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지능통신(M2M)에 '스마트'를 허하라

일반입력 :2013/03/08 08:31    수정: 2013/03/08 08:51

주요 통신사들이 포화상태인 국내 개인용(B2C) 회선시장을 넘어 기업대상(B2B) 사업전략 실행을 요구받는 추세다. IT업계를 관통할 비전으로 떠오른 사물지능통신(M2M)시대로 들어서기 위해서다. 통신사들도 명분에는 동의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대응은 가입자 뺏기에 혈안인 B2C 시장과 단기 실적에 치중해온 습성을 떨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M2M 환경에선 연산능력을 갖춘 사물들이 무선통신망으로 연결돼 실시간으로 자기 상태와 주변환경에 대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 기업이 '스마트오피스'로 사람의 일처리를 효율화하듯, M2M으로는 자동화 영역의 업무흐름을 효율화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한다. 일례로 공장이나 사업장에 보유 차량, 창고 적재물 등 자산의 위치추적, 현황파악, 원격지 운영관리에 유용할 수 있다.

M2M 실현을 위해서는 표준화된 플랫폼 기술, 지능을 갖춘 단말기, 이들을 엮어줄 촘촘한 통신망, 3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통신망이라면 이미 KT와 SK텔레콤이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3G네트워크를 구축했고 LTE네트워크는 LG유플러스를 포함한 통신3사가 가용지역과 품질을 놓고 경쟁에 나섰다. 국내외 연구조직과 국가간 협의체가 플랫폼 표준화를 추진중이며 각 기업들은 이미 플랫폼 기술을 선보이는 중이다.

단말기를 위한 '통신모듈'도 개발되고 있다. 이 부품에 요구되는 조건은 3G나 LTE 또는 와이브로 등 여러 통신방식과 네트워크 환경에 한꺼번에 대응하면서도 낮은 생산단가와 작은 물리적 크기로 다양한 장치에 탑재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이 통신모듈과 표준화된 플랫폼이 확산되면 M2M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중이다.

■M2M, 스마트기기만 있어도 'OK'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이런 완전한 플랫폼 기술, 표준규격, 통신모듈 없이도 일정규모의 M2M 구현이 가능하다고 여긴다. 스마트오피스처럼 스마트한 M2M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핵심은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태블릿같은 '스마트기기'를 M2M 용도로 쓴다는 아이디어다. 이런 단말기들은 기본적으로 무선랜과 3G 또는 LTE 통신칩, 위치와 움직임을 파악하는 센서 등을 품고 자체 프로세서와 운영체제(OS)로 연산기능까지 갖췄다. 전원과 네트워크 접속만 제공되면 적절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통해 다양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이미 아이디어를 실현한 사례도 있다. 근태관리서비스업체 '스마트하우스'가 선보인 근태관리장비다.

스마트하우스는 웹앱 방식으로 근태관리와 노무관리 소프트웨어(SW)를 만들었다. PC와 모바일기기에서 근태관리업무를 볼 수 있게 했다. 별도 개발한 태블릿용 RFID리더 액세서리를 통해 카드접촉식 출퇴근 처리도 된다. 모든 데이터는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되고 즉시 엑셀형태로 출력 가능하다.

이 방식은 인터넷과 전원이 공급되는 공용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단말기만 있으면 즉시 구현된다. 타업체에서 근태관리 전용 목적으로 내놓은 장비들이 수십~수백만원대에 이르지만 인터넷 연동, 관리 전산화, 신기능 지원에는 상대적으로 제약이 따른다는 점과 대조를 이룬다.

사실 스마트하우스는 스마트기기의 브라우저와 액세서리 연결같은 기초적인 기능을 활용했을 뿐이다. 다른 센서와 모바일앱을 통해 더 다양한 목적을 실현할 수 있다. M2M환경을 구성하는 단말 장치를 현존하는 아이패드나 갤럭시탭처럼 응용기술을 유연하게 적용 가능한 스마트기기로 적용 못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아직 스마트하우스측은 근태관리서비스 제공시 꼭 필요한 경우 자체 보유한 중고단말기를 소량 공급했을 뿐, 대부분 고객사가 직접 보유한 단말기를 쓰게 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밝혔다.

