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상품을 가장 좋은 가격에...(Best Product, Best price)’
애플의 제품 전략을 한 마디로 표현한 말이다. 애플은 이러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매년 딱 하나의 스마트폰만을 발표해왔다. 대신 새로운 스마트폰이 나올 때마다 이전 모델은 가격을 조금 낮추는 방식으로 보급형과 고급형 제품 라인업을 구축해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아이폰5C의 등장은 그간 애플의 전략과 다소 어긋나는 구석이 많다. 최초 저가형 아이폰에 대한 소식이 전해졌을 때만 하더라도 전문가들이 반신반의한 이유다. 그러나 이제는 쏟아지는 각종 구체적인 증거에 결국 이를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20일 애플의 아이폰5C가 LTE-TDD 전용 스마트폰이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5C는 중국 LTE-TDD 시장을 겨냥한 제품이 될 것이며 C는 차이나 혹은 차이나 모바일의 앞 글자”라고 전했다.
흔히 중국서 TD-LTE라고 불리는 LTE-TDD는 중국, 러시아, 중동 등 일부 국가에서 사용하는 4세대 이동통신 규격이다. 우리가 쓰는 LTE 규격인 LTE-FDD와는 방식이 달라 당장은 호환 사용이 불가능하다. 중국 정부는 올해 4분기 LTE-TDD를 상용화 할 계획이다.
아이폰5C가 LTE-TDD 전용으로 출시된다는 주장을 뒷 받침 하는 근거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아이폰5C를 LTE-TDD로 제한함으로써 중국 및 일부 저소득 개발도상국에만 기존 아이폰보다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는 점이다.
즉, LTE-TDD를 지원하는 아이폰5C는 이를 지원하지 않는 국가에서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들 지역에서는 기존 아이폰5 혹은 아이폰5S 판매를 그대로 이어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애플은 과거 가격이 다소 저렴한 아이패드 미니 출시 후 9.7인치 아이패드 판매량이 급감하며 카니발리제이션(자기잠식)을 경험한 터라 이 같은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렸다.
두 번째는 최근 중국 시장을 대하는 애플의 움직임이다. 지난달 팀 쿡 애플 CEO는 시궈화 차이나텔레콤 회장과 극비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시궈화 차이나모바일 회장은 지난 15일 2분기 실적발표에서 애플과 협상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애플이 중국 사업 강화를 위해 대규모 인력 충원에 나섰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소셜 구직 서비스인 링크드인을 통해 물류, 마케팅, 매장관리 등 다양한 부문에서 인력 채용에 나섰다는 내용이다. 단순히 아이폰5S 발표를 앞두고 중국 시장을 강화하기 위해 인력을 대규모로 충원한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즉, 차이나텔레콤과의 계약은 이미 성사 직전이거나 혹은 이미 완료가 됐고 이를 위한 조직 보강이라고 보는 편이 더 자연스럽다.
이러한 가운데 차이나모바일이 올해 말 LTE-TDD 기술 기반의 4G 이동통신 서비스를 준비 중인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기존 아이폰5는 LTE-TDD 통신 환경에서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애플이 차이나 모바일에 제시할 수 있는 카드는 새로 발표될 아이폰5S에서 LTE-TDD를 지원하는 것과 아이폰5C를 LTE-TDD 스마트폰으로 만들어 공급하는 것 두 가지다.
현재 분위기로 보면 두 제품 모두 차이나 모바일을 통해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애플에 통신칩을 공급하는 퀄컴은 올해 초 LTE-TDD를 포함해 전 세계 40개 주파수를 지원하는 통합칩 RF360을 출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퀄컴은 클라이언트 요구에 맞게 칩을 커스터마이징해 공급한다”며 “아이폰5S에도 이 같은 방식의 LTE 통합칩이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애플이 최근 급감하고 있는 중국 내 스마트폰 점유율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아이폰5C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애플이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유에는 단순히 가격이 비싸기 때문만은 아니다. 중국 내 7억4천만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1위 사업자 차이나모바일과 계약을 맺지 못한 이유가 크다. 이는 미국 내 13세 이상 휴대폰 가입자 2억3천400만명에 3배를 넘는 수치다.
차이나 모바일 역시 LTE-TDD의 성공적인 론칭을 위해 최고의 파트너가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일찌감치 갤럭시노트2 LTE-TDD 버전 개발을 발표하고 차이나 모바일과 공급 계약을 맺었다. LG전자 역시 올해 초 MWC2013에서 차이나 모바일과 LTE-TDD를 공동 시연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이외에도 거의 모든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LTE-TDD 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5년 이내에 중국 내 LTE-TDD 스마트폰 시장은 1억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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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애플이 이 시장마저 놓친다면 갈수록 떨어지는 스마트폰 점유율을 따라 만회하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러한 위기감이 아이폰5C 개발을 결정하게 만든 가장 큰 동기라는 분석이다. 타 경쟁업체와 달리 애플이 단일 이동통신사를 위한 제품을 개발한 전례는 단 한 번도 없다. 물론 아이폰5C에 차이나텔레콤 로고가 인쇄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지만 사실상 차이나 모바일을 위한 폰이라는 주장이다.
애플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애플은 뚜렷한 목적 혹은 명분 없이 신제품을 내는 기업이 아니다”며 “아이폰5C는 단순히 보급형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제품이라기 보다 거대한 중국 시장을 잡기 위한 전략 스마트폰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