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에 새 유행어가 떴다. 클라우드, 빅데이터에 이어 이번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 혹은 ’만물인터넷(Internet of Everything, IoE)‘이라 용어다.
IoT를 두고 기반 플랫폼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각지에 개별적으로 만들어진 만물인터넷의 단초들은 그를 통합할 플랫폼을 원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타이젠, 자바 등 플랫폼 자리를 노리는 후보들이 암투중이다.
■M2M에 지능과 서비스를 더하다
IoT란 단어가 처음 나온 건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케빈 애시톤이란 당시 MIT 공대 오토-ID센터 소장이 RFID를 언급하며 제안한 용어다. 이후 MIT 오토-ID센터가 개념을 구체화하고 시장분석 자료를 발간하면서 대중화됐다.
말 그대로 사물 간의 인터넷이다. 간단히 말해 사물이 인간에 의존하지 않고 통신을 주고받는 것을 일컫는다. 여기까진 IoT 이전에 존재했던 유비쿼터스나, 사물통신(M2M)과 비슷하다. 구세대의 말을 새롭게 포장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함의는 좀 더 복잡하다.
사물과 사물이 정보를 주고받는 건 우리 일상생활에 꽤 깊이 들어와 있다. 생산자동화 같은 분야에선 M2M이 일반화되는 추세다. IoT는 통신이란 기본 전제에 지능(Intelligence)과 서비스를 더한 것이다. 제각각 떨어져 존재하는 사물 간 통신을 거대한 하나의 틀로 묶어내 서비스를 투입하고, 사람에게 더 나은 부가가치를 주는 것을 IoT로 볼 수 있다.
이같은 IoT를 실현하려면 플랫폼이 필요하다. 현 단계에선 각 기기에 탑재될 운영체제와 SW플랫폼이 우선 거론된다.
■'안드로이드', '타이젠' '자바ME' IoT를 노리는 거인들
IoT를 위한 SW 플랫폼으로 가장 유력한 후보는 리눅스다. 오랜 시간 임베디드 분야서 많이 활용돼온 리눅스는 안드로이드, 타이젠과 함께 그 잠재력의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커지고 있다.
리눅스는 오픈소스란 특징과 함께 라즈베리파이, 아두이노 같은 오픈하드웨어에 채택되며 다양한 가능성을 내보이고 있다. 전세계 수많은 개발자들이 리눅스를 통한 기발한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상황이다.
최근 구글이 내놓은 안드로이드4.3 버전도 IoT를 염두에 둔 포석을 보인다. 안드로이드 4.3은 블루투스 스마트레디 인증을 획득했다. 블루투스 스마트레디는 3.0버전부터 나온 것으로키보드나 헤드폰 같은 액세서리뿐 아니라 모든 블루투스 탑재 제품에 부여되는 상표다.
블루투스 탑재 기기에서 생성되는 정보를 안드로이드 기기에 끌어와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 피트니스 기구 모니터나 의료장비, 도어록, 심장박동측정기 등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안드로이드 앱에서 확인하고, 기기를 제어할 수도 있다. 안드로이드4.3은 API를 통해 블루투스 제네릭 어드리뷰트 프로파일(GATT) 서비스를 지원한다. 안드로이드 앱 개발시 블루투스 스마트레디를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안드로이드4.3은 IoT 플랫폼을 장악하려는 구글의 야심을 보여주는 증거다. 데이터로 먹고 사는 구글이 전세계 모든 기기에서 수집할 수 있는 막대한 데이터를 넋 놓고 바라볼 까닭이 없다.
구글글래스도 구글의 야심을 드러내는 단초다. 구글글래스는 스마트안경이란 새로운 기기란 점 외에도 그 안에 탑재된 OS가 주목할 부분이다. 이 기기의 OS도 안드로이드지만, 구글글래스 만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안드로이드다. 소비전력을 줄이고,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구글과 주고 받을 수 있게 설계됐다. 구글글래스는 사람의 눈 언저리에 자리잡은 구글의 스트리트뷰 제작카메라기도 하다.
삼성전자와 인텔이 밀어붙이는 또 다른 리눅스, 타이젠도 IoT 플랫폼으로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부문(IM) 사장은 최근 씨넷코리아와 인터뷰를 통해 타이젠의 미래를 내비쳤다.
신종균 사장은 타이젠을 단순히 안드로이드 대안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것은 오해라며 삼성전자는 사업자와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에 따라 그에 맞는 제품을 출시한다는게 원칙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스마트폰, 태블릿, 컴퓨터, 카메라 등 IT 기기간 컨버전스 뿐 아니라 자동차 업계, 바이오 산업, 은행 등 전혀 다른 업계와의 컨버전스도 매우 활발하다라며 크로스 카테고리 컨버전스야말로 다양한 부품부터 제품까지 모둔 갖춘 삼성전자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라고 덧붙였다. 다양한 기기의 OS로 타이젠을 내놓을 수 있다는 언급으로, IoT 플랫폼을 노린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오라클도 IoT 플랫폼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 오라클은 자바 ME 임베디드 버전을 IoT 플랫폼을 위한 SW로 내세운다. 전세계 수많은 M2M 기기에 탑재된 자바ME 임베디드는 이미 많은 사례를 갖고 있다. TV리모콘에 탑재되는 SW도 자바일 정도. 사실 일상생활 속 근거리 통신 기기는 자바를 사용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오라클은 자바ME와 함께 오라클 클라우드와 DB, 미들웨어, 분석 애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SW 및 서비스를 통합하면 하나의 거대한 IoT 플랫폼을 구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IoT 플랫폼이 넘어야 할 산
IoT 플랫폼으로 거론되는 SW들은 아직 해결해야 할 몇가지 과제를 갖고 있다. 일단 소형 기기로 이뤄지는 단말기의 전력소비다. SW가 얼마나 가볍고, 전력을 적게 소비하느냐가 주류 IoT 플랫폼으로 가기위한 장애물인 것이다.
다음으로 라이선스다. 자바ME 같은 플랫폼은 유료 라이선스다. IoT 디바이스는 근본적으로 사람 손에 쥐어진 휴대폰보다도 그 수가 많다. SW 비용이 비싸진다면 플랫폼으로 채택할 매력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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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각 기기에서 만들어내는 정보를 한곳에 모아 관리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얹기 위한 백엔드 시스템이다. 단순히 데이터를 적재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분석을 거쳐 새로운 서비스로 만들기 위한 IT인프라가 필요하다.
시스코는 IoT를 더 거대한 IoE로 상정하고 전세계적인 시장가치를 2022년까지 14조4천억달러로 추산했다. 수많은 아이디어가 가벼우면서도, 개방적인 플랫폼과 만나 새로운 IT 산업의 은하수를 만들어낼지 지켜볼 시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