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의 '변심' …주파수 경매 격랑

일반입력 :2013/08/29 10:36    수정: 2013/08/29 10:37

정윤희 기자

마침내 방아쇠가 당겨졌다. SK텔레콤이 밴드플랜을 갈아탄 것으로 추정되면서 각사의 명운을 건 이동통신3사의 각개전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경매 종료일을 하루 앞뒀다는 점을 감안, 29일 경매의 두뇌싸움은 한층 더 불꽃 튈 전망이다.

앞서 지난 28일까지 진행된 경매 결과 승자 밴드플랜은 밴드플랜2, 승자수는 2곳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이 밴드플랜2의 C2블록에 입찰, 그동안 밴드플랜2 D블록을 고수하던 KT와 함께 승자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밴드플랜1에서 반(反)KT 연합을 유지하던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동맹이 깨진 것이다.

밴드플랜2의 최고가블록조합 합계 금액은 2조1천453억원이다. 전날 대비 737억원 증가한 금액이다. 밴드플랜1은 최저경쟁가격인 1조9천202억원으로 내려왔다. 즉, LG유플러스는 밴드플랜1 내에서 이전까지 한 번도 입찰하지 않은 대역에 최저경쟁가격으로 입찰한 것으로 분석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3사의 최우선 전략은 최대한 낮은 가격에 필요한 주파수 대역을 가져가는 동시에 경쟁사의 출혈을 크게 하는 것이라며 SK텔레콤이 먼저 밴드플랜을 옮기고 나선 이상, 3사 모두 각사의 실리를 추구하는 전략을 본격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SKT, 밴드플랜2로 이동…LGU+ 선택지는?

이에 따라 KT 인접대역(D블록)이 포함된 밴드플랜2가 낙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전까지 전개되던 KT vs SK텔레콤-LG유플러스 구도가 KT-SK텔레콤 vs LG유플러스로 바뀐 것이다. LG유플러스로서는 단독으로 1.8GHz 대역 C1블록에 입찰할 수 있는만큼 유리한 밴드플랜1을 먼저 버리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더욱 복잡해졌다. 우선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크게 세 가지다. 2천251억원 이상을 베팅하거나, SK텔레콤에 이어 밴드플랜2로 넘어오는 것, 혹은 입찰 자체를 포기하는 것 등이다.

LG유플러스가 KT-SK텔레콤이 있는 밴드플랜2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전날 밴드플랜간 금액 차이인 2천251억원 이상을 베팅해야 한다. 다만 LG유플러스는 3사 중 가장 자금력이 떨어지는만큼, 경매를 이어가기 위해 혼자서 SK텔레콤과 KT에 대항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럽다.

입찰 자체를 포기하는 방안도 있다. 이 경우에 승자는 SK텔레콤과 KT로 경매가 종료된다. 그러나 패자인 LG유플러스는 다음 경매까지 주파수를 할당받지 못한다. 최근 LTE에 이어 LTE-어드밴스드(LTE-A)까지 상용화된 가운데 데이터 트래픽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 역시도 큰 부담이다.

밴드플랜2로 넘어올 경우는 또 다시 두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LG유플러스가 밴드플랜2의 C2블록에 입찰해 SK텔레콤과 정면승부를 벌이는 경우와 2.6GHz 대역 A2, B2블록에 입찰하는 경우다. 만약 LG유플러스가 A2, B2 중 한 곳에 입찰하고 SK텔레콤이 C2블록, KT가 D블록에 입찰할 경우 3사 모두 승자가 되며 경매는 종료된다.

■밴드플랜2 할당 가능성↑…경매 조기 종료?

업계 안팎에서는 LG유플러스가 C2블록을 놓고 SK텔레콤과 경쟁을 벌이기보다는 A2, B2블록에 입찰할 것으로 예상했다. LG유플러스 역시 1.8GHz 대역이 필요하지만, 어차피 1.8GHz와 2.6GHz 모두 새로 네트워크 구축을 시작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현재 LG유플러스는 3사 중 유일하게 1.8GHz에서 LTE를 서비스하지 않고 있다.

반면 SK텔레콤은 C2블록을 할당받을 경우, 그동안 LTE-A망으로 활용하던 1.8GHz 대역에서 광대역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최근 다수의 소비자들이 LTE-A 속도에 불만을 제기하면서 SK텔레콤 내부적으로는 LTE-A 속도 개선을 위한 C2블록 확보 필요성이 제기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SK텔레콤의 C1블록 입찰이 제한된 밴드플랜1보다는 C2블록에 입찰할 수 있는 밴드플랜2에 KT의 부담을 최대로 키운 후 넘어가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29일 경매 자체가 조기 종료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당초 업계와 미래부에서는 50라운드의 오름입찰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51라운드 최종 밀봉입찰까지 갈 것으로 예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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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밀봉입찰은 단판승부인데다, 금액을 무제한으로 적어낼 수 있어 실질적으로는 이통3사 모두에게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밀봉입찰은 경매 정보가 전혀 없어 위험부담이 큰데다, 과도한 출혈경쟁은 3사 각각에 '승자의 저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얘기다.

또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변수가 많긴 하지만 경매가 밀봉입찰까지 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LG유플러스가 밴드플랜2로 넘어와 A2, B2블록에 입찰하고 SK텔레콤이 C2블록, KT가 D블록에 입찰하면, 3사가 사이좋게 주파수 대역을 나눠가지고 끝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