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립각을 세우던 이동통신사와 카카오의 협력 사례가 늘고 있다. 매개체는 카카오의 주력 캐시카우 서비스인 모바일 게임이다. 서로의 이득만 취하는 부분이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과거와 비교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이통3사 가운데 KT와 LG유플러스가 직접 카카오톡 게임하기에 써드파티 파트너로 참여해 게임을 공급 중이다. SK텔레콤은 자회사 SK플래닛이 운영하는 오픈마켓 T스토어를 통해 일부 카카오 게임 아이템을 구입하면 T스토어 캐쉬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포문을 연 곳은 LG유플러스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게임 개발사 ‘넛지’가 만든 3D 골프게임 ‘터치터치홀인원’을 카카오 게임 플랫폼에 선보였다. 국내 통신사가 카카오 게임을 내놓은 첫 사례다. LG유플러스는 기존 게임사와 개발사 관계처럼 퍼블리싱 업무를 맡았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오픈마켓에는 개발사 넛지 이름으로 게임을 내놓았지만, 중소 개발사를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고 실제 퍼블리싱은 LG유플러스가 맡은 게임”이라고 말했다.
이어 KT그룹 계열사 KTH가 지난달 말, 개발사 퍼플마루가 개발한 ‘도로시 원더랜드’를 카카오톡 게임하기를 통해 출시했다. KTH 퍼블리싱 게임이 카카오톡 게임하기에 입점한 것은 처음이다. KTH 관계자는 “카카오톡 게임하기와 관련해 두 세개 정도 더 준비하는 것이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경쟁사와 달리 직접 게임을 출시하진 않았다. 다만 앱 장터 T스토어를 활용한 점이 눈길을 끈다. 안드로이드 버전의 경우 구글 플레이에 쏠린 카카오 게임을 자체 마켓에 내놓고, 이용자들에게 게임 내 아이템을 구입할 경우 T스토어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캐쉬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마켓에 앱을 올려, 수수료를 떼면서 카카오 게임 판로를 넓힌 수준에 그치지 않는 행보다. T스토어가 자체 마케팅 비용을 사용해 카카오 게임 내 결제를 유도, 카카오와 자신의 매출을 동시에 확대하는 셈이다. 카카오와 적극적인 협력 체제는 아니지만 카카오 게임의 흥행에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감소한 T스토어로서는 주목할 만하다.
SK플래닛 관계자는 “카카오 게임 캐쉬백 이벤트는 마켓 사업자인 T스토어와 게임 개발사 간 협력 사례”라며 “카카오 게임이라고 입점이나 각종 이벤트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통사들의 이 같은 행보는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내 카카오톡 게임하기의 막강한 시장지배력에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서비스 시작 약 1년이 지난 카카오 게임은 국내 게임업계뿐만 아니라 텐센트, 징가, EA 등 글로벌 게임사까지 아우르며 영향력을 떨치고 있다.
반면 이통사들은 과거 모바일 게임 시장을 선도하던 입장에서 쫓아갈 수 밖에 없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이들은 스마트폰 이후 모바일 앱 생태계가 구축되기 전까지, 과거 피처폰 중심의 통신사 마켓을 통한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해왔다.
아울러 이통사들은 가입자의 콘텐츠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사업자별 앱장터(T스토어, 올레마켓, U+스토어 등)를 운영 중이지만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매출에 크게 못미치는 상황이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카카오 게임이 대부분 이통사 마켓보다 글로벌 마켓에서 다운로드가 발생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재 국내 모바일 앱 매출 중 95% 내외를 게임이 차지하고 있으며, 이중 카카오 게임이 가장 큰 모바일 앱 결제 구매력을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카카오 게임은 무료로 배포되지만 앱 내 결제(IAP)로 구매되는 게임 아이템 매출의 경우 다운로드 마켓 사업자에게 일정 수수료 형식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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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통3사의 앱장터엔 상당수의 카카오 게임이 올라와있다. T스토어, 올레마켓, U+스토어에는 각각 36종, 24종, 13종의 카카오 게임이 판매 중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피처폰 시절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절대 ‘갑’의 위치에 있던 이통사가 플랫폼 경쟁에 뒤쳐진 결과”라며 “모바일 게임 시장 주도권을 카카오가 가져간 뒤 1년이 가까이 지난 후에야 이통사들이 카카오 게임에 관심을 보이지만 성과는 여전히 미진한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