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케네디 대통령, “양쪽세계의 메시지를 전달할 만큼 높이 뜬 위성”
“나는 오늘의 이 기자회견의 일부가 텔스타 통신위성을 통해 대서양을 건너 유럽까지 연결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특별한 세상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이 위성은 세계 양쪽의 메시지를 전달할 만큼 높이 (떠)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평화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핵심입니다. 나는 이 더 빠른 통신이 필연적으로 가져오게 될 이해가 모든 사람의 복지와 보안을 더욱더 증강시켜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여기 대서양을 넘는 것이 그것입니다. 따라서 민간기업이 개발하고 정부가 발사한 이 협력활동에 참여합시다.”
1962년 7월23일 오후 3시(미동부표준시)를 약간 넘긴 시간의 미 국무부 빌딩.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방송카메라 앞에서 기자회견에 앞서 통신위성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특유의 목소리로 문장을 띄엄띄엄 끊어 내뱉듯이 연설하면서 ‘냉전과 인류평화’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그의 말 그대로 통신위성에 연결돼 ‘실시간으로’ 대서양을 건너 유럽에서 방송됐다. ‘세계 최초의 위성통신을 통한 실시간 TV중계 방송’이었다.
케네디대통령의 연설 속에는 불과 5년 전인 1957년 10월 4일 미국과 전세계를 놀라게 한 소련을 눌렀다는 자부심도 배어 있었다. 소련에게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가 있다면 미국엔 세계 최초의 위성방송통신 위성 텔스타가 있었다.
국무부가 세계최초의 통신위성 텔스타 성공을 기념하기 위해 전세계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장의 한 기자가 케네디에게 “미국이 달러를 평가절하 할 것이라는 유럽내의 루머가 있는데 사실인지” 물었다. 이는 유럽의 금값을 뒤흔들 이슈였다. 아직 유럽의 금시장은 널뛰기 장세를 형성하고 있었다.
“(금에 대해) 달러를 평가절하 하지 않을 것입니다.”
케네디가 30초 남짓한 금과 달러 정책에 대한 의견을 내놓자 이 내용을 위성TV 생중계로 지켜본 유럽인들이 즉각 반응을 보였다. 유럽시장에서 달러화가 강세로 전환했다.
월터 크롱카이트는 이에 대해 “(위성통신이 대서양 건너로 전송되는)18분이 대통령의 금과 달러에 대한 생각을 잡아냈다”고 말했다. 통신위성이 순식간에 전세계 경제를 하나로 묶어버리는 위력을 보여준 순간이었다.
이 의미심장한 사건을 가능케 한 주인공은 텔스타(Telstar)였다. 대서양 상공에 떠있으면서 두 대륙을 연결해 준 이 통신위성은 지름 87.6cm, 무게 77kg짜리 저궤도위성이었다.
이 날 텔스타가 대서양 양안을 이어준 역사적 20분은 ‘하늘을 나는 그림’ TV동영상의 글로벌화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전에 통신위성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스코어(SCORE)위성과 에코(ECHO)위성은 TV동영상을 전송하지 못했다. 단순히 음성을, 그것도 수동으로 전송하는데 그쳤다. 게다가 둘 다 한달도 안 돼 배터리소진으로 작동이 중단되고 말았다. 실용이 아닌 실험수준의 통신위성일 뿐이었다.
이 놀라운 통신위성의 꿈은 텔스타가 발사되기 17년 전에 등장했다. 그것은 영국 출신의 SF작가 아서 클라크의 아이디어에서 구체적으로 싹트기 시작했다.
2■SF작가 아서 클라크가 17년 전 예언한 통신위성
“적절한 주파수와 루트를 찾으면 지구상의 어떤 두 지점 간에도 통신회로를 제공할 수 있다. 지속적인 출력으로 항상 전세계를 커버하는 진정한 통신서비스는 꼭 필요할 뿐만 아니라 무한한 가치를 지닌다....”
아서 클라크(Arthur C. Clarke,1917~2008)는 1945년 영국의 무선통신잡지 와이어리스월드(Wireless World) 10월호에 글을 보냈다. ‘외계에서의 중계(Extra-Terrastrial Relays)’라는 제목의 이 글에는 그가 생각한 통신중계위성의 아이디어가 담겨 있었다.
