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승진 파티, 숙제도 더 커졌다

TV 쪽 진통 예상, 휴대폰 쪽도 부담 많아져

일반입력 :2013/11/27 17:17    수정: 2013/11/27 17:19

김태정 기자

LG전자가 27일 44명의 임원을 승진시키면서 ‘신상필벌’ 중 ‘신상’을 강조했지만 풀어야 할 숙제들도 적잖이 남겼다. 주력인 TV 사업의 수장 교체, 적자인 MC사업본부에 대한 승진 편중 분위기, 여전히 보수적으로 남은 인사 이미지 등이 대표적이다.

구본무 LG 회장이 주문한 ‘책임경영’과 ‘위기돌파’ 등 공격 전략을 제대로 펼치려면 이번 인사로 노출된 약점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LG전자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내년 1월1일자로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사장 3명과 전무 11명, 상무 27명까지 더해 총 44명이 승진했다. 임원 38명을 승진시킨 전년보다 공격적으로 나섰다.

■HE ‘채찍’, MC ‘당근’…엇갈린 운명

화려한 잔치 가운데 LG의 주력부대인 HE사업본부는 분위기가 다소 어둡다. 수장인 권희원 사장이 경질됐기 때문. 앞으로 고문 역할을 한다는데 위치는 확실치 않다.

전자공학과 출신인 권 사장은 지난 1980년 입사 이후 30여 년간 TV와 IT사업부문을 두루 거쳤다. 전자산업의 얼굴이라 불리는 TV 분야에서 LG전자를 세계 선두에 올린 1등 공신이다. 근래 세계적인 TV 업황 불황 속에서 영업이익률 1%대를 기록하는 등 부진했지만 ‘LG TV=권희원’이라는 상징성은 여전했다. 경질 소식에 대해 의아하다는 얘기들이 나오는 이유다.

권 사장을 대신할 하현회 부사장(사장 내정)은 현재 (주)LG 시너지팀장이다. LG디스플레이에서 영업과 전략 업무 역량을 인정받아 온 경영 인력이다. 전자공학 전문가인 권 사장과는 전문 분야가 다르다. HE사업본부 임직원들과의 자연스러운 융합이 숙제다.

HE사업본부가 ‘채찍’을 받았다면 MC사업본부는 ‘당근’을 삼켰다.

수장인 박종석 본부장이 부사장 8년 만에 사장 승진 내정자가 됐다.

기술 향상은 차치하고 실적만 보면 이 당근은 뜻밖이다. 올 3분기 회사 전체에서 유일하게 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797억원적자다. 스마트폰 점유율은 중국 업체에 밀려 4위로 떨어졌다. LG그룹 전반에 흐르는 1등주의 인사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채찍을 받은 HE를 비롯해 다른 부서에서 보기에는 물음표가 조심스럽게 붙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번 승진으로 인한 MC사업본부의 책임은 더 무거워졌다. 적자 속 승진이기에 박 부사장이 더 고삐를 쥐어야 할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보수 인사 확인…여성 승진 딱 1명

올해 44명 임원 승진자 가운데 여성이 딱 1명인 것도 눈에 띈다. 김영은 시스템에어컨사업부 유럽사업지원담당이 상무로 신규 내정됐다. LG전자 인사가 다른 경쟁사 대비 보수적이라는 평가는 여전히 남았다.

LG전자의 여성 임원이 새로 탄생한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처음. 회사 전체로 봐도 기존 여성 임원은 류혜정 MC선행상품기획담당 상무와 조은숙 MC연구소 연구위원 상무 등 딱 2명이다.

물론, 성별과 상관없이 실적과 가능성만 본 인사라고 회사 측은 강조하지만 ‘글로벌’이나 ‘혁신’ 등의 슬로건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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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맥락으로 올해 40세(올해 73년생) 임원이 2명 배출된 것이 주목받는 뉴스인 것도 LG전자 인사의 보수성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LG전자 측은 “내년 경영환경이 위기라는 인식 하에 직면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체제를 강화할 것”이라며 “시장 선도 성과 창출과 미래 성장을 위해 인사를 단행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