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패-돈질 없었던 경매...LTE 속도전 태풍

방송/통신입력 :2013/09/02 07:12    수정: 2015/05/28 14:52

정윤희 기자

말 많던 주파수 경매가 드디어 끝났다. KT는 그토록 원하던 1.8GHz 황금 주파수 대역을 얻었고 SK텔레콤은 실리를 취했다. LG유플러스는 막판에 띄운 승부수가 빗나갔지만 최저가에 2.6GHz 대역을 확보, 크게 나쁘지 않은 결과를 얻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표면적으로는 이동통신3사 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셈이다.

이에 따라 향후 이동통신시장 판도 역시 요동칠 전망이다. LTE-어드밴스드(LTE-A)를 먼저 상용화한 SK텔레콤, LG유플러스에 밀리던 KT가 광대역 LTE로 맞선다. KT는 경매 종료 직후인 2일부터 LTE-A 상용화를 예고키도 했다.

지난달 30일 주파수 경매 종료 결과, KT 인접대역이 포함된 밴드플랜2가 승리했다. 합계 금액은 2조4천289억원이다. 이는 LG유플러스가 막판까지 입찰했던 밴드플랜1을 190억원 차이로 따돌린 금액이다.

구체적으로는 KT와 SK텔레콤이 1.8GHz 대역을, LG유플러스가 2.6GHz 대역을 낙찰 받게 됐다. 금액은 KT가 D2블록을 9천1억원에, SK텔레콤이 C2블록을 1조500억원에, LG유플러스가 B2블록을 4천788억원에 낙찰 받았다.

이날 LG유플러스는 막판 밀봉입찰에서 밴드플랜1 1.8GHz 대역 C1블록에 1조2천700억원이라는 큰 금액을 베팅했지만 합계금액에서 밴드플랜2에 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홍식 NHN투자증권 연구원은 “최종 낙찰 금액만 놓고보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적정 가격 수준이었다”며 “이동통신3사 모두 장단기적 관점에서 각각 만족스러운 결과를 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KT는 말할 것도 없고 SK텔레콤의 경우 상대적으로 적은 추가금액으로 광대역 이슈에서 KT만 치고 나갈 빌미를 사전에 차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LG유플러스 역시 장기적으로는 광대역 주파수를 확보했지만, 단기적인 광대역 경쟁에서는 다소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KT, 황금주파수 낙찰…LTE 반격 시동

그동안 고전을 면치 못하던 KT는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900MHz 대역 LTE-A 상용화, 1,8GHz 대역 광대역 서비스로 LTE 시장에서 제대로 한 번 붙어보겠다는 전략이다.

KT는 경쟁사보다 6개월 늦게 LTE를 시작한 데다, 최근에는 주파수 간섭 문제로 2배 빠른 LTE-어드밴스드(LTE-A)를 상용화하지 못하며 가입자 이탈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또 경매 시작 직전까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D블록 할당에 태클을 걸고 나서면서 가시밭길이 예고됐었다.

결과적으로 D블록을 확보한 KT는 한숨 돌리게 됐다. KT는 기존에 보유한 장비 등을 활용하고, 별도의 단말기 교체 없이도 바로 광대역 LTE 서비스를 제공 가능해졌다. 또 경매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당장 내달 2일 LTE-A 상용화 역시 예고하는 등 매서운 반격태세를 갖췄다.

KT는 “주파수라는 한정된 국가자원의 효율적 활용 측면에서 바람직한 결과로 판단된다”며 “KT는 국내 최초로 고품질 광대역 LTE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900MHz 대역 간섭문제를 조속히 해결해 세계 최고 수준의 LTE 품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9천1억원이라는 낙찰 금액이 다소 높은 것처럼 보이지만 기존 장비 업그레이드 등 만으로도 곧바로 광대역을 할 수 있어 ‘승자의 저주’가 우려되는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당초 업계 안팎에서는 D블록의 적정 가격을 7천~8천억원 수준으로 내다봤으며, 일각에서는 KT가 1조원까지 베팅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이 나왔었다.

또 막판 밀봉입찰에서 LG유플러스가 밴드플랜1에 거액을 입찰한 점을 감안하면, 결과적으로 다소 아슬아슬한 금액이었다는 평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막바지 밀봉입찰에서 SK텔레콤과 KT가 당초 입찰하려던 금액보다 더 많은 수준의 금액을 써냈다”며 “만약 두 회사가 밀봉입찰에서 100억~200억원만 적게 써냈어도 승자가 바뀌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1년 경매 당시에는 SK텔레콤이 KT와의 접전 끝에 1.8GHz 대역 20MHz폭을 9천950억원에 낙찰 받았다. 이번에 KT가 확보하게 된 D블록은 15MHz 폭이다.

