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날’이 다가왔다. 마침내 1.8GHz, 2.6GHz 대역의 주인이 가려지게 됐다.
이동통신3사가 10일간 불꽃 튀는 두뇌싸움을 벌인 주파수 경매가 30일 종료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날 남은 3라운드의 오름입찰이 치러진 후, 최종 51라운드 밀봉입찰에서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47라운드까지 진행된 29일 현재, 승자 밴드플랜은 1.8GHz KT 인접대역(D블록)이 포함된 밴드플랜2다. 승자 수는 2개로, 전날 C2블록으로 갈아탔던 SK텔레콤과 D블록을 고집해왔던 KT가 승리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전날 반(反) KT연합을 결성했던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동맹이 깨어지면서, 이날 LG유플러스 역시 SK텔레콤에 이어 밴드플랜2로 넘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까지 결과를 확신하기는 이르지만 밴드플랜2가 최종 낙찰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셈이다.
다만 ‘진짜 승부’는 밀봉입찰이다. 현재까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밴드플랜2의 C2블록에서 경쟁을 벌이고, KT는 D블록 입찰을 이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밀봉입찰 때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변심, 막판 뒤집기를 시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다시 말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밴드플랜1을 낙찰시키기 위해 밀봉입찰에서 상당한 금액을 베팅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밀봉입찰은 무제한 베팅이 가능한 만큼, 1시간을 줬던 오름입찰과 달리 사업자들이 충분히 본사와 상의를 한 후 입찰할 수 있도록 4시간을 줄 예정”이라며 “따라서 30일 오후 늦게 경매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통3사는 오름입찰이 50라운드 가까이 진행되는 동안 밀봉입찰을 염두에 두고 입찰금액 상승폭을 조절해왔다. 최소 입찰증분 0.75%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금액만 응찰하거나 입찰블록을 옮기는 식이었다.
반면 밀봉입찰에서는 각 사가 지금까지 가장 많은 금액을 올린 블록에 한해 입찰금액을 무제한으로 적어낼 수 있다. 나머지 블록은 일정 비율로 베팅금액이 제한된다. 이전까지 오름입찰과는 달리 경쟁사의 입찰금액을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통3사 모두 할 수 있는 한 금액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밀봉입찰이 막판 과열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태다. 단 한 번에 승부가 결정되는데다, 정보가 제한되면서 불확실성이 극대화 돼 과도한 입찰액을 제시하는 ‘승자의 저주’를 초래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밀봉입찰을 적용한 지난 2011년 9월 프랑스 LTE 주파수 경매 결과, 오름입찰을 적용한 유럽 6개국(독일, 스웨덴,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덴마크) 평균 대비 800MHz 대역의 낙찰가가 3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2.6GHz 대역 낙찰가는 유럽 8개국(독일, 스웨덴,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벨기에, 핀란드, 노르웨이) 평균 대비 무려 92%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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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3사 역시 내부적으로는 고민스러운 모습이다. 원하는 대역을 얻기 위해 경쟁사보다 많은 금액을 써내야 하지만, 과도한 금액은 부담으로 돌아온다. 또 추후 신규 주파수 경매시 올해 낙찰가가 참조되기 때문에 무작정 금액을 높일 수만은 없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50라운드까지 금액을 올려놓고 단 한 번의 밀봉입찰로 승부를 결정짓게 되면 비효율과 과열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소비자 편익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며 “해외에서도 최근에는 밀봉입찰식의 경매를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