업 지원 회사들보다는 포괄적이라는 점도 부각했다.  이것저것 다해준다는 얘기다.

수요 연계형 프로젝트라는 점도 강조됐다. 수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아이템만 밀어준다는 건데, 하늘아래 새로운 것과 기존 업체에서 맞춰줄 수 있는 수요에 대한 구분이 가능할지는 확실치 않다.

실력이 있어도 국내 SW업체가 해외 나가는거,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하루아침에 될 성격의 일도 아니다. 창업전문기획사로 선정된 케이유디지털미디어 컨소시엄 에 참여한 회사들이 이 부분을 어떻게 커버해줄 것인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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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창업 전문 기획사가 맡은 역할은 정부가 예전에 내놓은 정책들과 겹치는 부분도 많다. 정부도 해봤는데, 제대로 안됐던 일들이다. 소프트웨어 창업 전문 기획사에서 다 맡아서 한다고 결과가 달라질까?

정부 정책의 '생로병사'를 지켜봐온 기자 입장에선 여전히 고개가 끄덕거려지지 않고, 갸우뚱해진다. 기자가 제대로 못짚은 점들도 있을 것 같다. 독자분들의 많은 피드백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