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D, 한물간 3DTV 구원? "글쎄"

일반입력 :2013/11/11 11:41    수정: 2013/11/11 13:56

정현정 기자

SBS가 지상파 방송사 최초로 3D 방송을 시작한다. 2010년 영화 ‘아바타’ 이후 줄곧 콘텐츠 부재에 시달렸던 3D TV 시장에는 모처럼의 호재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3D 콘텐츠가 TV 시장 주류로 자리잡기에는 이미 제조사나 방송사, 시청자의 관심에서 모두 멀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SBS는 지난 10일 새벽 정규편성 된 ‘TV 속 움직이는 세상, THE 3D’를 시작으로 지상파 3D 본방송을 시작했다. 기존에 3D TV를 보유하고 있던 시청자들은 지상파 채널을 통해 3D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3D 방송을 접할 수 있는 통로는 IPTV나 위성 등 유료방송이나 3D가 지원되는 블루레이 혹은 온라인에서 내려받은 콘텐츠를 USB를 통해 시청하는 정도가 전부였다.

시청이 가능한 가구는 서울, 수도권의 지상파 직접 수신 세대나 아날로그케이블 방송 가입자 50만명 정도로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콘텐츠 부재에 시달렸던 TV 업계에는 일단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3D TV 대중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LG전자는 “지상파 정규방송에서 3D가 시작됐다는데 의미가 있다”면서 “3D 콘텐츠 보급이 늘어나면 선순환 구조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삼성전자, LG전자가 하이엔드 TV에 3D 기능을 기본으로 탑재한 이후 국내에 3D 방송 시청 인프라는 상당히 우수한 편이다. 국내 TV 시장 규모는 대략 연간 300만~350만대 규모로 추산된다. 이 중 최근 판매되는 TV의 약 30% 정도가 3D 기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콘텐츠만 있으면 얼마든지 3D 방송을 시청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SBS가 지상파를 통해 방송을 내보내면서 다시 3D 콘텐츠가 시장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3D 때문에 TV를 바꾸거나 별도 투자를 할 만큼 3D 방송이 시장 주류로 자리잡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1~2년 전까지만 해도 3D 마케팅에 집중하던 TV 제조사들도 최근에는 3D 관련 광고는 거의 중단한 상태다. 대신 울트라HD(UHD)와 유기발광다이오드(UHD) TV 마케팅에 집중한다. 제조사들이 최근 판매되는 대부분의 하이엔드 TV에 3D 기능을 추가하면서 손익만 악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콘텐츠 인프라도 열악한 편이다. 국내에서 최초로 24시간 3D 방송을 시작했던 KT스카이라이프는 지난해 3D 콘텐츠 사업에서 철수했다. SBS도 3D 프로그램 편성을 확대 검토한다는 계획이지만 국내외 콘텐츠 시장 호응과 시청자 반응이 변수다. 이미 미국의 ESPN은 올 연말 3년간 운영해온 3D 채널 송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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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식 디스플레이뱅크 연구원은 “아바타 이후에 제대로된 콘텐츠가 없는 상황에서 시청자들은 3D TV를 구매해놓고 호기심으로 한 두 번 사용한 후 방치해두는 경우가 많고 안경방식에 대한 거부감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방송사 자체로도 수익모델을 찾지 못해 해외쪽에서는 이미 3D에 대한 선호도가 줄어든 상황이다. 지상파 3D 본방송이 초반에는 반짝 관심을 받을 수 있겠지만 SBS가 꾸준히 3D 콘텐츠에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