■스마트M2M 걸림돌은 '공기계 확보'

서비스확산을 위해서는 사업적으로 원활한 장비 공급이 필요하다. 비싼 새 단말기를 쓰긴 어렵단 얘기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일종의 M2M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성능과 통신망 연결기능을 갖춘 스마트폰 및 태블릿을 대량으로 싸게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국내서 스마트폰과 태블릿 중고단말기를 체계적으로 유통하는 경로가 없어 문제가 될 전망이다.

7일 권성인 스마트하우스 대표는 중고 단말기를 대량으로 확보할 방법이 없어 사업확장에 애로가 있었다며 다음달 국내 출시된 갤럭시S2 제품의 약정이 끝나면 단말 수급문제가 완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어쩌면 통신사들이 더 간단한 해법을 쥐고 있다. 기기변경시 가격을 보상해주는 프로그램으로 일반 사용자들로부터 매입한 중고폰을 체계적으로 기업들에게 판매하면 된다. 하지만 그런 전례는 없는 듯하다.

SK텔레콤이 'T에코폰'을, KT가 '올레 그린폰'을, LG유플러스도 자체 중고폰 매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중고폰에 대해 일정한 품질 검수를 거쳐 등급을 판정하고 기기변경시 현금보상에 준하는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방식으로는 폐기되는 단말기의 절대적인 양을 줄이기 어렵다. 인기가 없는 단말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떨어지고 결국 아무도 찾지 않게 된다.

통신사들은 인기없는 중고폰에 대해 이렇다할 활용처를 발굴하지 않았다. 2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다. 우선 중고폰 시장이 활성화될 경우 신형 단말기 공급과 약정 가입자 확보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또 스마트기기를 오로지 '사람이 써야 하는 것'으로 전제하고 다른 가능성을 보지 못한 탓이다.

이와 관련, SK텔레콤은 T에코폰이 있다는 것을 기업고객 대상으로 소개하곤 있지만 단말기를 대량으로 제공한 사례는 없다며 이는 단말기를 분실해 어쩔 수 없이 공단말기가 필요한 개인고객이 아닌 경우 별도 지원정책(혜택)대상이 아니라 기업고객들이 무관심한 상황이라 밝혔다. KT와 LG유플러스는 관련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B2B 솔루션-M2M 요금제 있지만…망관리 숙제

통신사들에게 기업시장을 발굴할 의지가 없는 건 아니다. 개인 모바일회선 가입자수가 인구수를 넘어설 정도로 포화된 상태에서 신성장동력으로 B2B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M2M 환경과의 연계도 고려한 모양새다.

한 통신사는 B2B 솔루션 사업으로 ▲소상공인 창업자 대상 매장운영, 사업관리, 고객관리 ▲기업 대상 모바일기반 업무, 보안관리, 산업별 특화 솔루션 제공 ▲클라우드 활성화 환경에서 모바일 최적화 솔루션과 데이터 관리 ▲빌딩, 집, 공장 등 대상 공간의 에너지 효율과 보안 지원 ▲고객 접점에서 광고 매체와 결제 부가 서비스 제공, 이렇게 크게 5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M2M용 별도 요금체계도 있다. 음성통화나 문자를 제외한 데이터통신 서비스를 사용량에 따라 월정액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위치정보를 활용한 일반 및 특수차량, 자산, 위험물 상태와 관제서비스 ▲공공시설물 상태감시와 제어 ▲전광판 활용 정보제공 등에 활용 가능하다. 다만 이런 요금제 자체가 일반 사업자들에게 생소하다. 그 쓰임도 범용 B2B 솔루션 시나리오와 맞물리기보다는 특수목적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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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통신사들은 소상공인이나 중소전문업체들이 중고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활용할 수 있도록 더 유연한 M2M요금제를 갖추고 해당 사례가 확산될 경우 이용량이 늘어날 통신망의 안정성과 품질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스마트기기로 무인 근태관리 시스템을 만들어 공급중인 스마트하우스의 권성인 대표는 통신사들이 개인소비자를 겨냥한 LTE 가입자 유치에 치중하면서 기존 3G 통신망 품질 관리와 투자는 소홀해진 것 같다며 M2M 응용사례가 늘어날수록 당장 불충분한 네트워크 품질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