스물 여덟살의 작가는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다음 주에 적도 상공 3만6,000km에 중계위성을 띄워 위성기지국을 구축할 수 있다는 생각을 또 올렸다. 하지만 선견지명을 보인 그조차도 자신의 생전에 이 ㅇ분야가 산업화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는 이 아이디어에 대해 특허를 신청할 꿈조차 꾸지 못했다.
아서 클라크는 이 기념비적인 글에서 기존 지상TV중계국의 단점, 그리고 이에 비해 월등한 통신위성의 장점과 당위성, 기술적 배경까지 분명하게 밝히고 있었다. “TV기지국을 통한 서비스지역은 가장 성능좋은 기지국이라고 해도 160km 밖에 안된다. 영국같은 작은 나라에서 그같은 기지국을 선택하려면 전송기, 연결을 위한 동축라인,VHF중계링크 등이 필요하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그런 시스템은 80km마다 중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이 작은 나라에서도 꽤 많은 돈이 든다. 따라서 그런 서비스를 거대한 대륙에서 하려면 많은 비용은 물론 인구가 많은 곳에만 기지국을 설치해야 한다. 이 문제는 전세계 다른 나라로 TV를 연결하려 할 때 더욱 심각해진다. 수천 마일을 연계하려면 수백만 달러가 들 것이다. 대양 너머의 연계는 불가능할 것이다.
....지구는 전파를 반사하는 전리층으로 둘러싸여있어 신기하게도 장거리 무선통신이 가능하다. 이 보이지 않는 하늘의 거울은 방송파와 단파를 반사시켜 준다. 하지만 때로 초단파(very short waves ·VHF)는 작동되지 않는다..
...여기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사람은 방송 엔지니어이다. 기술적인 이유로 해서 TV방송에는 VHF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 정확히 말해서 이들 TV방송 전파는 지구로 반사돼 오지 않고 우주 밖으로 튕겨져 나간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같은 거대한 지역을 커버하기 위해서 말 그대로 수백개의 기지국을 필요로 하게 된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기지국을 바다에는 세울 수 없다는 점이다....유럽과 미국 간에 TV프로그램을 볼 수 있게 하려면 대서양 상의 50대의 중계 기지국용 배를 띄워야 한다. 어떻게 봐도 실용적이지 않다.이를 해결하는 더 간단한 방법이 있다. 하나의 기지국이면 된다. 지구상 수천 마일 밖에 인공위성을 띄우면 된다. 인공위성이 필요한 것은 한 대륙에서 신호를 받는 수신기, 그리고 이를 또다른 대륙으로 전달해 줄 전송기다. 이런 중계 위성 2~3기만 있으면 전세계를 연결하는 방송을 할 수 있다. 깨끗하고 선명한 신호를 하늘로부터 곧바로 수신할 수 있게 된다. 지상방송에서 나타나는 근처 빌딩들에 의한 반사나 고스트 현상 등 신호 간섭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위성중계기를 사용하면서 새롭게 발생되는 또다른 장점은 엄청나게 새로운 주파수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이것은 소리와 화면을 전달하는데 있어서 모든 거리의 장벽을 극복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이로써 에테르(ether)의 고속도로가 전세계에 뚫린 셈이다. 모든 사람들이 좋건 싫건 간에 이웃이 될 것이다.”
■로켓기술과 미래 IT사회까지 예언하다
아서 클라크는 이 위성을 쏘아올리기 위해 당시 초보 수준이었던 로켓 기술을 좀더 진전시켜야 한다는 점도 놓치지 않았다.
“...로켓이 지구를 탈출하는 속도는 초당 8km(*제1 탈출속도)다. 그러면 로켓은 전력공급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는 두번째 달이 된다. 사실 독일의 A10 로켓은 이 속도의 절반에 이르렀을 것이다.
이 초기조건만 제대로 맞는다면 가능한 로켓이 머물 수 있는 안정된 궤도,회전,타원궤도가 무한히 존재한다. 대기권 밖으로 나갈 수만 있는 초당 8km의 로켓 속도는 가장 가까운 지구궤도에 오를 수 있는 속도다.
....잘 살펴보면 4만2,000km의 지구상공을 한바퀴 도는데는 정확히 24시간 걸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궤도에서 우주선이 지구의 적도 궤도와 일치한다면 지구를 돈 후 똑같은 자리에 오게 될 것이다. 이 위성은 지구상공의 한 점에 고정돼 뜨거나 지는 일 없이 제자리를 지키게 될 것이다. 보다 작은 궤도에서 도는 위성체는 지구보다 빨리 돌아서 서쪽에서 뜰 것이다.
