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만 수입금지' 美 반응 살펴보니...

일반입력 :2013/10/09 10:22    수정: 2013/10/09 23:56

정현정 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삼성전자 구형 스마트폰에 대한 미국 내 수입 금지 판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한 가운데 미국 내 언론들은 대부분 이미 예견됐던 상황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표준특허와 상용특허의 차이를 언급하며 당연한 결정이라는 시각도 있다.

8일(현지시간) 마이클 프로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오바마 대통령이 삼성전자 구형 스마트폰 제품 수입금지 조치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고 알렸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미국 시장에서 갤럭시S와 갤럭시S2, 갤럭시 넥서스, 갤럭시탭 등을 수입·판매할 수 없게 됐다.

이는 지난 8월 ITC의 애플 아이폰 수입 금지 판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과는 정반대의 결정으로 삼성 제품에만 수입금지 결정을 수용하면서 국내에서는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 내 언론들은 이같은 상황이 미리 예견됐다면서 대부분 차분한 어조로 해당 내용을 보도하고 있다.

이번 결정을 최초로 보도한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ITC 소송 전문 로펌인 포스터, 머피, 알트만 앤 니켈의 짐 알트만 변호사의 발언을 인용해 1987년 이후 처음으로 애플 제품 수입금지 결정에 대한 거부권이 행사되고 의회와 법정에서 정치적인 공방이 벌어졌을때부터 이번 결정은 예상됐던 일이라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결정 수용에는 어떤 정치적인 고려나 영향도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으로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입을 손실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것도 이같은 분위기에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수입이 금지된 제품은 대부분이 구형 스마트폰으로 현재 판매가 이뤄지지 않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미국 IT전문매체 씨넷은 (삼성에게)이번 결정은 매우 화가나는 상황이지만 삼성이 취할 수 있는 대응은 없다면서 이번 수입금지 조치에 신제품인 갤럭시S4는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행정부의 애플 감싸기가 당연한 결정이라는 시각도 있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가 지난 8월 아이폰·아이패드 등 애플 제품에 대한 수입금지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내세운 프랜드(FRAND) 원칙을 감안할 때 충분히 가능한 결정이라는 시각이다. 삼성전자가 침해한 애플 특허가 필수표준특허가 아닌 상용특허였다는 이유다.

미국의 IT 전문 매체인 아스테크니카는 애플은 상용특허를 들고나왔지만 삼성전자는 표준필수특허로 애플을 공격한 차이가 있음에도 오바마가 이에 개입했다는 사실에 편파적이라는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면서 삼성전자는 영향이 크지 않은 몇 제품에 대해 수입금지 판정을 받았음에도 ITC의 결정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합법적인 무역을 위협한다는 떠들썩하게 반발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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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누리꾼(Stephen Magladry)도 삼성은 FRAND 특허라는 이름으로 여러 통신 기술을 다른 기업들이 사용하는 것을 허용했지만 이와 달리 애플이 소유한 특허는 애플만의 독자적인 기술이라면서 삼성과 애플은 특허 라이센스를 맺지 않았기 때문에 삼성은 애플의 허가없이 기술을 사용한 셈으로 이는 옳지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이 정치적인 압력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이 애플 제품에 대한 ITC의 수입금지 결정을 거부하면서 내놓은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삼성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의 에드워드 블랙 대표는 애플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정치적인 압박과 편파적인 상태에서 이뤄진 것으로 일반적인 결정과는 다른 상황에서 나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