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D램 ‘2배수 법칙’ 깨졌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3GB 탑재 대세

일반입력 :2013/08/06 17:05    수정: 2013/08/07 08:17

이재운 기자

D램 시장을 지배하던 이른바 '2배수 법칙이 깨졌다.

하반기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3GB 모바일 D램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2GB 제품이 주종을 이루는 모바일 D램 시장에도 자연스런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그동안 D램이 보통 2의 배수로 두 배 씩 증가했던 것에 비춰보면 3GB 용량은 이채로운 현상이다.

업계에서는 3GB 모바일 D램 등장에 대해 무조건적인 고사양보다 저전력을 중시하는 모바일 기기의 특성과, 대용량화에 따른 기가비트(Gb) 적층 기술 변화 등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내달 공개하는 차세대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3’에는 3GB 램이 탑재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부터 3GB 20나노급 LPDDR3 모바일 D램 양산에 돌입했다. SK하이닉스 등 경쟁사들도 2GB 이상 용량 제품을 차세대 로드맵으로 준비 중이다.

3GB 램이 이채로운 것은 흔히 메모리반도체는 2의 배수로 배증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으로 알려져왔기 때문이다. 인텔의 공동설립자 고든 무어에 의해 제기된 ‘무어의 법칙’은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매 18개월마다 2배씩 증가한다고 규정했다.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 2002년 이른바 ‘황의 법칙’을 통해 12개월 마다 2배씩 반도체 성능이 증가할 것이라고 발표하고 이를 입증해왔다.

이같은 법칙은 PC용 제품은 물론 모바일 D램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돼왔다. 모바일 기기용 메모리 용량도 1년에 두 배 꼴로 성장해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폰은 표준 메모리 용량으로 기본 2GB 램(하이엔드급 기준)을 장착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2009년 50나노급 MDDR 256MB 모바일 D램을 양산한 이후 2010년에는 40나노급 MDDR 512MB 제품을, 2011년에는 30나노급 LPDDR2를 적용한 1GB와 2GB 제품을 각각 양산했다. 이어 지난해 8월에는 30나노급 LPDDR3를 적용한 2GB 모바일 D램을, 지난 4월에는 20나노급 LPDDR3를 적용한 2GB 제품을 양산했다.

현재까지 발전 속도를 감안할 때 최신 운영체제(OS)와 대화면·고해상도 디스플레이 지원 및 애플리케이션 구동을 위한 전반적인 모바일 D램 데이터 용량 증가는 필수적인 것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2GB 수준에서 점차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이런 상황에서 3GB 제품은 4GB로 넘어가기 전 중간 단계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2GB 이상의 대용량 제품을 준비하면서도 4GB 제품의 오버스펙을 우려, 3GB를 통해 적절히 분산시킨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SK하이닉스가 8Gb LPDDR3을 개발하는 등 4GB 제품을 만들 기술은 이미 개발된 상태”라면서도 “이제야 2GB 모바일D램이 최고급 사양으로 탑재되고 있는 상황에서 4GB 제품이 과연 이른 시일 내에 상용화 가능한 수요가 발생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PC 시대와 달리 모바일에서는 무조건적인 고사양 제품보다는 저전력과 최적화에 초점을 맞춘 수요가 지배적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PC용 D램은 전력이 항상 유선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전력 대신 고사양을 통한 고성능 제공이 최대 목표였다. 하지만 배터리를 사용하는 모바일 D램은 전력소모량을 최소화해 배터리 수명을 늘리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모바일 기기로는 PC와 달리 복잡한 작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사양, 고성능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PC와 모바일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중앙처리장치(CPU)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최고 성능 제품을 비교해봐도 CPU는 인텔과 AMD 제품 모두 3GHz대 제품까지 출시된 반면, AP는 최신 제품인 퀄컴의 스냅드래곤800이 2GHz 수준에 머물러 있다.최근 기술적인 상황 변화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 메가바이트(MB) 시대의 메모리반도체는 단일 칩, 혹은 두 개의 칩을 연결해 만드는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기가바이트(GB) 단위로 넘어오면서는 여러 개의 기가비트(Gb) 칩을 적층해서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반드시 2의 배수로 늘릴 필요가 없어졌다는 설명이다.

3GB 모바일D램의 경우, 4Gb LPDDR3를 6단으로 적층하거나 6Gb LPDDR3를 4단으로 적층해 만드는 두 가지 방식으로 만들 수 있다. 삼성전자는 전자의 방식으로 개발에 성공해 지난달 이를 공개했고, SK하이닉스는 지난 6월 20나노급 기술을 적용, 세계 최초로 8Gb LPDDR3 제품을 개발했다. 이 제품을 적층하면 4GB 모바일D램 생산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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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사양을 무조건 높이기보다는, 저전력 기술이 지원하는 범위 내에서 사양을 높여가는 것이 모바일 기기 관련 부품 시장의 전반적 추세”라면서 “과거 ‘무어의 법칙’이나 ‘황의 법칙’ 등으로 대표되던 기술 개발 경쟁에 새로운 국면이 찾아왔다”고 분석했다.

모바일D램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 조만간 PC용 D램을 제치고 메모리반도체 분야의 최대 시장을 이룰 것으로 예상됐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모바일D램 시장이 오는 2015년이면 116억달러 규모를 기록, PC용 D램 시장(99억달러)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가트너도 올해 전체 D램 시장의 30%를 차지한 모바일 D램 시장이 오는 2015년 44%까지 비중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