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마침내 ‘아이폰5S’와 보급형 모델인 ‘아이폰5C’를 함께 발표했다. 애플이 두 종류의 아이폰 신제품을 한꺼번에 내놓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아이폰5C는 애플 전략 변화의 기점이 되는 제품으로 프리미엄 제품만 판매하던 기존 전략을 바꿔 중저가 시장도 함께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을 본격적으로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놓고 삼성전자와 애플의 점유율 싸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애플에 맞서 시장 1위를 지키기 위한 삼성전자의 전략 변화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애플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에서 신제품 발표 행사를 열고 차세대 전략 스마트폰 ‘아이폰5S’와 보급형 모델 ‘아이폰5C’를 소개했다. 이 두 제품은 오는 20일 미국, 호주, 캐나다, 중국, 프랑스, 독일, 일본, 싱가포르, 영국 등 1차 출시국 9개국에서 판매에 들어간다.
특히 아이폰5C는 그동안 소문이 무성했던 보급형 아이폰 모델로 폴리카보네이트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졌으며 핑크, 그린, 블루, 옐로우, 화이트 등 다양한 색상으로 출시된다. 유리 혹은 메탈 소재에 블랙과 화이트로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던 기존 전략에서 달라진 것이다.
가격 역시 미국 통신사 2년 약정을 기준으로 16GB 모델이 99달러(약 10만7천원), 32GB 모델이 199달러(약 21만6천원)으로 다소 저렴해졌다. 전반적인 사양은 아이폰5와 동일한 A6 프로세서와 4인치 레티나 디스플레이, 800만화소 카메라 등 지난해 발표된 아이폰5와 비슷하다.
지난해까지 애플은 아이폰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중저가 시장을 위한 별도 제품을 내놓는 대신 가격을 낮춘 구형 제품으로 대응했다. 중가 시장에서 전년도 모델을, 저가 시장에는 2년 전 모델을 공급하는 식이다.
하지만 애플은 별도 모델인 아이폰5C를 내놓으면서 기존 고수하던 프리미엄 전략에서 투트랙 전략으로 노선을 바꿔 시장 공략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이미 삼성전자 등 경쟁사들은 지역별·가격대별로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면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판도도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애플이 창출한 스마트폰 시장에 삼성전자가 후발주자로 진입해 세력을 키워가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부동의 1위로 올라선 만큼 공수가 바뀌게 됐다.
시장환경은 애플에 유리하다. 애플은 아이폰5S와 아이폰5C를 출시하면서 각각 7억4천만명과 6천만명에 이르는 가입자를 확보한 중국과 일본의 최대 이동통신사를 파트너로 확보했다. 이날 애플은 오는 20일 일본 NTT도코모를 통해 아이폰5S와 아이폰5C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애플이 NTT도코모를 통해 아이폰을 출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NTT도코모는 이용자 수가 6천만명에 이르는 일본 최대의 훌륭한 네크워크를 구축했다”며 “아이폰은 일본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또한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스마트폰이며 우리는 NTT 도코모를 통해 더 많은 고객들에게 아이폰을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애플은 이날 처음으로 중국을 아이폰 1차 출시국에 포함시켰다. 공식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그동안 소문으로 떠돌던 차이나모바일과의 협력설에 무게를 실어주는 대목이다. 차이나모바일은 중국 최대 통신사이자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가입자를 확보한 이동통신사다.
이에 따라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저가 스마트폰을 집중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삼성전자·LG전자 등 한국 스마트폰 업체들과 타이완 HTC 등은 실지(失地)에 대한 우려가 가시화되는 상황이다. 어느새 패스트팔로워(Fast follower)에서 퍼스트무버(First mover)로 입지가 바뀐 삼성전자도 이에 맞춰 기존의 마케팅 전략을 모두 바꿔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관계자는 “현재까지 구도가 공격삼성, 수비애플이었다면 아이폰5C 출시를 계기로 이 구도가 뒤바뀐 셈”이라며 “이같은 애플의 전략 변화에 맞춰 삼성전자도 어떤 돌파구를 마련해 시장을 방어할 것인지가 관전포인트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는 길에 신종균 삼성전자 IM(IT·모바일) 부문 사장은 중국과 일본 전략에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애플도 중국과 일본에 나온다고 하던데 우리도 더 잘해야죠”라며 시장 공략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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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7천6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해 시장점유율 33.1%로 1위를 지켰다. 반면 애플은 같은 기간 3년 만에 최저 수준인 13.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본진인 북미시장에서도 지난 2분기 35.2%의 점유율로 첫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아틀라스리서치앤컨설팅은 “글로벌 시장에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중국 내 아이폰 점유율이 줄어드는 등 중국 내 아이폰 프리미엄이 상당히 희석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애플이 중국 시장을 발판삼아 중저가 아이폰을 성공시켜야만 하는 시급한 상황”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