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LGU+연합 언제 깨질까...경매 최대고비

일반입력 :2013/08/27 08:57    수정: 2013/08/27 11:03

정윤희 기자

살얼음판이다. 주파수 경매가 후반으로 치닫는 가운데 이동통신3사의 전략카드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아직까지는 이통3사 모두 신중하게 레이스에 임하고 있지만 언제 서로를 향해 방아쇠를 당길 지 모른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연합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KT의 1.8GHz 인접대역(D블록) 할당 저지를 위해 일단 손을 잡았지만, 경매 후반으로 갈수록 ‘실리’를 위한 각개전투에 돌입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사들의 최우선 전략은 필요한 대역을 적정가에 가져가는 것”이라며 “동시에 경쟁사 견제를 위해 일시적 동맹을 맺었지만 각사의 실리에 따라 타깃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경매는 34라운드까지 진행된 상태다. 경매 6일차인 지난 26일 기준, 승자 밴드플랜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연합으로 추정되는 밴드플랜1이다. 밴드플랜1의 최고가블록조합 합계금액은 2조619억원으로 전날과 비교해 347억원 올랐다. 최저경매가격 1조9천202억원과 비교하면 총 1천417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서 진행 중인 경매는 오름입찰 50라운드, 밀봉입찰 1라운드로 총 51라운드까지 진행된다. 순차적으로 금액을 올리는 오름입찰에서 승부가 나지 않을 경우, 마지막 밀봉입찰에서 원하는 대역과 가격을 적어내는 단판승부를 벌이게 된다.

이를 통해 밴드플랜1, 2 가운데 총 합계금액이 더 높은 밴드플랜이 승리하는 식이다. 지금까지의 추세대로라면, 오는 29일~30일경 1.8GHz와 2.6GHz 대역의 주인이 가려질 전망이다.

■입찰블록 옮기며 숨고르기…막판 카드는?

34라운드까지의 결과를 살펴보면 당초 예상대로 2:1 구도가 형성됐다. 현재 KT는 D블록 할당을 위해 해당 블록이 매물로 나온 밴드플랜2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밴드플랜1에 집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입장에서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최대한 낮은 가격에 밴드플랜1을 낙찰시키는 것이다. 문제는 KT의 밴드플랜2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밴드플랜1 또한 일정 수준 이상의 출혈을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이들은 일부러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블록에 입찰하는 등 블록을 옮기면서 금액 상승폭을 조절 중이다. 예컨대 밴드플랜1 C1대역에 입찰했던 LG유플러스가 A1, B1 대역으로 옮기거나 SK텔레콤이 A1, B1 대역을 오가는 식이다. 밴드플랜1에서는 SK텔레콤, KT의 1.8GHz C1블록 입찰이 제한된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떨어지는 LG유플러스가 적극적으로 입찰블록을 변경하며 탐색전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아직까지 동일 밴드플랜 내에서의 이동만 있을 뿐 밴드플랜간 변경은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C블록 관건

관건은 C블록이다. 밴드플랜1 금액이 임계점을 넘을 경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밴드플랜2로 넘어올 가능성도 존재한다. D블록의 가격을 최대한 높여 KT에 타격을 준 뒤, 자신들은 밴드플랜1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밴드플랜2의 A2, B2, C2블록에 입찰하는 것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리 특정 밴드플랜에서 금액을 올리더라도 추후 다른 밴드플랜으로 이동해 최저가에 원하는 블록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때문에 특정 사업자들은 상대적으로 여유만만하게 경매에 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밴드플랜2로 넘어올 경우 변수가 생긴다. 밴드플랜2에서는 SK텔레콤과 KT 역시 C2블록에 입찰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C2블록을 사이에 두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경쟁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된 셈이다.

LG유플러스로서는 C블록이 절실하다. 3사 중 유일하게 1.8GHz 대역에서 LTE 서비스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 역시 1.8GHz 대역을 LTE 보조망으로 활용 중인 상태로, C블록을 추가 확보할 경우 광대역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1.8GHz 대역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LTE에 사용되는 ‘황금 주파수’ 대역으로 꼽힌다.

업계 및 증권가에서는 각 대역의 가격이 7천억~8천억원을 넘어서는 시점에 이 같은 동맹 파기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금력이 부족한 LG유플러스가 먼저 C2 대역으로 갈아탈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현재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내부적으로 전략적 밴드플랜 이동 시점에 대해 저울질 중일 것으로 풀이된다.

KT 역시 마찬가지다. KT는 기존 LTE 전국망을 서비스 중인 1.8GHz 대역에 인접한 D블록을 확보할 경우 단시간 내 광대역 LTE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D블록 확보에 안간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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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900MHz 주파수 간섭 현상 해결이 막바지에 이른데다, 내달 경 LTE-어드밴스드(LTE-A)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어 D블록에 집착할 필요가 줄어들었다. 일단은 최대한 D블록을 확보한다는 전략이지만 SK텔레콤, LG유플러스의 방해로 금액이 과하게 치솟을 경우 경매 막판에 밴드플랜2의 A2, B2, C2 블록으로 갈아탈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섣불리 결과를 추측할 수 없지만 경매 후반으로 갈수록 이동통신사들의 실리 전략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며 “각 블록이 7천억~8천억을 넘어가면 전략적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