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타이젠-갤럭시기어 생태계 '심혈'

일반입력 :2013/09/13 12:44    수정: 2013/09/13 17:00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 의존성을 줄이고 타이젠폰과 갤럭시기어 생태계 기반을 다지기 위한 외부 파트너 및 개발자 확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타이젠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개발 공모전과 최근 독일에서 첫선을 보인 스마트워치 신제품 갤럭시기어 상용화에 따라 개발자 확충과 파트너 영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타이젠은 삼성전자가 인텔과 손잡고 지난 2011년 9월말부터 만들겠다고 선언한 오픈소스 운영체제(OS)로 지난해 초부터 본격 개발되기 시작했다. 구글 안드로이드에 의존해 온 삼성전자 모바일기기 사업에 OS 다양성과 '이업종융합'의 씨를 뿌려줄 플랫폼으로 묘사되고 있지만, 뒤떨어진 앱 생태계와 개발자 커뮤니티가 약점이다.

갤럭시기어는 이달초 안드로이드폰 갤럭시노트3와 함께 등장해 오는 25일 출시를 알린 삼성전자의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워치 기기다. 구글플레이가 아닌 '삼성앱스'를 통해서만 앱을 내려받을 수 있다. '구글 생태계 독립'을 시도한 웨어러블 기기로 평가되나 갤럭시노트3만의 연동과 비싼 가격 등 대중화의 걸림돌이 두드러진다.

단기간내에 구글 안드로이드에 기대던 모바일부문 사업의 판을 뒤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행보에는 구글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개발자와 소비자 생태계를 만들어내려는 명확한 의지가 실렸다.

이를테면 올해 열린 타이젠 앱개발 공모전 대회 총상금은 상하반기에 나뉘어 진행중인 갤럭시S4 앱개발 대회와 갤럭시노트3 앱개발 대회 상금을 합친 것보다 많다. 또 삼성전자는 갤럭시기어 제품을 최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연결하게 만들었지만, 종속성보다는 그 모바일 기기의 가치를 띄워줄 '지렛대' 역할이라 묘사했다.

■타이젠3.0 기반 '갤럭시S4' 루머와 앱개발 공모전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삼성전자와 인텔은 지난해 1월 타이젠 프리뷰 소스코드를 처음 공개한데 이어 5월 정식판을 내고 같은달 미국 개발자 컨퍼런스 참석자들에게 테스트용 타이젠폰을 나눠줬다. 하반기 중 별다른 움직임이 없더니 올초 2~3월부터 '3분기 중 출시' 소문이 도는 가운데 출시 예상 시점은 꾸준히 미뤄졌다.

그러다 지난달말 삼모바일과 타이젠인도네시아 등 관련 소식을 다루는 사이트들이 삼성전자가 연말 타이젠3.0과 그에 연계되는 S클라우드 서비스 개발을 완료한다는 루머를 전했고, 이달초 타이젠3.0으로 구동되는 갤럭시S4와 갤럭시S3 단말기를 찍은 사진이 다른 모바일 전문 사이트를 통해 흘러나왔다.

지난 9일 영국 씨넷은 갤럭시S4 기기에서 돌아가는 타이젠3.0 환경에 대해 이 소프트웨어(SW)는 안드로이드, iOS7, 윈도폰 사이 어디쯤에 있는 듯하고 전반적인 외관은 안드로이드를 쓰는 이들에게 무난하게 다가갈 것으로 보인다며 몇년간 휴대폰업체를 거쳐온 타이젠이 마침내 대중 시장에 거의 내놓을만해진 것 같다고 썼다.

앞서 일본 통신사 NTT도코모가 연내 타이젠폰 상용화를 예고했지만 불발될 듯싶다. 삼성전자는 당초 3분기 갤럭시S3 수준의 하드웨어(HW)에 타이젠2.2를 담아낼 셈이었는데, 신종균 삼성전자 IM부문 총괄 사장이 내부에 HW성능을 높이라고 지시해 늦어진 걸로 파악됐다. 이즈음 국외서는 타이젠 포기설까지 흘러나왔다.

