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지배 X박스원…키넥트 "살아있네!"

일반입력 :2013/11/22 11:19    수정: 2013/11/22 13:39

봉성창

콘솔형 게임기의 역사는 기록적인 흥행 신화를 거둔 아타리를 시작으로 치열한 경쟁과 진화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에서는 PC와 네트워크를 활용한 온라인게임과 가볍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스마트폰용 게임이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여전히 쇼파나 의자에 앉아 TV를 보며 즐기는 콘솔 게임기를 선호하는 마니아 층도 적잖다.

보통 6년을 주기로 후속작을 내놓은 콘솔 시장이 드디어 세대 교체를 맞이했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4(이하 PS4)와 X박스원이 그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리적으로 근접하고 게임 풍토도 유사한 일본 소니의 PS4에 좀 더 무게 중심이 실리고 있는 가운데, 각종 독점 킬러 타이틀이 매력적인 X박스 원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X박스 원의 국내 출시 일정과 가격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미국서 PS4보다 100달러 가량 비싸게 책정된 점을 감안하면 60만원 전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여기에는 동작인식 컨트롤러인 2세대 키넥트가 포함돼 단순하게 X박스 원이 더 비싸다고 말하기에는 어려운 점도 있다.

그럼에도 X박스 원의 초반 분위기는 확실히 경쟁 제품에 비해 어둡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지 못한 중고거래 금지나 인터넷 연결 강요 등을 뒤늦게 철회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X박스360의 성공이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자만심 가득한 이카루스의 날개를 달아준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왔다. 과연 X박스 원이 PS4보다 10만원 이상 주고 사야할 값어치가 있는 제품인지 살펴봤다.

박스 구성

X박스 원 상자를 열어보면 본체와 전원 어댑터, 키넥트 센서, HDMI 케이블, 컨트롤러, 헤드셋, X박스 라이브 골드 14일 이용권 등이 들어있다. 키넥트가 기본 구성이 됐다는 점만 제외하면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은 구성이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이는 상당히 경쟁력 없는 구성이기도 하다. PS4의 경우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 플러스 한 달 이용권과 10달러 상당의 바우처 쿠폰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반면 X박스 원 구매자는 제품을 구입하자 마자 제대로 된 온라인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연간 60달러에 달하는 X박스 라이브 골드 계정을 결제해야 한다. 이는 요즘 출시되는 게임 대부분이 멀티플레이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부담이다.

하드웨어

X박스 원의 사양은 8개의 코어로 구성된 AMD CPU와 8GB DDR3 RAM 메모리, 그리고 853MHz로 작동하는 GPU로 이뤄졌다. 이는 PS4와 비교해 근소하게 떨어지는 사양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PS4가 더 나은 제품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실제 퍼포먼스는 게임 자체가 얼마나 기기에 최적화돼 개발되느냐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제품 크기나 전체적인 디자인은 PS4에 비해 다소 크고 투박하다. 휴대용 제품이 아닌 이상 콘솔 디자인이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사실 그렇게 예쁘다는 느낌은 받기 어렵다. 이전 제품인 X박스360도 제품 디자인에 높은 점수를 받아서 잘 팔린 것은 아니기 때문에 크게 신경쓸 정도는 아니다.

X박스 원의 무게는 약 3.6kg이며 크기는 대략 가로 26.4cm, 세로 34.3cm 높이 8.1cm 정도다. PS4에 비해 좀 더 두꺼우며 가로 세로 길이도 약간씩 더 길다.

전작에서 과열에 따른 제품 결함(일명 레드링)으로 홍역을 앓아서 인지, 이번 제품은 발열에 상당히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제품 콘셉트 자체가 TV와 연결해 24시간 켜놓을 수 있어야 된다는 점에서 소음도 상당히 줄었다. 마치 제트기가 이룩하는 것과 같은 이전 제품과 비교하면 확실히 개선이 이뤄졌다.

