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석봉아, 너는 불을 끄고 책을 읽거라"

일반입력 :2013/08/05 08:37    수정: 2013/08/05 18:12

남혜현 기자

새 전자책 단말기가 공개됐다. 가능한 책을 읽기 편하도록, 사양을 높이고 소프트웨어를 개선했다. 아마존 킨들 페이퍼화이트처럼 화면 양 옆에 조명(Front light)도 달았다. 불 끄고 침대에 누워 책을 읽기 딱 좋다.

예스24, 알라딘, 반디앤루니스 등이 합작해 설립한 전자책 전문업체 한국이퍼브가 1일 전자책 단말기 '크레마 샤인'을 선보였다. '크레마 터치'의 후속작으로, 오는 26일 14만9천원에 출시한다. 예약판매는 5일부터다

출시를 한 달 앞두고, 시제품 형태로 공개된 크레마 샤인을 하룻동안 먼저 써봤다. 전작인 크레마 터치, 아마존 킨들 등과 비교도 해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만드는 사람들, 고민 많이 했네다.

■불 끄면 나오는 진가

기자가 손에 받아 쥔 제품은 시험 버전이다. 와이파이 등 일부 기능에서 몇 가지 해결되지 않은 버그가 있었다. 최적화 기간 중이라 감안하고 썼다. 한국이퍼브 관계자는 원인을 파악한 상태라 출시 전까지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라고 했다.

크레마 샤인을 가지고 가장 처음 한 일은 한 밤 중 방 안 불 끄기였다. 전자책에 탑재된 e잉크 디스플레이는 종이책과 비슷하게 눈에 편안함을 준다. 대신 불을 끄면 안 보인다. 크레마 샤인은 e잉크 화면에 조명을 달았다. 눈이 편한 환경을 유지하면서 밤에도 책을 볼 수 있게 한 아이디어다.

컴컴해진 방 안에서 크레마 샤인을 켜봤다. 스탠드를 켠 것처럼 화면이 밝았다. 최대 밝기로 해놓으니 오히려 스마트폰 LCD처럼 강한 것 같아, 조도를 낮췄다. 절반 정도의 조명 밝기를 유지하니 눈에 무리 없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메뉴를 찾아갈 필요 없이 책을 읽다 화면 상단을 '터치'하면 조명과 와이파이를 조정할 수 있는 '퀵 메뉴 바'가 생긴다. 킨들의 경우 조명은 달았지만, 메뉴를 찾아 들어가 조절해야 하므로 단계가 더 복잡하다.

편안하긴 하지만, 조명을 달았으니 배터리 소모는 전작보다는 크다. 크레마터치는 완전 충전시 400시간 연속 사용할 수 있었다. 크레마 샤인의 경우 조명을 켜고 끄는 떼 따라 사용시간이 달라진다. 하루에 한시간씩 조명을 키고 독서를 한다고 가정하면, 한 번 충전으로 3주간 사용할 수 있다. 최적화를 거치면 한달까지 사용시간이 늘어날 것으로 이 회사측은 예상했다.

■형보다 나은 아우

일단 외관부터 달라졌다. 전면 물리 버튼을 세개에서 하나로 줄였다. 잔상을 없애는 버튼과 전 단계로 넘어가는 버튼을 없앤 대신 이 기능을 화면 터치로 조작할 수 있게 했다.

확실한 차이는 무게다. 크레마 터치가 215g 무게에 3천권의 도서를 담을 수 있었던 것에 비해 크레마 샤인은 185g 무게에 6천권의 책을 넣을 수 있게 했다. 내실은 살리고 다이어트는 확실하게 한 셈이다.

크레마 터치가 손에 쥐는 그립감을 향상시키고, 전원 버튼을 위에 달기 위해 총 세조각(3PCS)의 외부 케이스를 사용했다면 크레마 샤인은 이를 두조각(2PCS)로 줄였다. 대신 고무 페인팅을 채택, 그립감을 살렸다. 케이스 조각이 줄어들어 떨어트렸을 때 오는 충격으로 외관이 파손되는 현상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제품 구매시 증정되는 화면 덮개용 케이스는 파랑과 주황, 검정 등 세가지 색상으로 마련됐다. 케이스의 경우, 크레마 터치가 처음 발매됐을 때 이용자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던 것을 반영해 제작한 것이다.

그다음 느끼게 되는 건 속도다. 전작인 크레마 터치를 사용할 때 가장 답답했던 것 중 하나는 책을 불러오는 로딩 속도였다. 이미 구매한 후 다운로드 받아놓은 책이건만, 표지를 불러오는 로딩 속도는 꽤나 느렸다.

크레마 샤인은 이를 개선했다. 스마트폰 만큼 즉각적인 반응은 아니지만 대략 3초 안에 첫 페이지를 불러왔다. 그 다음 페이지부터는 터치 후 바로 페이지 전환이 됐다. e잉크 특성 상 '깜빡' 하는 페이지 전환 속도가 사라진것은 아니지만, 불편함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이것이 가능해진 것은 하드웨어 부품 사양 개선과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덕이다. 사양면에선 킨들보다 뛰어나다. 512메가바이트(MB) 메모리에, 킨들 화이트페이퍼 4배에 달하는 8기가바이트(GB) 저장공간을 제공한다.

클라우드 기능을 지원, PC와 스마트폰 태블릿 등과 전자책을 공유할 수 있다. 1기가헤르츠(Ghz) 프로세서에, 프론트 라이트를 탑재했고, 구글 아이스크림샌드위치(ICS)를 채택했다는 것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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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배려도 있다. 오른손 잡이와 왼손 잡이 모드를 구분해 선택할 수 있게 했다. 한 손으로 책을 읽는 사람들에 유용하다. 공공도서관, 대학도서관, 초중고교, 기업 등에 제공하는 예스24 전자도서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책을 많이 읽는데다, 여행이나 출장이 잦은 사람이라면 크레마 전자책 단말기를 추천한다. 어두운 곳, 잠들기 전에 책을 읽길 원한다면 조명이 달린 크레마 샤인을 써볼만 하다. 다만, 아직까지 스마트폰의 빠른 속도와 비교하긴 이르다. 올해 작심삼일이라도 책을 읽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면, 책 읽기엔 좋다는 이유 하나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