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제 해야 할까, 그냥 둬야 할까. 인터넷에 올라온 게시물에 대한 삭제요청을 받았을 때 포털 3사,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자가 겪는 곤란한 순간이다.
21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등은 이르면 이달 말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이드 라인인 '게시물 관리에 관한 표준 규약'을 마련할 예정이다.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포털 사이트에는 하루에도 수많은 글들이 올라온다. 현재로서는 관리자 입장에서 작성자 혹은 명예훼손 우려가 있을 경우 제 3자의 요청에 따라 게시글을 임시로 삭제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보니 알 권리나 표현의 자유를 위해 필요한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임시로 삭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KISA, KISO 등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는 게시물 삭제요청에 대해 합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공통으로 마련해보자는 취지에서 포털3사, 디씨인사이드, 오늘의유머, 클리앙, 뽐뿌, SLR클럽 등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 5곳과 협력해 표준 규약을 준비 중이다.
지난 2일 유승희 의원(민주당)이 주최한 공청회에서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이유로 '임시조치제도'에 시급히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 2 제4항에 따르면 권리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 간에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쉽게 말해 삭제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게시물에 대해 임시로 게시물을 내리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후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다시 게시하는 방식이다.
표준 규약은 이보다 앞서 지난해 8월 말 헌법재판소가 인터넷 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에 위헌 소지가 있어 이를 폐지한다고 결정한 뒤 방송통신위원회가 마련한 후속대책의 하나이기도 하다.
KISO 김경태 사무처장은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침해가 우려되는 게시물들의 경우 본인이나 피해당사자가 삭제해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일반인들의 경우 소정 절차를 거쳐 특정 게시물의 위치를 알려주면 손쉽게 처리가 가능하나 공적인 관심사에 대한 문제이거나 고위 정치인 등에 대한 내용이라면 국민의 알 권리가 우선시 되는 내용이라 관리자 입장에서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로도 관련 내용에 대한 심의 요청이 많았었다고 덧붙였다. 이를 테면 연예기획사에서도 소속 연예인에 대한 게시물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할 경우 여러가지 절차를 거쳐 판단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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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표준 규약에 정확히 어떤 내용이 담길 지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이 규약은 자율적인 가이드 라인일 뿐 법으로 규제하는 사항은 아니다. 게시물 관리자들에게는 일종의 기준이 될 수는 있으나 게시물 관리자들의 임시삭제 등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내용은 아닌 셈이다.
이와 함께 앞으로 표준 규약이 정치인, 연예인 등 유명 인사의 사생활 보호를 위한 것인지, 사용자들의 표현의 자유, 알 권리 등을 보호하기 위한 합리적인 판단기준이 될지에 대해서는 보다 깊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