...하나의 위성은 지구의 절반을 커버할 것이다. 그래서 전세계를 모두 커버하려면 3기의 위성이 필요하다. 그 위치를 보면 아프리카와 유럽 중계용 위성을 동경 30도에, 중국 오세아니아용을 동경 150도에, 미국용으로 서경 90도에 띄우면 될 것이다. 이런 기지국을 설계하는 데 있어서의 기술적 문제점은 매우 흥미로운 것이다. 하지만 오직 일부만이 여기에 도달할 것이다.”그는 이번에는 후일 텔스타 위성을 구성하기 위한 몇가지 기술적 요소를 짚어냈다.
“패러볼릭 반사기(reflector)용 배터리가 준비돼야 할 것이다. 초당 3,000메가사이클(Mc/s)의 주파수를 사용한다고 가정할 때 지름 1미터의 거울이 거의 모든 전파를 지구로 쏘아줄 것이다. 보다 큰 반사판이 특정국가들에, 또는 지역에 보다 제한된 서비스를 위해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지름 30cm짜리 작은 패러볼라안테나가 지구에서 또렷한 위성신호 수신용으로 사용될 것이다. 여기에는 소음 간섭현상이 거의 끼어들지 않을 것이다. 이는 사용되는 주파수 때문이기도 하고, 다른 신호원을 가지고 있지 않는 하늘로 향하는 거울 때문이기도 하다.
두 번째의 근본적인 문제는 서로 다른 서비스를 하는 많은 수의 전송기를 가동할 전기에너지를 준비하는 것이다. 대기권 너머의 우주에서 태양 반사광은 제곱미터당 1.35kW의 에너지를 포착해 낸다. 태양 엔진은 이미 지구상에서의 사용을 위해 사용할 수준으로 만들어졌고, 열대국가에서는 경제적 사용이 이루어지고 있다....열전(熱電) 및 광전(光電) 기술의 발전은 태양에너지를 보다 직접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통신위성의 도래를 예언한 이 SF의 대가이자 미래학자는 내친 김에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그는 1959년에 쓴 미래의 프로파일(Profiles of the Future)에서 오늘날의 모든 IT기술 발전상을 마치 마술사의 수정공으로 들여다 보듯 선견적으로 예언했다. 이 대가는 당시로선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발명이었지만 오늘 날에는 아주 당연시되는 휴대폰,GPS위성, 전자상거래, 그리고 그에 따른 사회변화상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었다.
“위성 통신은 약속과 위험을 동시에 수반한다, ...... 글로벌 TV와 라디오 방송은 좋건 나쁜건 간에 여전히 전세계에 존재하는 정치적 문화적 고립을 끝내게 해줄 것이다.
..... 미래에는 지구상 어디서든지 똑같이 거대한 통신망에 접속하게 될 것이다. 결국 전세계 시민들은 미래에 가치있고 흥미있는 지역적 특성을 보존해야 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가장 분명한 것은 누구나 지니고 다니는 개인용 수신기를 갖게 되리라는 것이다.
우리가 지구상 어디에 있든 다이어링 만으로 전화할 수 있는 시대가 올것이다. 우리가 바다 한 가운데 있든, 대도시 한가운데 있든, 사하라 사막에 있든 자동적으로 위치가 파악될 것이다. (이 기술은)전화등장 때만큼이나 사회 패턴을 바꾸고 거래 방식을 바꾸게 될 것이다. 그 원형은 이미 만들어졌다.
.... 인류는 어떻게 하늘에서 내려오는 정보와 엔터테이먼트의 폭증사태에 대처할 수 있을까. 이는 과학이 마치 1942년 시카고 대학 스쿼시 코트에 원자로를 처음 만들어 문명의 문제아를 남겨놓은 것과 같다. 위성 덕분에 누구나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아주 새로운 서비스에 대해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미래엔 오늘날의 레이더 항법 원리에 기반한 수신기를 장착한 아주 간단하게 위치 방향을 찾아주는 단말기가 등장해 아무도 길을 잃지 않게 된다. 위험이나 사고가 생겼을 때 비상버튼을 누루는 것만으로도 도움을 청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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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의 실질적인 시작은 1962년 7월 10일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발사대에서 쏘아올려질 위성 텔스타로부터 시작될 터였다.
아서 클라크의 선견적 예언은 또 다른 SF작가인 한 엔지니어를 통해 계승되면서 현실화를 향해 서서히 달려가고 있었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