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그쪽(제조사)이 알아서 팔라고 하세요. 우리가 그 물건(외산 스마트폰) 수만대를 어떻게 책임지나요. 그거 안 팔려요.” -국내 모 통신사
“통신사가 초도물량 3만대만 받겠다는데, 그거 때문에 전국에 AS망 운영하라니 본사가 이해 못하죠. ‘제조사 장려금’도 엄청나게 내놓으라는데...” -외산 모 휴대폰 제조사
애플 아이폰을 제외하면 국내 이동통신 대리점에서 씨가 마른 외산 스마트폰. 올 들어 간간히 나왔던 재도전 루머들은 루머로만 끝났다. 국내 이동통신사들과 이해관계가 여전히 엇갈린다.
■초도물량 10만대, 불가능 시나리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 소니와 몇몇 중국 업체들이 국내 이동통신사들과 스마트폰 출시를 놓고 최근 접촉했으나 성과는 없다.
소니는 야심작 ‘엑스페리아Z1’의 국내 전파인증까지 받아냈기에 더 아쉬운 상황이다. 지난해 초에도 SK텔레콤과 협상만 벌이다 전파인증 통과 제품을 출시 못했다. 현장 사람들의 말을 종합할 때 외산 제조사들이 이동통신사에 원하는 기본 조건은 10만대 안팎의 초도물량 공급으로 요약된다. 반품 없이 이동통신사가 소화해야 할 물량이다.
위탁 형태라도 전국에 AS 망을 두고 각종 마케팅 비용까지 책정할 때 경영진이 납득할 마지노선이 10만대라는 설명. 과거 모토로라와 HTC 등도 비슷한 전략을 폈다.
한국 재진출 계획이 없다는 HTC의 고위 관계자는 “애플과 삼성으로 판이 완전히 나뉘기 전에는 외산들도 초도물량 공급이 수월했으나 안 팔리는 데 장사 없다”며 “신제품이 나와도 이동통신사에서 몇 만대 받아주지 않으니 짐을 쌌다”고 말했다.
소니는 아직 SK텔레콤과의 협상 끈을 놓지 않았기에 이 문제에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회사 관계자는 “물량 관련해 한국 이동통신사와 협상이 쉽지 않다”며 “제품 출시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신사 “우리가 재고처리?”
‘10만대 주문’ 조건에 대한 이동통신사 반응은 냉담하다 못해 싸늘하다. 팔리지 않을 제품으로 부담을 안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패 사례는 충분하다.
지난해 SK텔레콤과 KT는 외산 재고 처리에 진땀을 흘렸다. 모토로라와 블랙베리, 노키아, HTC 등의 제품들이다. KT의 경우 ‘모토로라 레이저’를 사면 소니의 인기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3’를 무료로 주는 프로모션까지 벌였다. 자체 예산 1억5천만원을 쏟았다.
올해 LG유플러스도 일본 카시오의 방수 스마트폰을 시험 삼아 출시했으나 몇 주 만에 공짜폰으로 돌렸다.
결국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아이폰을 제외한 외산에 믿음을 못 보내고, 출시 길이 막히는 구조가 굳어진 것이다.
관련기사
- 휴대폰 보조금 제재, 얼마나 독해질까2013.11.08
- 스마트폰 보조금, 왜 항상 17만원일까2013.11.08
- 소니 괴물폰 가격 폭락…한국행 빨간불2013.11.08
- “갤S4 LTE-A 마이너스폰”…보조금 폭주2013.11.08
뾰족한 수는 외산 제조사 진영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이동통신사들은 삼성-LG-팬택-애플 등으로도 아쉽지 않다는 반응들이기 때문이다.
한 이동통신사 임원은 “과거에는 스마트폰 라인업 다양화 차원에서 외산을 받아들였지만 올해는 그럴 여유가 없다”며 “삼성전자나 LG전자 제품이 가입자 모으기에 유리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