이밖에 인터넷 연결은 802.11n 규격 무선 연결과 이더넷 포트를 통한 유선 연결이 가능하다. 내장 스토리지는 500GB HDD가 탑재됐지만 PS4와 달리 사용자가 스스로 교체할 수 없도록 막아놨다. 블루투스를 지원하지 않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X박스 원의 핵심 액세서리인 키넥트 2.0은 기본 포함됐다. 별도로 60달러를 주고 사야하는 PS4의 카메라에 비해 훨씬 뛰어난 성능과 만족감을 준다. 물론 X박스 원을 구동시키는데 키넥트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제품을 셋업하면 몇 번이고 키넥트를 사용할 것으로 추천하고 있다. 이는 X박스 원의 존재이유이기도 할 정도로 강력하기 때문이다.

제품 뒷면에는 HDMI 단자가 두 개 달려있다. 그러나 역할을 각기 다르다. 하나는 HDMI를 통해 영상 및 음성 신호를 출력하는 역할을 하며 다른 하나는 받아들이는 역할이다. 이밖에 2개의 USB 3.0 포트와 광출력 오디오 단자 등이 지원된다.

TV와의 연결은 범용성을 포기하고 과감하게 HDMI만 지원하도록 했다. 따라서 HDMI를 지원하는 디지털 TV가 없다면 어떤 방식으로도 X박스 원을 사용할 수 없다. 이전 제품 및 PS4의 경우 아날로그 출력도 가능하다.

게임 플레이

X박스 원은 전작보다 향상된 성능을 기반으로 뛰어난 그래픽을 자랑한다. 함께 출시된 데드라이징3, 라이즈:로마, 포르자모터스포츠5 등 주요 게임들의 그래픽 표현력이 진일보했다. 해상도는 1080P로 동일하지만 마치 고성능 PC에서 모든 그래픽 옵션을 모두 켠 것과 같은 느낌이다.

게임 중에는 어떤 상황에서도 잠시 멈출 수 있으며 다른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할 수 있도록 했다. 가령 게임을 잠시 멈추고 TV를 보거나 페이스북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정지시킨 게임은 다른 게임을 실행하거나 전원을 끄기 전까지 일시 저장된다.

이러한 동시 수행 능력은 응용이 가능하다. 가령 게임 중간에 이를 멈추고 게임 화면을 녹화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실행시킬 수도 있다. 게임 내 업적 시스템을 달성할 때마다 이를 영상으로 저장할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

이밖에 디지털 다운로드 형태로 받은 게임은 본인의 X박스 원이 아니라 타인의 X박스 원에서도 본인 아이디로 로그인만 한다면 언제든지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디스크로 된 게임은 당연히 디스크를 가져가야 한다.

X박스원은 PS4와 마찬가지로 하위호환을 지원하지 않는다. 즉 X박스360 게임 디스크가 실행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MS가 향후 X박스360 게임을 디지털 다운로드 형태로 제공할 가능성도 있지만 아직까지 이에 대한 공식 발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컨트롤러

X박스 원의 새 컨트롤러는 전작의 느낌을 많이 계승했다. 워낙 전작이 좋은 그립감과 디자인으로 호평 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전체적으로 두께가 약간 얇아졌는데 이러한 변화는 개인 호불호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이며 더 나아졌다고 확실히 말하기는 어렵다.

전작 컨트롤러와 비교하면 크게 불편한 것은 아닌데 뭔가 잡는 느낌은 다르다. 버튼 배열을 보면 전작의 X박스 가이드 버튼을 멀찌감치 처리해 우발적인 입력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했다.

고질적인 십자키 문제도 해결돼 훨씬 누르기 편해졌다. 전통적인 시작과 뒤로가기 버튼 자리에 멀티태스킹 버튼과 메뉴 버튼이 작게 자리잡고 있다. 이밖에 아날로그 스틱의 상단 원형 부위의 크기가 약간 줄었으며 아날로그 스틱 클릭이 좀 더 쉽게 되도록 했다.