소문과 달리 삼성전자는 현재 타이젠을 더 띄우려고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지난 7월초 '타이젠파운데이션' 명의로 총상금 404만달러(약 46억원) 규모의 글로벌 타이젠 앱 개발 대회가 열렸다. 오는 11월1일까지 출품작 가운데 입상한 앱 개발자에게 5만~20만달러를 주는 공모전이다. 상금 대부분을 삼성전자가 댄 듯하다.

상반기 갤럭시S4 앱공모전과 하반기 갤럭시노트3 대회 총상금을 합쳐도 타이젠 앱개발 대회 절반에 못 미친다. 또 회사는 다음달 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자체 유료 개발자컨퍼런스를 연다. 모바일과 이업종 융합을 화두로 타이젠 세션도 포함한 듯하다. 공격적인 투자로 타이젠 진영의 우군을 확보하려는 속내로 읽힌다.

■갤럭시기어, '구글 독립'에 앞서 사용자 확보 급선무

갤럭시기어는 안드로이드 기반이다. 사용자는 여기에 스마트폰과 연결하거나 자체 기능을 수행할 앱을 설치해 쓸 수 있다. 하지만 기존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와 큰 차이를 보인다. 갤럭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과 달리 갤럭시기어에 설치할 앱은 반드시 '삼성앱스'라는 삼성전자 자체 앱 장터를 거쳐야 한다.

삼성앱스는 삼성전자가 직접 운영하는 스마트 플랫폼용 앱 장터 브랜드다. 대부분은 갤럭시 시리즈를 포함한 삼성전자 안드로이드 기반 제품에서 돌아가는 앱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앞서 출시된 바다OS 기반 스마트폰 '웨이브' 제품군이나, 자체 OS를 탑재한 삼성전자 스마트TV용 앱도 함께 제공된다.

현재 삼성앱스 기반의 안드로이드 앱은 구글플레이에 올라간 것과 중복된다. 하지만 갤럭시기어용 앱이 많아진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초기 삼성전자가 갤럭시기어용으로 소개한 앱들은 구글플레이에 있는 모바일용 앱을 변환한 수준이지만, 장기적으로 구글플레이에 없는 스마트워치용 앱이 삼성앱스에 모여들 것이다.

여전히 갤럭시기어에 앱을 넣고 구동하는 방식 자체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필요로 하지만, 그 과정에 구글플레이 장터가 끼어들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삼성앱스 기반의 안드로이드 앱은 구글 것이 아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삼성전자는 아마존 이북리더 태블릿 '킨들파이어'처럼 구글 생태계와 갈라설 여지를 마련해 준다.

다만 회사는 아직 소비자들에게 갤럭시기어용 앱 70여개를 만들었다고 알린 뒤 그 일부를 소개했을 뿐이다. 앱개발자를 위한 소프트웨어개발도구(SDK) 공개나 배포 계획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이는 아이폰처럼 초기 제휴 협력사를 통한 소수 앱 제공에 초점을 맞추고, 플랫폼 개방은 단계적으로 해나갈 것을 기대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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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초기 시장 확보다. 개발자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은 거대한 사용자 규모다. 그래서 삼성전자는 갤럭시기어를 가능한한 많이 팔아야 한다. 최근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 부문 대표가 연내 '갤럭시노트3 10대당 갤럭시기어2~3대' 출하를 예상했다고 알려졌는데 이는 빠르지 않은 확산을 염두에 둔 것이다.

삼성전자는 타이젠에 그랬듯 갤럭시기어에 대한 투자도 장기적 관점에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케빈 패킹햄 삼성전자미국법인(STA) 최고제품책임자(CPO)도 최근 한 컨퍼런스 강연에서 갤럭시기어를 특정한 방법으로 부각시키기 위해 애쓰기도 한다며 아직 스마트워치가 낯선 소비자 인식을 바꿔가려는 의지를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