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MHz]통신·방송 으르렁…쟁점은?

공공성 vs 경제성, 진영 논리 불꽃 튄다

일반입력 :2013/11/13 16:22    수정: 2013/11/13 17:06

정윤희 박수형 기자

700MHz 주파수 대역이 통신·방송업계의 격전지로 부상했다. 아날로그TV의 디지털 전환 이후 주인 없는 유휴 대역을 차지하려는 통신업계와 방송업계의 기싸움이 치열하다. 각계의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도 이 같은 상황을 반영, 한때 마찰음을 냈다.

양측이 700MHz 대역을 원하는 이유는 명쾌하다. 무선 트래픽 폭증을 대비한 추가 주파수 확보와 차세대 UHD 방송을 위해서다. 문제는 할당 가능한 700MHz 여유 대역이 한정됐다는 점이다. 서로 질세라 강경한 표현을 내놓으며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안간힘인 이유다.

현재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회수된 700MHz 대역(698~806MHz)의 유휴 대역은 총 108MHz 폭이다. 이중 40MHz 대역은 이미 통신용으로 사용키로 결정됐다. 나머지 68MHz 대역이 논의 대상이다.

현재 미래부와 방통위는 양측의 의견을 수렴, 700MHz 대역 활용방안에 대한 연구반을 운영 중이다.

■주파수, 공공성이나 경제적 효율성이냐

경제성, 그리고 공공성. 각각의 업계를 대변하는 단어다. 공공재인 주파수를 이동통신용으로 이용하면 사회 후생 효과가 발생해 경제적 도움이 된다는 것이고, 지상파 방송에 사용하면 공익이 발생한다는 논리다. 어느 것 하나 선택하기 어려운 문제다.

통신업계는 “주파수 효율성을 최우선해 최대한 경제성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기회비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맞받아친다. 여기에 “통신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지만 국민에게 많은 편리를 제공하는 만큼 역시 공공성을 띈다”며 “포괄적 공공성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본지 2013.11.13. [700MHz 왜 싸우나]통신계 주파수 부족 참조)

방송계는 “주파수는 공공재로 수익수단이 아니기 때문에 경매 대상이 아니다”며 국민의 TV 시청을 위해 공익을 강화하자고 목소리를 높인다.(본지 2013.11.13. [700MHz 왜 싸우나]방송계 UHD 필수요소 참조)

양쪽이 서로 반박하지 않는 부분이다. 다만 서로의 의견을 따르지도 않는다. 미래 경제 효과나 공익 모두 측정하고 비교하기 어려운 가치 기준이기 때문이다. 양 업계가 이러한 대전제보다는 세부적인 필요성, 상대적인 효과 우위 등을 강조하는 이유기도 하다.

■꼭 700MHz 대역만 필요할까

그렇다면 꼭 700MHz 대역이 필요한 이유는 뭘까. 쉽게 표현하자면, 700MHz 대역은 통신과 방송, 양 업계가 탐낼만한 ‘진짜 황금주파수’라는 말로 요약 가능하다.

우선 700MHz 주파수 대역은 신호 전파의 회절성이 강하다. 신호 감쇠가 적어 전파 효율성이 뛰어나다. 통신용이나 방송용이나 최적의 주파수라는 얘기다.

만약 700MHz 대역을 놓치게 된다면 3.5GHz 고주파 대역이 개발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현재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는 3.5GHz 대역을 쓰려면 네트워크 구축, 기술 개발 등 갈 길이 멀다.

통신업계에서는 저대역 주파수일수록 동일한 송신전력으로 보다 넓은 서비스 지역 커버가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고주파일수록 저주파에 비해 1.65배~2.6배의 기지국이 더 필요하다는 논리다.

방송업계는 고대역 주파수에서는 아예 방송 자체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고주파로 갈수록 신호가 직파로 가기 때문에 1GHz 대역만 넘어가도 방송이 힘들다는 주장이다.

이상진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정책국장(SBS 소속)은 “700MHz 대역 108MHz 가운데 54MHz만 있어도 지상파가 UHD 방송을 준비할 수 있다”며 “일본처럼 지상파가 위성을 가진 것도 아니고 이 주파수를 확보하지 못하면 정부가 추진중인 UHD 방송에 지상파는 제외하겠다는 것을 못박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해외도 통신용” vs “억지 논리”

또 한 가지 논란거리는 해외사례다. 해외 대부분의 나라가 700MHz 대역을 이동통신용으로 할당했다는 것이 통신진영의 주장이라면, 방송진영은 실제 한국에서 언급되는 대역을 통신용으로 할당한 곳은 남미뿐이라고 반박한다.

통신업계는 국제적인 주파수 조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해외에서도 대부분의 국가가 700MHz를 이동통신용으로 분배하는 만큼, 글로벌 트렌드를 따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미 미국, 일본, 호주 등이 700MHz 대역을 통신에 할당했고 대만, 뉴질랜드, 캐나다, 프랑스 역시 이동통신 용도로 할당할 예정이다.

송철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조사연구실 팀장은 “해외 사례를 비춰 봐도 700MHz 대역은 통신용으로 할당 됐을 뿐 방송으로 할당된 예가 거의 없다”며 “국가간 전파간섭, 표준채택, 단말기/장비 도입 등을 고려할 때 국제적인 주파수 조화를 고려한 주파수 할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방송업계는 “아이폰5S가 현재 출시된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많은 주파수를 지원하는데 700MHz 대역 주파수 중 46MHz 폭만 지원한다”며 이 대역 전체를 통신용으로 쓸 필요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다만 방송측에서는 “700MHz 대역 54MHz 폭만 빌려주면 12년 뒤에 150MHz를 반납하겠다”며 일종의 딜을 제안했다. 700MHz 대역의 절반 폭만 차세대 방송을 위해 쓰겠다는 것인데, 통신업계가 ‘실체가 없는 전세계적 통신 활용’이라는 구호로 한국의 UHD 방송 앞길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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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통신업계에서는 “주파수의 효율적인 사용을 위해서 파편화는 옳지 않다”라며 “LTE는 가장 효율적인 할당 단위가 20MHz 폭인데 6⨉60 정도가 되야 3사 모두 효율적인 사용이 가능하다”고 맞받았다.

또 “미국의 경우 밴드플랜이 쪼개져 있는데 돈만 많이 들고 속도도 안나와 결국 재배치 해야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