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본 아이들아, 이 책 한 번 읽어보렴"

20~30대 IT업체 CEO들의 추천도서

일반입력 :2013/11/23 09:46    수정: 2013/11/23 17:01

남혜현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보름 가량이 지났다. 누군가는 입시에, 누군가는 재수 준비에, 또 누군가는 취업에 바쁠 시기다. 그렇지만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에 앞으로 3개월은 인생에 다시 찾기 어려운 황금기다.

황금기를 알차게 보내라는, 먹히지도 않을 조언은 하고 싶지 않다. 대신 가능한 '잘 놀 것'을 추천한다. 아무 생각 없이 놀고 먹고 뒹굴거릴 때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가장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것 처럼 말이다.

물론 노는 방법은 다양하다. 밤마다 클럽에서 아침 첫 차를 기다릴 수도 있을 테고, 하고 싶었던 게임에 도전해 만랩을 찍을 수도 있다. 입시 준비라는 굴레가 있어도 놀고 싶은 마음은 사라지지 않을 테니까.

여기 또 다른 놀거리가 있다. 상상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무대, 책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공부랑은 조금 다르다. 이 책을 읽고 교훈을 얻어라 이런 것은 아니다.

많은 이들이 책 속에서 놀았다. 한 때 놀았던 경험은 이들이 성장하는 토양이 됐다. 양서의 기준도 사람마다 다르다. 만화도, 소설도, 인문학서도 모두 누군가의 놀이터가 될 수 있다.

IT 관련 각 부문에서 나름 성과를 거둔 20~30대 최고경영자(CEO)들의 추천 도서를 모아봤다. 10년 정도 먼저 사회 생활을 경험한 선배들의 조언이 이 도서들에 녹아있다.

■유연한 세계관, 마블이 부러워요 전 마블 코믹스에 올인했어요. 시대에 맞게 변하는 콘텐츠가 팬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 좋아요

아이언맨, 헐크, 토르, 캡틴 아메리카 그리고 스파이더맨. 따로 또 같이 만화와 스크린을 넘나들며 세계 각지 팬을 확보하고 있는 대표 마블 캐릭터들이다.

<마블 코믹스>를 추천한 이는 스마트스터디 김민석㉝ 대표. 모기업인 삼성출판사에서 디지털콘텐츠를 담당하는 N그룹장도 맡고 있다.

김 대표가 마블을 좋아하는 이유는 특유의 유머와 유연함 때문이다. 마블에서 캐릭터들의 저작권(IP)을 모두 확보하고 있어 시대에 맞춘 세계관 확장이 가능하다.

그는 일본 만화가 화석이 되가는 느낌이라면 마블은 심도있는 콘텐츠를 계속해 발전시켜 나간다라며 콘텐츠 자체로도 마블은 유머러스하게 포장해 약간의 설정을 깨더라도 팬들이 용납할 수 있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곧 대학생이 되는 이들이 각 나라의 문화나 스타일을 이해하는 데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공부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도 추천 사유다. 그 스스로의 꿈도 '마블같은 콘텐츠를 직접 만드는 것'이라면서 말이다.

■어려운 동양 고전, 느낌 있는 안내서

이 책을 읽고 나면 동양고전에 대한 흥미와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거에요.

잘 나가는 앱북 개발사 북잼의 조한열㊳ 대표는 신영복 선생의 고전 강독 <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를 꼭 읽어봤으면 하는 도서로 꼽았다.

성공회대 석좌교수인 신영복 선생은 <시경> <서경> <초사> <주역> <논어> <맹자> <노자> <장자> <묵자> <순자> <한비자>를 '관계론'의 관점으로 엮는다.

고전의 중요성은 거듭 설명할 필요가 없다. 요약판에선 찾을 수 없는 원전만의 색깔, 사람마다 다르게 나올 수 있는 재해석의 기쁨도 맛볼 수 있다.

그러나, 어려운 고전을 바로 접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조 대표는 신영복 선생의 책이 어려운 동양고전을 느낌있게 소개한다고 말했다.

그는 삶에 대한 고민과 설레임이 공존하는 대학시절 동안 선현들의 고전을 탐독하는 건 매우 가치있는 일이라며 신영복 선생님의 강의는 어려운 동양고전에 대한 느낌있는 안내서라고 강조했다.

■한달 간의 독서 휴가, 수능 끝난 학생들도...

영국 빅토리아 여왕도 고위 관료들에게 한 달간의 독서 유급 휴가를 줬더랬죠

김경이 지은 <셰익스피어 베케이션>은 파이브락스 이창수㉟ 대표가 추천했다. 최근 읽은 책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셰익스피어 베케이션이란 말은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고위 관료들에 주었던 한 달 간의 독서 유급 휴가에서 비롯됐다.

이 기간 다섯권의 셰익스피어 책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하도록 한 것인데, '다양한 인간 군상이 펼쳐져 있는 셰익스피어 희곡을 읽으며 민중 심리에 대한 통찰력을 얻어 선정을 펼칠 수 있는 관리가 되라'는 여왕의 뜻이다.

저자인 김경은 10년간의 직장 생활 후에 자신에 1년간의 휴가를 주어 혼자만의 여행을 떠났다. 그 시간 자신이 읽은 책 이야기를 썼는데, 마치 내 방이 아닌 여행지에서 함께 책을 읽는 느낌이다.

이 대표는 학창 시절만큼 독서를 통해 배움을 얻고 생각의 폭을 넓혀갈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기간이 없었다고 회고한다. 특히 수능이 끝나고 나서 고3 시절은 다시 없이 여유롭고 평온한 시기였다면서.

그가 이 책을 추천하며 후배들에 던진 한 마디다. 쉼없이 달려왔던 중고등 학창시절을 정리하고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꿈꾸며 나만의 '셰익스피어 베케이션'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사회 주체로 당당하게 도전하고 싶다면...

대학생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선택권과 책임감을 가지게 되는 중요한 시기에요.

20대 여성 CEO인 전해나㉗ 대표는 셰릴 샌드버그가 쓴 <린 인>을 추천한다. 여성으로서, 그리고 사회의 한 주체로서 당당하게 도전하고 싶게끔 동기부여를 주는 책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전 대표 역시 20대에 대학생 맞춤형 광고 플랫폼 업체인 '애드투페이퍼'를 설립했다. 린 인은 그에게 유용한 지침서이기도 한 셈이다.

린 인은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가 테드(TED)에서 한 강연을 책으로 옮긴 것이다. 샌드버그는 구글과 페이스북의 폭발적 성장을 이뤄낸 실리콘밸리의 아이콘으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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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표는 이 책을 통해 이제 막 입학을 앞둔 신입생들이 4~5년후를 위한 첫 걸음을 힘차게 시작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다양한 삶의 방식중에 과연 내가 희망하는 삶은 무엇인지, 자신의 커리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하게 되는 시기를 맞이한 대학교 신입생, 특히 여대생들에게 권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