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인류최초의 위치측정용 위성 트랜짓 발사성공
“당장 이 위성 제작을 위한 제안서를 내 주게.”
1958년 봄. 해군본부의 요청을 받은 귀에르와 와이펜바흐 연구원은 리처드 커시너 박사의 지도아래 급작스레 도플러 항법시스템구축 제안서를 만들었다. 가장 시급한 용도는 물론 폴라리스핵미사일을 장착한 잠수함의 항법용이었다.
이해 여름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계획청(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ARPA)은 17일 간의 심사과정을 거쳐 두사람의 50쪽 짜리 APL팀 제안서를 승인했다.
1958년 10월 ARPA의 자금지원 결정이 내려졌고 트랜짓 개발이 시작됐다.
설계는 모든 트랜짓의 기술을 확보한 응용물리학 연구소(APL)가 맡았다. 제작사는 당시 한창 TV판매로 주가를 올리던 가전업계의 제왕 RCA였다.
“...10,9.8.7.6.5,4,3,2,1...발사”
1963년 4월 13일. 플로리다 주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 17B 로켓 발사대.토르 에이블스타(Thor Ablestar)로켓에 실린 트랜짓1-B 위성은 지축을 박차고 하늘로 솟아 올랐다.
인류최초의 위치측정용 인공위성이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4년전인 1959년 9월 17일에 발사된 트랜짓1-A는 궤도에 이르지도 못했다.
트랜짓 위성은 오스카와 노바 6기로 구성됐다. 3기는 작동위성, 3기는 여분의 위성이었다. 이들은 북극 상공 1100km 궤도에 자리잡고 106분마다 지구를 돌았다.
1960년. 해군은 트랜짓 프로젝트를 떠 안았고 64년까지 모두 15기의 항법위성과 8기의 관련 위성을 발사하면서 항법 서비스를 시작했다.
트랜짓 위성은 150MHz와 400MHz의 주파수를 사용했다. 이 두 전파는 전리층에서 굴절되는 위성주파수의 잡음과 혼신을 없애주면서 위치정확도를 높여주는 대역이었다.
매시간 한번씩 수신기지국과 위성이 연결됐고 수정된 항법이 제공됐다.
트랜짓위성은 지구의 회전 현상에 따라 지상수신기가 위성궤도에 가깝게 또는 멀어질 때 제각각 독특한 도플러곡선을 형성했다. 물체에서 멀어지면 전파의 파장이 길어지고 가까워지면 파장이 짧아졌다. 위성에 접근하거나 멀어지는 전파의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도플러 변이가 커졌다. 수신기 위치계산용 항법SW는 도플러효과에 따른 주파수 변화를 분석, 수신기 위치를 확인시켜 주었다.
트랜짓 항법은 400미터에서 최대 1km가 넘었던 항법 오차를 약 200m로 줄였다.
천천히 움직이는 배에서의 위치정확도는 2분짜리 도플러 곡선 하나로 100m이내 거리의 정확성을 확보할 수 있을 정도였다. 미해군의 잠수함이 트랜짓 수정을 하기 위해서는 통상 물위에 떠올라 UHF안테나를 2분정도 드러내 놓아야 했기에 이 방식은 표준으로 굳어졌다.
해군은 하루 12번 트랜짓 항법데이터를 수정해 평균 10미터 이하까지 오차를 줄였다. 수백 수십미터까지 오차가 났던 이전 방식에 비해 주목할 만한 성과였다. 분명 기존 항법시스템과 비교할 때 가장 정확한 것이었다.
트랜짓은 잠수함의 잠수함탄도미사일(SLBM)발사용 위치보정을 위한 주기적인 관성 가이던스시스템(Initial Guidance System) 재설정용으로서는 충분히 그 몫을 다하고 있었다.
해군은 지구궤도로 올라간 항법 위성으로 전세계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시켜 줄 수 있음을 처음으로 증명해 보였다.
트랜짓항법은 마지막 발사된 트랜짓 위성이 임무를 마칠 때(~1996년)까지 여타 지상기지국 비콘방식(로란,오메가,아주사)을 능가하는 높은 정확성으로 각광받았다.
1967년 휴버트 험프리 미 부통령은 이 시스템을 우방국 선박 및 사용선박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이후 1991년까지 수천대의 전함,화물선,개인선박 등이 트랜짓항법을 사용했다. 80년대 후반에 이르러선 에베레스트산 높이를 재측량했을 정도로 이 항법방식은 그 진가를 인정받았다.
1974년 중동전쟁 발발은 트랜짓위성 기반의 항법시스템 확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전세계 항만에서는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석유를 운반하는 유조선의 항구 도착시간을 보다 정확히 알 필요가 있었고 이는 항법확산을 가속시켰다.
높아진 성능은 부작용(?)도 일으켰다. 제곱피트당 수백만달러의 가치를 지닌 북해 해양유전지대를 트랜짓으로 재측량 한 결과는 노르웨이와 영국 간 영해분쟁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 시스템은 최초로 전세계에 정확한 시보를 알리는 역할을 한 위성이기도 했다.
하지만 군은 점차 이 위성항법의 단점을 보완한 보다 빠른 실시간 위치 측정 능력방식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트랜짓은 위성과 수신점 사이의 상대적 속도를 이용하는 방식이어서 여러경로로 들어오는 신호 도착시 잡음과 혼신을 보였다. 시간 확산 현상으로 인한 다른 신호 크기, 주파수 편이, 신호 시간 지연 때문이었다.
게다가 트랜짓항법 데이터 수정은 위성이 수평선상에 있을 때에만 가능했다.
지구전역을 커버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정해진 시간에 한 대의 위성만 관측지점에서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위성위치에 따른 수정시간도 들쭉날쭉했다. 중위도에선 1~2시간면 족했지만 적도상에선 더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특히 움직이는 물체의 위치 정확도가 떨어졌다. 움직이는 배나 비행기처럼 지구상의 특정 위치에서 계속 벗어나게 돼 이상적인 도플러 곡선데이터를 통한 데이터분서결과를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트랜짓 항법에서는 전파기지국에서 트랜짓위성에 위치데이터를 전송하도록 돼 있었다. 지상 4군데에 설치된 해군 추적기지 및 전파발사기지에서는 매일 2차례 각 트랜짓 위성에 위성천문일지역법(ephemeris)과 시간보정값 전파신호를 보냈다. 2개의 반송파는 전리층에서 위성신호가 굴절되는데 따른 항법에러를 줄이도록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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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위치측정용 신호를 보내는 마스터시계는 수정으로 만든 진동자(쿼츠 오실레이터)를 사용한 것이었다. 하루에 50마이크로초의 오차를 내는 기기였다. 이 짧은 시간동안 전파는 14km이상 진행됐다. 하루종일 내비게이션 수신기를 방치하면 이만큼의 오차가 발생한다는 의미였다.
트랜짓 위성 수신기의 위치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마스터시계의 정확도도 높여주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