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핵심 임원 물갈이, 왜 그랬을까

일반입력 :2013/08/22 10:20    수정: 2013/08/22 10:48

HP가 실적발표와 함께 주요 임원진 인사를 단행했다. 향후 HP의 행보를 짐작게 하는 인사로 분석된다.

HP는 21일(현지시간) 기업용 솔루션사업을 담당하는 엔터프라이즈그룹 총괄자리에 빌 벡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앉히고, 차기 CEO로 거론돼 온 데이브 도나텔리 부사장에게 다른 역할을 부여했다.

HP 엔터프라이즈그룹은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클라우드 등을 판매하는 사업부다. 사실상 하드웨어 사업부로 볼 수 있다. 그동안 이 그룹을 맡아온 데이브 도나텔리 부사장 역시 2009년 EMC에서 합류한 인물로 스토리지를 비롯한 하드웨어 전문가다.

반면 새로 총괄자리를 맡게 된 빌 벡트는 배경이 SW다. 그는 2010년 HP에 합류하기전까지 20년 동안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근무했다. 윈도사업을 총괄했던 그는 MS 이사회에서 최고경영자(CEO)를 약속했을 정도로 차기주자로 유력했던 인물이다.

HP의 인사로 인해 SW 전문가가 하드웨어 사업을 맡게 된 셈이다. HP는 IBM처럼 SW와 서비스 중심의 종합IT회사로 거듭나길 천명해왔다. 그러나 하드웨어에 치우친 회사 DNA와, SW 개발 및 사업관리에 대한 미숙함이 HP의 IBM화를 막고 있다.

멕 휘트먼 HP CEO가 빌 벡트에 하드웨어 사업부를 맡겼다는 건 그의 소프트웨어 역량을 통해 엔터프라이즈 사업의 체질을 바꾸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데이브 도나텔리 부사장의 역할 변경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도나텔리 부사장의 새 역할은 핵심기술을 가진 스타트업 물색작업이다. 실리콘벨리의 벤터캐피탈을 기웃거리게 된 것이다.

도나텔리 부사장이 자신의 특기를 살린다면 HP의 하드웨어 스타트업 인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HP는 도나텔리 부사장이 자신의 작품인 문샷, 스토어원스처럼 신기술을 보유한 신생회사 동정파악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3PAR, 쓰리콤 같은 하드웨어 회사의 인수에도 관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거론된 회사 모두 하드웨어다.

HP는 후기 COO 자리를 공석으로 남겨뒀다. 도나텔리 부사장의 새직책명도 없다. 새로 선임된 최고마케팅책임자(CMO)인 헨리 고메즈는 멕 휘트먼의 오랜 친구다. 고메즈 CMO는 휘트먼의 캘리포니아주지사 선거 출마 당시 홍보총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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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는 회계연도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전년대비 8% 하락한 272억달러를 매출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증권가 전망치 273억달러를 하회했다. 순이익만은 14억달러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흑자전환했다.

HP의 분야별 매출을 살펴보면 PC는 전년 동기 대비 11% 급감했다. 프린트 분야도 4% 감소했다. 엔터프라이즈, 서비스그룹은 9%, 금융서비스 역시 6% 줄었다. 소프트웨어 매출만 유일하게 전년 동기 대비 1%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