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이석채 사임종용설 '파장' 어디까지...

일반입력 :2013/08/29 14:42    수정: 2013/08/29 17:34

정윤희 기자

수면 아래서 설왕설래 하던 이석채 KT 회장의 거취 문제가 물 위로 떠올랐다. 청와대가 '대통령의 뜻'을 언급하며 이 회장의 조기 사임을 종용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파문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조선일보는 29일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청와대 조원동 경제수석이 제3자를 통해 이 회장에게 '임기와 관련없이 조기 사임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금은 때가 아니다며 주파수 경매가 진행 중인 데다 장수의 명예가 있는 데 이런 식으로 물러날 수는 없다고 거부했다. 그러나 사임을 요구한 사람이 '대통령의 뜻'이라는 점을 전달해 이 회장이 임기까지 회장직을 고수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전망이다.

이 같은 보도가 나오자 청와대는 곧바로 부인하고 나섰다. 조원동 경제수석에게 확인했는데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는 해명이다.

청와대의 공식 부인에도 불구하고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일이 충분히 있을법한 일이라고 받아들인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끊임없이 제기되어 온 주요 공기업 기관장 물갈이 인사의 또다른 모습이란 것이다.

100% 완전 민영화가 이루어 진 KT 사령탑을 정부가 나서 교체할 어떤 명분도 어떤 법적 권한도 없다. 하지만 이같은 교과서적인 이야기를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은 적어도 업계에서 아무도 없다. 이것은 일종의 '경험법'의 범주에 속한다.

늘 정부는 강력 부인해 왔다. 주요 금융권과 포스코, KT의 기관장이 정부가 바뀔 때마다 자신들과 코드가 맞는 인사로 물갈이 했음에도 담당부처와 청와대는 '모르쇠'만 외쳐 왔다. 혹 정부가 직접 임명하진 않아도, 이들 주요기업의 사령탑에 오르기 위해서는 코드는 못 맞춰도 정권의 '비토'는 없어야 했다.

실제로 강만수 산은총재 등 과거정부가 임명했던 소위 금융권 4대 천왕은 이미 물갈이 중이다. 그들 역시 MB정부의 코드 인사로 유명했다. 이석채 회장도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인물이다.

그런 점에서 임면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새 정부가 일종의 여론 떠보기 차원에서 이 회장의 거취 문제를 흘린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좀 더 적극적인 쪽에서는 아예 정부의 의지를 통보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한다. 가뜩이나 인사파동이 정권의 아이콘이 돼 가고 있는 마당에 정부의 인사 의지를 공개적으로 전달한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팩트 여부와 상관 없이 벌써 두가지 상반된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회장을 둘러 싼 KT 내외부의 시각이 극명하게 갈린다.

지금이 어느 시절인데 정부가 말도 안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이들은 법적 문제 외에도 KT의 앞날이 걸려 있는 주파수 경매라는 현안 처리가 시급한 판에 장수를 바꾼다는 것이 말이 되냐는 논리를 편다.

더욱이 통신 무한경쟁시대에 이회장만한 수장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유무선 통합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KTF를 흡수합병했고 컨버전스 신사업의 씨를 뿌렸다며 그의 경영역량을 평가한다. 고루하고 어두운 이미지의 KT를 젊고 활력 넘치는 조직으로 바꾸었고 클린 이미지까지 덧씌운 일도 자랑한다.

KT의 미래에 대한 확고한 비전이 생겼고 글로벌 시장에서 이 회장 개인 브랜드 가치까지 높아진 것에도 주목한다. 안정적 성장을 위한 토대가 마련되고 있는 시점인지라 사령탑 교체는 어불성설이란 것이다.

반대편에서는 주로 인사 문제로 이 회장을 흔든다. 그의 개혁성과 통찰력은 인정 하지만 너무 많은 '낙하산 인사'로 조직원들의 사기가 꺾이고 내부 질서와 문화가 어지러워졌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KT로 입사한 사람이 경영임원으로 승진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 자포자기설까지 유포됐다.

특히 외부 전문가 영입이라는 이 회장의 인사는 기존 KT 내부 인력들의 정서적 반감을 자극했다. 능력이 아닌 연줄과 지지난 대선에서 역할등이 고려된 수혈이라고 비꼰다. 이들이 C-레벨 자리를 거의 차지했다는 상대적 상실감도 더해진다. 심지어 이 회장 개인의 체제 유지비용이 너무 과하다는 비판도 들린다.이 회장 사퇴설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부터 불거졌다. 지난 3월에는 와병설, 4월에는 입원설, 5월에는 퇴진 기자간담회설까지 나왔다. 이후에도 월단위 사퇴설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5월에는 국내 언론을 대상으로 '사실관계 설명회'를 열어 사퇴설을 일축하기도 했다. 당시 KT는 KT를 둘러싼 소문이 그대로 기사화되고 있어 언론사를 대상으로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마련했다며 민영화 11년을 맞이한 KT의 경영권 흔들기를 좌시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석채 회장 본인 역시도 지난 6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거취는) 알아서 판단해 달라며 바깥에서 그렇게 떠들지만 KT가 변함없이 착실하게 움직이는 것이 놀랍지 않냐, 거취는 이슈가 될 필요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KT 관계자는 확인되지 않은 사안들이 기정사실화 돼서 회사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칠까 곤혹스럽다며 주파수 확보, 글로벌 시장 진출 등 중요한 현안들이 많은 상황에서 좀 더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언론 등이 도와주길 바란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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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경우이건 이회장은 현 시점에 물러날 뜻이 없음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그의 의사와는 상관 없이 KT사령탑 거취 문제는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이 와중에 기업 KT만이 흔들리는 경영권 피해를 온전히 뒤집어 쓰게 된다.

이 회장은 지난 2008년 남중수 전 사장에 이어 KT 사장에 취임했다. 이후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성공, 임기는 오는 2015년 3월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