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도서 시장에 베스트셀러만 있나?"

일반입력 :2013/08/20 16:08    수정: 2013/08/20 21:03

남혜현 기자

출판사업의 불씨를 살리려면 95%의 중소출판인들이 뭉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베스트셀러 조작, 유통사 횡포, 자금력 싸움 등을 보면서 우리 스스로 목소리를 낼 때라 판단했다

한국중소출판협회가 출범했다. 중소출판사 권익 보호와 출판생태계 살리기에 170여개 출판사가 힘을 합쳤다. 1인 출판사를 비롯한 소규모 출판사들이 대다수다.

협회는 20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문화공공재로써 출판의 역할과 이익창출이라는 상업성의 경계에 치우치는 일 없이 출판의 가치를 지켜낼 것을 선언했다.

중소출판사들은 그간 한국 도서 시장서 눈에 띄지 않는 존재였다. 대형 출판사와 서점 위주로 돌아가는 도서 시장에서 베스트셀러 한 권 없는 중소출판사들이 제 목소리를 내긴 어려웠다.

출판계 위기는 멀리 볼 것 없다. 동네마다 하나씩 있던 작은 서점들이 사라졌다. 출판사도 마찬가지. 마케팅비가 충분치 않은 작은 출판사들은 비용과 판로 문제로 일년에 책 한권 내기도 힘든게 현실이다.

협회는 이날 대형 출판사와 서점의 머니 게임에 밀려 숨이 턱밑까지 찼다며 발언 창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온라인 서점이 커지고 전자책 시장이 열리면서 중소 출판사들의 활로도 열릴 줄 알았으나, 베스트셀러 중심의 도서 시장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초대 협회장으로 선출된 강창용 느낌이있는책 대표는 출판업 종사자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출판인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야할 때가 왔다며 협회가 중소출판인들이 마음에 품은 출판의 소중한 가치를 널리 알리고 실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창립 총회에 참석한 협회사들은 작은 출판사에서 낸 책이라고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오히려 작은 출판사라서 낼 수 있는 책도 있다고 주장했다. 모두가 베스트셀러만 읽고 살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의 대형 출판사들도 한 때는 소수의 목소리를 담은 책을 출판하곤 했다.

이들의 목소리를 지지하는 이들도 생겼다. 민주당 박혜자 의원은 창립식에 참석, 축사를 통해 최근 한 유명 작가가 도서 사재기를 지적하며 자신의 명예를 더럽히는 일이라 했다며 문화의 생명은 다양성이기 때문에 어떠한 상황에서도 문화 독과점이 있어선 안된다라고 말했다.

이병수 새누리당 의원도 중소출판사들이 갖고 있는 어려움은 제조업체들의 그것과는 다르다라며 갑을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중소출판사들이 가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향후 정책으로 ▲정가할인과 기간제한 없는 완전한 도서정가제 ▲서점도장제도 철폐 ▲불합리한 유통체계 변화 모색을 발표했다. 아울러 대학생들의 우수콘텐츠를 공모해 참신한 원고를 모집하고 종이 또는 전자출판 기회를 제공하며 번역비 지원 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덧붙였다.

창립총회 직후 부대행사로 중소출판사 수익구조 개선에 대한 세미나도 열었다. 현 시점에서 중소출판사들이 처한 현실이 어떤 것인지 알아보고 자구책을 찾아보자는 데 초점을 뒀다.

발제를 맡은 이종일 다산교육 대표는 극장서 볼 수 있는 영화가 대작이나 인기작 밖에 없듯 광고하는 책만 볼 수 있도록 세뇌하는 구조가 온라인 서점이라 지적하며 서재 사업 또는 서점 밖에서의 새로운 판매처 발굴 등 서점 밖의 서점 사업을 시도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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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우리 도모북스 대표는 팟캐스트, 크라우드 펀딩 등을 독자와 소통의 아이디어가 빛나는 신선한 마케팅 사례라 꼽으며 중소출판사는 한정된 인력과 자금을 통해 대형 출판사 못지 않은 홍보와 마케팅 효과를 얻는 방법을 강구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전자책 시장과 관련해선 김철범 아이이펍 대표가 발제를 맡아 얼리어답터에서 일반인으로 확장될만한 요소가 적었다라며 중소출판사의 경우 전자책을 제작하는 인력을 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모바일에적합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출판하는 것도 어렵다며 현실적인 문제점을 거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