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탭 '무관세' vs 전자책 '관세'…이유는?

일반입력 :2013/10/15 08:58    수정: 2013/10/15 11:45

남혜현 기자

전자책 단말기에도 태블릿처럼 탄력 세율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독서를 장려하는 정부 정책과 IT 기기간 극심한 시장 경쟁을 감안할 때, 전자책 단말기에만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지적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서 선보인 전자책 단말기들이 세율 때문에 진통을 겪고 있다.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는 태블릿이나 전자 사전 등이 정보통신(IT) 기기로 분류, 관세를 면제받는 것과 달리 전자책 단말기는 8% 일반 세율을 그대로 부과 받기 때문이다.

최근 사례는 한국이퍼브가 타이완서 제작, 국내 유통하는 전자책 단말기 '크레마 샤인'이다. 총 4천430대가 태블릿으로 신고 후 지난달 25일 인천공항에 도착했지만, 이틀간 발이 묶였다. '전자책 단말기'로 품목을 수정해 8%의 관세를 물어야 통관할 수 있다는 세관 측 설명 때문이다. 전작인 '크레마 터치'가 지난해 '태블릿'으로 통관됐던 것과는 상반된다.

수십만원대 고가로 책정된 태블릿과 달리 전자책의 경우 사용자 확보를 위해 10만~20만원대로 큰 이문 없이 판매했다. 여기에 8%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판매자가 오히려 손해를 입을 수 있어 타격이 크다. 그간 국내 전자책 단말기들이 '태블릿'으로 신고해 국내 들어온 이유다.

한국이퍼브 관계자는 태블릿이나 전자사전 등이 모두 비슷한 용도의 제품인데 전자책 단말기만 '독서'라는 특수 목적으로 일반 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라며 정부 정책처럼 독서나 교육 목적의 단말기를 장려하는 것이라면 전자책 단말기는 이에 가장 합당한 기기라고 강조했다.

관세평가분류원(이하 분류원)에 따르면 PC나 태블릿, 휴대폰, 전자사전 등 다수 전자 제품들이 정보통신기술(IT) 기기로 분류돼 양허 세율이 적용, 즉 0%의 관세를 부과 받는다. 일반적으로 전자제품에 부과되는 8%의 일반 세율을 면제 받는다는 뜻이다.

이 양허세율 품목은 세계관세기구(WCO)에서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힘이 있는 국가들이 자국에 유리한 품목에 양허세율을 적용하기 위해 힘쓴다. 예컨대 휴대폰이나 태블릿 같은 경우 미국이나 우리 정부가, 전자사전은 일본 정부가 강하게 주장했다. 갤럭시탭도 양허세율을 인정받는다. 수혜는 삼성전자 등 태블릿 업체들이 입었다.

분류원 관계자는 IT 기기에 양허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각 나라의 경제적 여력과 상관없이 문화적 혜택을 부여하고 정보격차를 축소시키자는 의의라며 무역 장벽을 없애자는 것이지만, 전자책 단말기의 경우 아직까지 WCO에서 IT 품목으로 협정이 되어 있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WCO에서는 아직까지 IT 제품에 전자책 단말기를 포함시키자는 기류가 형성되지는 않았다. 전자책 단말기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같이 큰 시장 규모를 갖고 있지는 않아서다. 그러나 업계는 정보 장벽을 해소하는 부분에 있어 전자책 단말기가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

특히 국내 시장서 한정해 보면 교육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단말기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국가적 차원에서 유익하지는 않다. 예컨대 중등학생들이 주로 사용하는 전자 사전의 경우 WCO 결정 외에도, 교육에 사용해 국민 다수가 구매하는 제품엔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것이 옳다는 분위기가 컸다.

도서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 이미 종이책은 면세 제품이다. 독서를 장려하기 위한 국가 정책이다. 그러나 전자책은 파일이나 단말기 모두에 세금이 부과된다. 단말기나 콘텐츠 양측에서 모두 '전자책'이란 이유 때문에 차별 받는 셈이다. 문화체육관광부, 미래창조과학부 등이 디지털 콘텐츠를 미래 육성 산업으로 선정한 것이 무색한 지경이다.

게다가 디지털 교과서가 국책 사업으로 시행되고, 전자책 시장이 커지게 되는 시점에서 전자책 단말기에만 관세가 부과되는 것은 더욱 큰 형평성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해외선 킨들 등 전자책에 특화한 단말기를 대학에서 사용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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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업계는 세율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관련 부처는 아직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추세다. 문화체육관광부나 기획재정부, 관세청 등도 정확하게 자신의 소관이라 판단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디지털 교과서 등 전자책 시장 육성을 위해 단말기에 대한 지원이 꼭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시점에서 정부 대처가 아쉬운 대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WCO의 양허세율을 인정 받도록 정부가 적극 주장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 전까지는 기획재정부에서 세율을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라며 전자책이 국민 교육에 필요한 부분이라는 판단을 정부가 한다면 세율을 감면하는 등 진흥 정책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