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 게시물 삭제하려면 'URL 기재해야'

일반입력 :2009/04/21 16:41    수정: 2009/04/21 19:43

김효정 기자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는 최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실명이 거론된 명예훼손성 게시물의 처리정책을 확정해 21일 발표했다.

이번 KISO의 결정은 인터넷 게시물과 관련된 첫 정책결정으로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7개 회원사의 모든 포털 사이트에 적용된다.

이날 KISO 정책위원회(위원장 김창희)가 발표한 '실명이 거론된 명예훼손성 게시물의 조치를 위한 정책'에 따르면, 인터넷상의 게시물로 명예를 훼손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명예훼손 사유'와 '해당 게시물의 주소(URL)'를 명확히 기재해 삭제 등을 요청해야 한다. 

이같은 URL의 적시 없이 삭제 등의 조치를 요구한 때에는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일시적이고 제한적으로 임시조치를 허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현재 정보통신망법은 명예훼손을 주장하는 당사자의 요청이 있을 때 사업자가 '지체없이 삭제·임시조치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그 구체적인 요건과 사후절차 등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

특히 정부기관 등이 URL의 적시 없이 포괄적 요청(예컨대, '내 이름이 들어가는 모든 게시물을 삭제해달라'는 방식)을 남발하는 경향에 대해서는, 임시조치(이른바 블라인드 처리)를 하더라도 이것이 '예외적 조치'로서 '일시적이고 제한적으로만 허용되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KISO는 또 피해 당사자의 요청이 없더라도 인터넷 사업자가 자율적 모니터링에 의해 문제의 게시물을 삭제 또는 임시조치 해야 하는 의무와 관련해서는 자칫 '사적 검열(private censorship)'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으나, 현재 진행중인 정보통신망법 개정작업과 최근의 대법원 판결 등을 종합 고려해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키로 하고 이번 결정에서는 제외했다.

이밖에 KISO는 ▲임시조치 이후의 게시물 처리 방침 ▲포괄적 요청의 처리 절차 등에 대해서도 조기에 논의를 재개해 공동의 처리정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나 KISO는 당초 이번 정책 마련의 계기가 되었던 이종걸 의원의 국회발언 관련 게시물의 처리는 이미 각 회원사가 자체 원칙에 따라 처리하고 있어 혼선의 여지를 없앤다는 차원에서 이 결정 내용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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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결정과 관련해 김창희 정책위원장은 "명예훼손성 게시물 문제는 대단히 민감한 사안으로서 KISO의 이번 결정이 모든 범위를 아우르고 있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최근 인터넷 게시물의 책임만 주로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회원사들이 표현의 자유와 책임이라는 두 축 가운데 어느 하나도 희생하지 않으려고 고심하면서 첫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KISO는 다음, 야후, SK컴즈, NHN, KTH, 프리챌, 하나로드림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7개 포털사를 회원으로 해 지난 3월 출범했고, 4월부터는 홈페이지(www.kiso.or.kr)를 통해 일반 네티즌들로부터도 불법게시물 관련 신고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