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업계가 통신요금 원가 공개 논란으로 들썩인다. 국정감사 후폭풍이 만만치 않은 모습이다. 통신요금 원가를 공개하라는 국회, 소비자단체와 불가하다는 이동통신사가 첨예하게 맞섰다. 정부는 국회의 압박에 당초 비공개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섰다.
논란의 불씨는 지난 14일 국정감사장에서의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의 발언이 다시 지폈다. 국정감사 당시 최문기 장관은 항소심이 진행 중인 통신비 원가 공개 소송의 항소를 취하하라는 야당 의원들의 압박에 “소송을 취하할 용의가 있다. 취하를 하게 되면 (통신원가)자료를 공개하겠다”고 답했다.
최 장관의 발언에 이동통신 3사가 강하게 반발하는 동시에 미래부 내부에서도 “정해진 것 없다”며 이견이 나오는 등 혼란이 극심하다. 불똥이 튄 단말기 제조사 역시 반발하기는 마찬가지다.
■“원가는 영업비밀” vs “통신비 인하 필수요건”
통신비 원가 공개를 요구하는 측은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서는 원가 공개가 필수라는 입장이다. 참여연대는 “통신서비스는 생활필수품이자 중요 공공서비스로 국민들의 과도한 통신비 부담을 감안했을 때 통신요금 원가 공개가 통신비 인하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승희 의원 역시 “전국민적 관심사가 통신비 인하인 상황에서 원가를 알아야 통신비 인하에 대한 적절한 요구를 할 수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반면 통신사 및 제조사는 원가는 영업비밀로 절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통신사 한 임원은 “통신 원가를 공개하라는 것은 시장에 알몸으로 나가라는 말”이라며 “국회와 정부가 회사의 영업비밀을 공개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명백한 월권행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통신사 임원도 “통신 원가는 음성, 데이터, 문자 등이 결합돼 있는데다 3G, LTE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고 복잡해 원가를 따지는 것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며 “전 세계 어디에도 통신원가를 공개하는 곳은 없다”고 강조했다.
단말기 제조사측 백남육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 역시 “단말기 원가는 영업비밀로, 이를 공개한다면 경쟁이 매우 치열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 업체에 빌미를 줄 수 있다”며 “단말기 출고가는 출시 국가에 따라 제품 사양이나 해당 국가 세율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1심 판결 “일부 공개”…방통위-SKT 항소
앞서 참여연대는 이통3사의 통신요금이 지나치게 비싸다며 원가와 요금 산정 자료, 이통요금 인하 논의와 관련한 회의록 등을 공개하라고 옛 방송통신위원회(현 미래창조과학부)에 청구했으나, 방통위가 통신요금 총괄원가만 공개하고 세부 자료 공개를 거부하자 2011년 7월 소송을 냈다.
이후 지난해 9월 6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는 참여연대가 방통위를 상대로 낸 ‘휴대전화 요금 원가 공개’ 소송에서 “원가 산정 자료를 공개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공개 대상 자료는 이동통신 원가 관련 영업보고서 자료(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영업통계, 역무별 영업외 손익명세서, 영업통계명세서), 요금인하 관련 방통위 전체회의 보고자료 8건, 통신요금 태스크포스(TF) 보고서 초안 및 국회 보고자료, TF 공무원 명단 및 민간전문가 소속기관명(KISDI, KDI, ETRI, 소보원 등) 등이다.
8건의 보고자료는 구체적으로 ①장애인․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 대한 통신요금감면 ②USIM 제도개선 ③스마트 모바일 요금제도 개선 ④MVNO 제도 도입준비 ⑤스마트폰 정액요금제 확대 및 무선인터넷 요금개선 ⑥MVNO 도매제공 대가산정 고시 제정안 ⑦단말기 출고가 인하 권고 의결 ⑧MVNO 데이터 전용 도매대가 마련 추진이다.
단, 사업자가 보유한 개별 유형 자산, 취득가액 등 세부 항목은 영업 비밀에 해당한다며 공개 대상에서 제외했다. 옛 방통위가 운영했던 ‘통신요금 인하 TF’의 의사록을 공개하라는 청구도 각하했다.
해당 재판은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방통위는 지난해 9월 25일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공개하되 일부 사실 오인이 있다”며 항소했다. 이어 하루 뒤인 26일 SK텔레콤이 연달아 항소했으며, KT와 LG유플러스는 정부의 요청으로 보조 참가인으로 참여하고 있다.
다만 항소 범위는 법적으로 비공개가 불가피한 부분에 한정해 요금인가신청서 등과 민간전문가 9명의 실명에 국한키로 했다. 요금인가신청서 등에는 ‘원가자료’뿐만 아니라 사업자의 ‘영업전략’을 담은 비공개 정보가 포함돼있다는 주장이다.
원고인 참여연대 역시 항소했다. 서울행정법원이 ‘영업비밀’이라고 적시한 부분과 통신요금 TF 회의록 각하 처분 등에 불복한 것이다. 또 2G, 3G뿐만 아니라 LTE 요금제 원가 정보에 대한 정보공개청구서도방통위에 접수한 상태다.
■항소심 진행 중, 미래부 공개할까
당초 미래부 국정감사에서는 통신원가 자료 제출을 놓고 정부와 야당 의원들이 대립하면서 국감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졌었다. 통신원가 공개를 요구하는 의원들의 질의에 미래부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건으로 열람은 가능하나 공개는 불가하다”고 맞섰다.
김주한 미래부 통신정책국장은 “미래부가 비공개키로 한 정보라도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에 대한 법률에 따라 반드시 따라야 하지만 정보공개여부에 대해 항소심이 진행 중”이라며 “국정감사에 관한 법률에는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진행 중인 소송, 재판 등에 관여, 방해할 목적으로 자료 제출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이상민 의원은 “정부가 제출을 거부하는 이유가 재판에 관여, 방해할 목적이라고 하면 국정감사 중 자료를 제출하는 것이 재판을 방해한다는 것이냐”며 “미래부가 든 법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공공기관정보공개법이고 지금 우리는 국정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요구한 것으로 이치에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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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의원 역시 “국정조사법 제8조에서 계속 중인 재판에 관여할 목적으로 권리를 행사하지 말라고 명시된 것은 맞지만 국회가 재판에 관여할 목적이 있다는 것은 미래부가 입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신요금 원가 공개와 관련해서는 오는 31일 미래부 확정감사에서 다시 한 번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부가 국회에 통신요금 원가자료를 제출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