■SKT, 눈치작전 성공…광대역 확보 ‘짭짤’

SK텔레콤 역시 광대역이 가능한 1.8GHz 대역 C블록을 확보했다. 이미 1.8GHz 대역을 LTE-A망을 사용 중인 상황이라 빠른 시간 내 광대역 LTE를 서비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SK텔레콤은 KT의 D블록 할당을 저지하기 위해 LG유플러스와 함께 밴드플랜1에 집중하는 연합전선을 펼쳤다. 그러나 경매 8일차인 지난 28일, 밴드플랜2로 넘어오며 C블록에 입찰했다. KT의 부담을 최대한도로 높이는 동시에 밴드플랜1 대비 낮은 가격에 1.8GHz 대역을 가져가기 위해서다.

낙찰금액은 1조500억원이지만, 따져보면 오히려 이득일 수 있다. SK텔레콤은 C블록 확보로 6개월 이내 기존 1.8GHz 대역 20MHz폭을 반납해야 한다. 즉, 20MHz 폭에 대한 낙찰금액은 지난 2011년부터 계속 지불되는 상태로 나머지 15MHz 폭에 대한 추가 금액 4천500억원만 더 내면 광대역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KT가 광대역 서비스를 위해 D블록 15MHz폭에 9천1억원을 쏟아 부은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업계 안팎에서 SK텔레콤이 가장 최선의 결과를 얻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SK텔레콤은 “SK텔레콤이 확보한 C2 대역은 기존 1.8GHz 주파수 대역의 광대역화라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대역”이라며 “이미 1.8GHz 대역에서 LTE-어드밴스드(LTE-A)로 84개시 서비스를 제공 중이므로 2.6GHz 대역 대비 짧은 기간 내 광대역 서비스를 제공 가능한 이점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LGU+, 히든카드 실패…대신 최저가 낙찰

LG유플러스 입장에서는 밀봉입찰 전략이 실패한 것이 다소 아쉽다. 3사 중 1.8GHz 대역에서 유일하게 LTE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1.8GHz 대역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 밴드플랜1의 C1블록은 3사 중 LG유플러스만 입찰 가능했다.

LG유플러스가 C1블록에 써낸 금액은 1조2천700억원으로 금액만 놓고 보면 C2블록에 입찰한 SK텔레콤보다 많다. 그러나 승자 밴드플랜은 전체 블록의 총 합계금액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밴드플랜2 합계금액에서 밀렸다.

대신 3사 중 가장 낮은 금액으로 광대역 주파수를 확보했다. LG유플러스는 전략적으로 2.6GHz 대역 B블록에 최저경쟁가격인 4천788억원 낙찰 받았다. LG유플러스는 낙찰 받은 2.6GHz 대역 역시 전 세계적으로 LTE에 활용되는 대역이라고 설명하며 만족스럽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광대역 경쟁 대응에 다소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2.6GHz 대역 네트워크 구축을 처음부터 해야하기 때문에 망 구축 기간, 투자비 지출 등이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따라서 LG유플러스는 당분간 기존 LTE, LTE-A를 내세우며 경쟁에 임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고 LG유플러스가 마냥 광대역 경쟁에서 불리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정부는 경매에서 SK텔레콤, KT의 광대역 블록 확보시 개시 시점에 대한 조건을 내걸었다.

KT는 D블록 할당 직후부터 수도권, 내년 3월부터 광역시, 내년 7월부터 광대역 전국 서비스를 할수 있게 된다. SK텔레콤 역시 할당 직후부터 수도권, 내년 6월부터 광역시, 내년 12월부터 전국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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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는 “2.6GHz 대역을 할당 받음에 따라 800MHz 대역, 2.1GHz 대역 등 기존 주파수를 포함해 이통3사 중 가장 많은 80MHz폭(쌍방향 기준)의 LTE 주파수를 확보해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합리적인 할당대가의 2.6GHz 대역을 전략적으로 선택해 비용부담은 최소화하고 광대역 전국망에 적극 나설 수 있는 투자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또 “광대역 LTE망 투자 활성화를 주도함으로써 향후 중소 통신장비 업체와의 상생, 일자리 창출 등 통신업계 전반에 걸친 투자 확대를 유도해 창조경제 실현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며 “광대역 LTE 주파수 확보를 계기로 LTE뿐만 아니라 광대역 서비스 시장에서도 확고한 경쟁 우위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