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들은 감을 잃었다. 2020년 IT 기업 톱은 우리다.” -권오현 부회장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 집중한다.” -신종균 IM담당 사장
삼성전자 수뇌부가 향후 10년의 목표를 선명하게 제시했다. IT 기업 가운데 세계 1위. 스마트 기기를 중심으로 한 주력 제품 모두 1위. IT와 타 산업을 융합한 새 시장을 만들어 또 1위. 경쟁사들이 못 따라올 톱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이 목표들의 달성을 위해 숙적 애플을 상대로 한 전쟁 승리는 필수 조건이다. 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전자 애널리스트데이는 삼성전자의 대 애플 전략 줄기를 보여줬다.
삼성전자 수뇌부는 정확한 회사명 대신 ‘경쟁사’라는 단어를 썼지만, 발표 주요 대목에서 애플을 겨냥했음을 드러냈다.
이들이 밝힌 삼성전자의 차기 대 애플 전략은 크게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 총력전 ▲전략적 특허 관리 ▲타 산업과의 융합 등 3개로 나뉜다.
■연구투자 절반이 소프트웨어…총력전 돌입
우선, 그간 약점으로 지적받아 온 소프트웨어 부문에 대한 투자가 방대하다. 올해만 140억달러를 전사 연구센터에 투자하는데 소프트웨어가 핵심이다. 삼성디스플레이를 포함해 지난 2010년 5만명이었던 삼성전자 연구센터 직원은 현재 8만명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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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년 전 한국에만 위치했던 삼성전자 연구센터는 세계로 퍼졌으며, 올해 현재 총 34곳에 달한다. 최근에는 미국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 대규모 연구개발(R&D)센터를 착공했다. 쿠퍼티노 애플 본사와 불과 10km 밖에 떨어지지 않은 위치다.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은 “연구센터 업무 중 소프트웨어 비중이 절반에 달한다”며 “특히 소프트웨어 박사 인력을 적극 영입 중”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신종균 IM(IT/모바일)사장도 “최고의 하드웨어에 걸 맞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만들고 있다”며 “특히 모바일 사용자환경(UX) 수준을 확 끌어올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회사 재무책임자(CFO) 이상훈 사장은 “직원 채용 초점이 소프트웨어에 맞춰졌다”며 “국내를 넘어 전 세계 소프트웨어 인재들의 역량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별 특허 전문가 영입 박차
특허 역시 삼성전자와 애플을 얘기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양사는 3년 넘게 “네가 베꼈다” 식의 특허 전쟁을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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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지난 2010년 IP(지적재산권)센터를 신설, 특허 관련 업무를 집중시켰다. 국가별로도 변호사를 비롯한 특허전문가 영입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올해 현재 삼성전자는 IBM에 이어 미국 내 특허 수 2위의 강자이지만,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부분에서 애플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또, 특허를 수익원으로 삼은 특허관리전문회사(NPE)들이 늘어나면서 소송 난타전이 벌어지는 것도 삼성전자의 새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최근 들어서도 휴대폰 사업을 마이크로소프트(MS)에 넘기고 NPE로 변신 중인 노키아에게 특허 사용료를 5년 간 더 주기로 한 삼성전자다. IP센터에 대한 지원사격 강화는 당연하다.
이상훈 사장은 “특허 무기로 한 분쟁이 늘어나고 위험 노출이 심화되고 있다”며 “IP센터 투자 강화가 주요 전략이 됐다”고 밝혔다.
권오현 부회장도 “남의 기술을 따라할 생각이 없다”며 “우리만의 기술을 만들어 특허를 확대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 산업 융합 경쟁 이미 불붙어
타 산업과의 융합 부분에서는 소프트웨어를 연동한 스마트카와 바이오, 교육 등이 거론됐다. 일정 부분은 어느 정도 수준에 올랐다는 자체 평가도 내놨다. 이른바 비욘드 스마트폰 시대를 이끌 키워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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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역시 애플과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애플은 지난 6월 ‘iOS7 in the car’라는 플랫폼을 발표했다. 아이폰과 자동차에 내장된 대시보드 시스템간 긴밀한 통합이 주 내용이다.삼성전자는 인텔과 개발 중인 타이젠 운영체제(OS)를 스마트카에 내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이 OS 2.0 버전부터는 자동차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연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신 사장이 최근 인터뷰에서 “타이젠을 안드로이드 대안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것은 오해”라며 “삼성전자는 사업자와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에 따라 그에 맞는 제품을 소개한다는 게 원칙이다”고 말한 것도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권오현 부회장은 애널리스트들에게 “비즈니스 계획을 자동차와 교육 등과 접목할 것”이라며 “업계를 완전히 바꿀 제품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경쟁사들은 감을 잃었다”는 공격 메시지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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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삼성전자 수익에서 스마트폰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전체 매출의 62%, 영업이익의 68%를 거뒀다. 앵글을 돌려보면 다른 사업부의 존재감이 떨어졌단 뜻으로 해석된다. 스마트폰 주자들의 흥망성쇠가 IT 가운데서도 가장 빠르기에 더 불안한 부분이다.
결국,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의 현실화 정도가 회사 미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삼성전자 수뇌부도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