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시스템즈와 구글이 각각 제안한 웹표준 화상회의 서비스용 영상압축기술 표준화안이 모두 부결됐다.
이에 따라 구글과 시스코간 코덱 전쟁은 불가피해졌다. 양사는 브라우저를 포함한 관련 제품 개발사들을 우군으로 확보하기위한 힘겨루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인터넷표준화기구(IETF)가 지난 7일 캐나다 밴쿠버 88차 회의를 열어 구글과 시스코가 각각 제안한 오픈소스 코덱 기술의 웹표준 실시간 화상회의 서비스 표준 채택 여부를 논의했지만 두가지 모두 필수적인 구현(MTI) 기술로 채택되지 않았다.
코덱은 동영상을 저장하고 표시하기 위해 필요한 압축 및 해제를 처리하는 기술이다. 산업표준으로 널리 쓰여온 H.264 코덱 영상을 처리하려면, MPEG LA라는 특허관리 컨소시엄에 관련 로열티를 내야 한다. 기업용 화상회의 장비나 DVD 플레이어, 컴퓨터 운영체제(OS)나 유튜브같은 동영상 사이트 모두 마찬가지다. 차세대 브라우저에선 영상재생이나 실시간 화상회의 서비스를 예전처럼 별도 프로그램 설치없이 쓸 수 있다.
H.264 코덱은 여전히 사용자와 서비스 업체, 제품 제조사들에게 로열티 부담을 지운다는 점이 문제였다. 이는 웹표준 확산과 발전, 자유로운 사용 여건 조성에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H.264 대안이 없는 상황에 구글이 온투테크놀러지라는 전문업체를 인수해 VP8이라는 코덱을 오픈소스SW로 공개했다. 이를 웹표준 화상회의 서비스인 '웹RTC' 구현시 표준 영상압축기술로 삼고자했다.
이에 맞서 기업용 화상회의 서비스와 솔루션 시장에서 코덱 관련해 이해관계가 있는 시스코는 최근 MPEG LA에 스스로 로열티를 내고 H.264 오픈소스 버전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시스코 역시 웹RTC 구현을 위한 표준 코덱을 노렸다.
IETF 회의에서 구글과 시스코의 오픈소스 코덱 채택이 모두 부결됐다는 소식을 전한 IT미디어 기가옴은 브라우저 개발사와 화상회의 장비 제조사 그리고 칩셋 개발사들은 H.264든 VP8이든 웹RTC용 기본 코덱으로 결정될 경우 결국 동의할 터였다며 시스코가 모질라의 지지를 받으며 로열티 없는 오픈소스판 H.264를 밀고 나섰지만 (논의가 성숙되기 전) 이르게 열린 회의에선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평했다.
웹RTC 표준 코덱을 논의하는 IETF 회의실에 참석 중이었던 화상회의 전문 벤처업체 훅플래시의 창립자 에릭 라거웨이가 실시간으로 기록한 회의 내용을 통해 구글과 시스코에 대한 현재 업계의 지지 비중을 단편적으로 접할 수 있다.
라거웨이의 글에 따르면 당시 실내에서 의결에 참여한 사람들 가운데 시스코 H.264 표준화에 찬성한 비중은 절반 가량이다. 구글 VP8의 표준 채택을 지지한 비중은 30%였다. 반면 시스코 협업솔루션 '재버'를 통한 참여자 중에선 VP8에 대한 채택 찬성 비율이 75%로 나왔다. 시스코 H.264에 대한 비중은 25%였다.
그와 별개로 웹RTC 소식을 다루는 블로그에 IETF 회의 내용을 정리한 스페인의 통합커뮤니케이션(UC) 전문컨설팅업체 쿠오비스(Quobis)의 빅토르 파스쿠알 최고전략책임자(CSO)는 VP8과 H.264를 모두 MTI로 채택하는 선택지는 수개월 전 메일 교신간 합의된 논의 목록에 없어서 (IETF 회의 의결) 초기 절차에서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웹RTC용 표준 코덱을 지정하기 위한 노력과 국제기구의 논의가 추가로 이어질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VP8과 H.264의 표준 기술 채택이 무산된 사례가 처음도 아니다.
구글은 VP8을 선보인 뒤 데스크톱 브라우저 가운데 크롬, 파이어폭스, 오페라 브라우저가 해당 기술만 지원하는 웹기반 동영상 재생기능을 탑재하기 시작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 사파리는 H.264 기반 재생기능만을 기본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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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일부 업계는 모든 브라우저들이 따를 수 있도록 특정 코덱을 지정한 웹동영상 재생기능을 웹표준화기구 월드와이드웹컨소시엄(W3C)에서 표준화하길 바랐다.
하지만 3년전 W3C HTML5 대한민국관심그룹(KIG) 출범 기념식에 참석차 방한한 제프 자페 W3C 최고경영자(CEO)는 W3C에서 특정 코덱이 확산되도록 지원할 계획은 없다며 HTML5에서 사용할 코덱을 직접 결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