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봉입찰 승부…이통3사 히든카드 '만지작'

일반입력 :2013/08/28 10:36    수정: 2013/08/28 10:49

정윤희 기자

주파수 경매가 막바지 레이스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총 51라운드 중 39라운드를 소화했으며 남은 것은 11라운드다. 이동통신3사 모두 저마다 원하는 대역을 가져가기 위한 승부에 나서야 될 시점으로 풀이된다.

승자는 오는 30일 가려질 전망이다. 28일 8일차 경매는 오전 9시, 40라운드부터 속개된다. 최근 추세를 감안하면 이날도 5라운드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밀봉입찰을 포함한 남은 6라운드를 29일과 30일, 양일에 걸쳐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통3사의 전략카드 역시 가시화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 라운드 패자만이 다음 라운드에서 입찰할 수 있기 때문에 각사에게 주어진 기회는 5~6라운드 뿐이다. 늦어도 40라운드 중반에는 승부수를 띄워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는 1.8GHz KT 인접대역(D블록)을 할당 받으려는 KT와 SK텔레콤-LG유플러스 연합이 대치하는 상황이다. 경매 자체는 과열될 것이란 당초 예상과는 달리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 중이다. 최저경쟁가격과 비교하면 누적 1천609억원 오르는데 그쳤다. 지난 2011년 경매 당시 9일 만에 5천495억원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3사 모두 가격 상승폭을 최대한 조절하고, 51라운드 째 최종 밀봉입찰을 대비하는 모습이다.

■SKT 자금력-LGU+ 깜짝입찰…밴드플랜2 갈아탈까

미래부와 업계 안팎에서는 밀봉입찰을 통해 승부가 가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순차적으로 금액을 올리는 것이 아닌, 원하는 대역과 가격을 적어내는 단판승부다. 이통3사는 오름입찰 과정에서 입찰가를 가장 많이 올린 블록에 입찰금액을 무제한 적어낼 수 있다. 각 사의 두뇌싸움이 한층 더 치열해지는 이유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동맹을 유지하느냐, 깨느냐를 선택 가능하다. 이들은 KT의 D블록 할당을 막기 위해 밴드플랜1에서 힘을 모으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최우선 전략은 각사의 ‘실리’ 추구다. 밴드플랜2 저지를 위해서는 밴드플랜1의 가격 또한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D블록의 가격을 한껏 높인 후 밴드플랜2로 넘어올 가능성 역시 간과할 수 없다.

특히 SK텔레콤의 경우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있다는 점에서 밴드플랜2로 넘어와서도 KT, LG유플러스와 경쟁할 만하다. 밴드플랜1에서는 1.8GHz C1블록 입찰이 제한됐지만, 밴드플랜2에서는 이러한 제한이 없다는 점도 매력이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밴드플랜2의 모든 블록에 입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운신의 폭이 3사 중 가장 넓다.

반면 LG유플러스는 1.8GHz 대역 확보가 필요하다. LG유플러스는 3사 중 유일하게 1.8GHz 대역에서 LTE를 서비스하지 않기 때문이다. 1.8GHz은 전 세계적으로 LTE에 가장 많이 활용되는 ‘황금 주파수’로 꼽힌다. 따라서 LG유플러스 입장에서는 자신만 응찰할 수 있는 밴드플랜1 C1블록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문제는 자금동원력이다.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 KT에 비해 자금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동안의 경매 과정에서도 입찰블록을 옮겨가며 적극적으로 입찰가 상승을 억제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업계 안팎에서는 밴드플랜1의 C1블록 가격이 일정 수준을 넘어설 경우,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밴드플랜2로 넘어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C2에 입찰할 경우 SK텔레콤과 정면 대결을 펼쳐야 할 가능성이 존재하므로 차선책으로 2.6GHz 대역 A2, B2블록에 깜짝 입찰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우선인 것은 각 사가 적정가격에 원하는 대역을 가져가는 것”이라며 “경쟁사가 원하는 대역을 못 가지게 타격을 입히는 동시에 최대한 낮은 가격에 주파수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KT, D블록 전략카드로…광대역? LTE-A?

KT는 D블록을 전략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다소 간의 여유가 생겼다. 이르면 내달 초 LTE-A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면서 ‘승자의 저주’를 무릅쓰면서까지 D블록에 목을 맬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D블록 가격이 임계점을 넘을 경우 KT가 이를 포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동안 KT는 D블록을 할당받아 1.8GHz 대역에서 광대역 LTE 서비스를 조기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KT 입장에서는 경쟁사가 LTE-A를 먼저 시작한 상황에서 똑같이 LTE 대비 2배 빠른 속도를 내는 광대역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LTE 보조망으로 활용하려던 900MHz 대역에서 주파수 간섭현상이 발생하면서 당초 예상보다 LTE-A 상용화가 늦어진 것이 이유다.

기존 1.8GHz 대역에서 LTE 전국망 서비스를 하던 KT가 인접대역인 D블록을 할당받을 경우, 적은 설비투자와 단말기 교체 없이도 곧바로 광대역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경매가 시작되기 전 KT와 SK텔레콤-LG유플러스 연합 사이에 특혜 논란이 불꽃 튀었던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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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KT의 LTE-A 상용화가 임박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KT가 D블록 가격이 일정 금액 이상 치솟을 경우 과감하게 A2, B2, C2 블록으로 갈아탈 가능성도 점쳐진다.

또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는 “경매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기 때문에 아직까지 결과를 언급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며 “막판 밀봉입찰에서 3사 모두 금액을 최대한도로 써내며 진검승부를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