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균 삼성전자 IT 및 모바일(IM) 사업부문 총괄 사장이 타이젠폰 출시를 직접 늦춘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신 사장은 삼성전자가 내부적으로 출시를 준비하던 첫 타이젠폰 모델의 '단말기 성능을 높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가 첫 타이젠폰을 갤럭시S3 수준의 하드웨어(HW)로 출시하려다가 시장 반응과 경쟁사 동향을 고려해 더 높은 수준의 성능을 지원하는 단말기를 선보이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IM부문 가운데 타이젠을 담당하는 사업부 미디어솔루션센터(MSC)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최초 타이젠폰으로 갤럭시S3 모델과 유사한 기종을 내놓을 계획이었다며 제품 개발을 진행하던 중 신 사장이 성능을 끌어올리라는 지시를 내려 결과적으로 예상 출시 시점을 넘기게 됐다고 언급했다.
갤럭시S3 모델과 유사하다는 해당 기기는 삼성전자가 타이젠2.0을 개발하며 만든 레퍼런스 단말기 'RD-PQ'를 가리킨다. RD-PQ는 올초 스페인 바르셀로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공개된 제품으로 갤럭시S3와 비슷한 외관에 엑시노스4412칩을 탑재한 모델로 소개됐다.
신 사장의 지시는 회사가 올 3분기 일본 NTT도코모를 통해 처음 출시할 거라 기대를 모은 첫 타이젠폰 등장 시점을 4분기로 늦추는 작용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신사 NTT도코모의 상용화 의지가 크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제품을 만드는 삼성전자 쪽의 사정이 더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전자가 타이젠 단말기 첫 상용화 시점이 지연됐음을 인정하며 원인으로 제시한 것은 HW가 아니라 소프트웨어(SW) 문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4일 신 사장은 타이젠 OS 개발이 늦어지고 있다는 언급을 통해 SW 관련 문제로 단말기 상용화가 미뤄졌음을 암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신 사장의 발언에 대해 더 잘 가다듬어 내놓겠다는 취지로 한 발언일 뿐, OS나 기술적으로 뭔가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표현한 것은 아니다라며 제품 개발중 지시했다는 내용과 관련해서는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답했다.
삼성전자의 타이젠 단말기 출시와 관련된 최근 행보는 2가지 상반된 해석을 낳는다.
하나는 준비중이던 제품의 HW 사양을 높이라는 신 사장의 지시가 안드로이드OS 기반으로 큰 성공을 거둔 갤럭시 시리즈처럼 프리미엄 제품을 통한 시장 공략과 적극적인 투자 의지를 드러낸 것처럼 비친다는 풀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10월27일부터 29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단독으로 개최하는 세계 개발자 컨퍼런스를 통해 타이젠과 SW개발도구(SDK)가 핵심인 기술정보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즉 회사는 오는 10월중 업계 관측대로 최초 타이젠 단말기를 선보이면서 고성능 하드웨어를 차별화 요소로 제시할 가능성이 높고 타이젠 스마트폰을 처음 선보이거나 갓 출시된 제품을 위한 개발자 생태계를 다질 것이란 기대가 가능하다.
반대로 삼성전자가 타이젠 스마트폰 상용화를 꺼리는 징후라 볼 수도 있다. 대안 플랫폼을 새 수익 창출 수단으로 인식하기보다는 기존보다 상당히 새로운 제품을 상용화함에 따른 위험부담을 피하기 위함이란 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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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간 대대적으로 투자해온 오픈소스 플랫폼의 개발자 컨퍼런스를 2개월 앞둔 시점에 와서 오히려 제품 상용화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은 설득력이 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의 전략이 위험 회피까지는 아니더라도, HW 사양을 높임으로써 그간 안드로이드에 쏠려 온 회사의 사업 방향이 급변하지 않도록 시간을 벌려는 의지일 거란 해석이 남는다. 이는 제품을 출시한 뒤 국외 개발자들에게 그 제품을 통한 가치와 SW생태계 조성 계획을 알려 업계 기대주로 띄울 것이란 전망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