충전단자 규격으로 마이크로 USB를 채택한 점도 상당히 긍정적인 요소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충전기로도 얼마든지 충전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과거 X박스360 헤드셋은 X박스 원 컨트롤러에서 사용할 수 없다.

검지손가락으로 누르는 LB와 RB 버튼은 더 힘 주어 눌러야 한다. 트리거 버튼은 누르는 느낌이나 감도가 더욱 향상됐으며 특히 햅틱 피드백 기능이 인상적이다. 임펄스 트리거라고 이름 붙여진 이 기능은 버튼을 누를때 별도의 진동 모터를 통해 그 느낌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기능이다. X박스 원의 컨트롤러를 추가 구매하기 위해서는 60달러를 지불해야 하며 최대 8개까지 연결이 가능한 점도 강점이다.

키넥트 2.0

X박스 원은 키넥트 2.0을 통해 동작과 음성명령으로 컨트롤러 없이 거의 완벽하게 작동이 가능하다. 물론 약간 인식이 잘 안되거나 멈추는 현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잘 작동되는 편이다. 가령 X박스 원을 켜고 끄는 일은 키넥트로도 간단히 할 수 있다.

계정 로그인도 키넥트로 이뤄진다. 카메라가 얼굴을 인식해 얼굴에 맞는 계정으로 접속된다.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이 게임을 할 경우 각각 어떤 컨트롤러를 들고 있는지도 키넥트가 인식해 자동으로 알려준다. 이는 많은 사람이 함께 게임을 하고 있을 때 특히 유용해 보인다.

이전 키넥트가 단순히 사람의 형태나 움직임만을 읽어냈다면 키넥트 2.0은 상당히 세밀한 골격의 움직임까지도 구분해낸다. 사람이 움직일때 힘을 얼마나 주는 가를 측정해 이를 반영한다. 키넥트가 인식하는 것은 단순히 동작이나 음성 뿐만이 아니다. 사용자의 심장박동수까지 읽어낼 정도다.

이러한 키넥트의 뛰어난 사용자 인식 성능은 PS4와 확실히 차별화 된 요소다. 이러한 점이 우리나라에 잘 맞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일단 적당한 공간이 있어야 하며 주변에 위험한 장애물이 없어야 한다. 앉아서 손가락만 까닥까닥 움직이는 것이 오히려 편할 수 있다. 즉, X박스 원와 키넥트는 파티 문화가 익숙한 미국 시장을 타깃으로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결론

X박스 원과 PS4는 완전히 다른 방향성을 가진 콘솔기기다. X박스 원이 HDMI 입력 단자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이 제품이 케이블이나 디지털 방송용 셋톱박스와 연결해 TV를 볼 수 있게 하는 일종의 거실 확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가장 큰 증거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X박스 원을 통해 TV를 보고 게임을 즐기고 각종 운동과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스카이프를 비롯한 각종 커뮤니케이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타인과 소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거실은 더욱 풍성한 공간으로 바뀐다. 단순히 X박스 원을 게임기로만 바라본다면 PS4보다 매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문제는 우리 삶에서 거실이 차지하는 공간이 갈수록 협소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거실에서 가족 모두가 모여 앉아 TV를 보면서 리모컨 쟁탈전을 벌이는 상황은 거의 없다. 저마다 방에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5인치 남짓한 작은 화면에 코를 박고 있는 풍경이 어느덧 더욱 익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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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케이블 방송 연결을 통한 라이브TV 기능을 비롯해 X박스 원의 다양한 혁신 기능을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잘 활용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아직까지 출시 여부나 일정 조차 공식적인 언급이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차세대 콘솔기기 구매를 고민 중이라면 그것을 어디에 설치할 지 먼저 생각하는 것이 좋다. 그것이 내 방이라면 PS4를, 거실이라면 X박스 원이 좀 더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