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어려운 시험에 직면"

경제입력 :2013/10/01 16:04    수정: 2013/10/02 10:11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시나리오가 진행 중이란 관측에 따라 유력 후계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힘든 시험에 직면했다고 영국매체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넷판이 1일 보도했다.

보도는 지난해 이건희 삼성 회장이 유일한 아들 이재용 씨를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면서 그룹 일가의 후계구도가 가시화됨을 지적했다.

이 회장이 근 26년간 이끌어온 삼성의 사업 영역은 건설사부터 생명보험까지 다양하게 걸쳐 있지만 군계일학은 매출 기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기업으로 불리는 삼성전자다. 그룹의 다른 계열사들은 이 회장의 두 딸이 물려받더라도 핵심 조직인 삼성전자는 이 회장의 경영권을 이을 이 부회장이 물려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수익성에 대한 우려로 지난 6월 주가가 11% 떨어졌다. 이는 이미 삼성전자가 종전의 엄청난 성장세를 앞으로도 지속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투자자들의 회의를 방증한다. 여기엔 경영권 승계 이후에도 삼성전자의 역량이 꾸준히 발휘될 것이냐는 의문도 엮여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삼성전자를 굴지의 기술기업으로 성장시킨 이건희 삼성 회장을 그룹의 이력을 이끈 인물로 꼽는다. 그의 아들 이 부회장은 그 아버지만큼 눈에 보이는 입지전적인 성과를 내놓은 적이 없기 때문에 일가의 후계자로서 불확실성이 적지 않다는 시각이다.

이 회장은 국외 매체들 사이에서도 휴대폰사업 진출 초기에 품질기준을 못 맞춘 불량품 수천대를 불살랐고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켐핀스키 호텔에서는 그룹 임원들을 모아놓고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며 끊임없는 위기대응을 주문한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 유명하다.

그는 삼성에서 상징적 존재지만 자택 개인 집무실에서 대부분의 업무를 보는데, 이 회장이 없는 공백 기간에도 삼성의 기업 활동은 정상 유지됐다. 그가 지난 2008년 탈세 유죄 판결로 회장직에서 물러났다가 2년뒤 사면을 받고 경영 일선에 복귀한 시점에 대한 얘기다.

이처럼 삼성의 운영이 어디까지 이 회장의 경영 능력에 기반하고 어디까지 삼성 임원진들의 역량으로 달성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점이 투자자들의 판단에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경영권 승계가 임박했다는 조짐에 따라 업계 초점은 어릴 때부터 후계자 수업을 받아 온 이 부회장이 삼성을 이끌 능력이 있는 인물인지에 쏠렸다.

이 부회장은 올해 45세로 71세인 그의 아버지보다 더 외향적인 인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일본 게이오대와 미국 하버드대 비즈니스 스쿨에서 유학을 했고 유창한 영어와 일본어를 구사한다. 그가 지난 2007년 맡은 최고고객책임자(CCO)가 처음으로 그룹내 눈에 띄는 역할이었다.

그걸 한직으로 여긴 비평가들은 냉소했지만 이 부회장은 해당 업무로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정기적 연락 기회를 확보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CCO 재직시 경험 덕인지 이 부회장은 지난 2011년 열린 잡스의 추도식에 초대된 유일한 아시아인 경영자가 됐으며, 애플과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특허를 둘러싼 법정공방을 치열하게 이어오고 있지만 여전히 애플이 삼성전자의 주요 부품 고객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이 CCO 재직중 쌓은 글로벌 인맥은 회사가 단순한 저가형 가전 판매부터 복잡한 고객, 공급사, 파트너 국제망을 관리하는 업무까지 도움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삼성전자 스마트TV 사업만 보더라도 단순히 하드웨어 제조에서 끝나지 않고 이 부회장이 미국 정관계에 갖고 있는 인맥을 통해 아마존, 넷플릭스, 버라이즌같은 회사들의 도움을 받아 현지 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일각에선 삼성전자 주식을 5%도 갖지 않은 회장 일가가 경영권을 승계하려는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이 부회장의 자질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다. 반대로 이 부회장을 잘 안다는 사람들은 그런 비판이 불공평하다며 이 부회장은 갤럭시 스마트폰 사업을 포함한 최근 삼성전자의 성공가도에 깊이 관여해왔다고 말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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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는 어찌됐든 이 부회장은 결국 (경영권을) 맡게될 때 엄격한 시험을 치르게 될 것이라며 최근의 추가 하락세는 삼성전자가 성숙기에 달한 스마트폰 제조부문에 의존해온 것에 따른 우려를 반영한다고 썼다.

이어 회사가 생명공학부터 태양에너지까지 새로운 성장 부문을 발굴해왔지만 내부 관계자들은 가시적인 성과에 기여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여러 해가 걸릴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