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전자가 윈도PC 브랜드를 '아티브'로 통일하면서 인텔 프로세서 기반의 제품만 살렸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야심차게 내놨던 ARM 기반 운영체제(OS) 윈도RT를 제외한 삼성전자의 속내는 어떤 것일까.
윈도RT는 MS가 윈도 제품에 부족했던 저전력과 이동성을 강화하기 위해 ARM 프로세서를 끌어안겠다고 만든 OS다. 신제품 윈도8과 동일한 터치 조작환경 '모던UI'를 지원하지만, 기존 윈도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구동을 포기하고 나왔다. 모던UI 기반 앱은 윈도8과 윈도RT에서 모두 돌아간다.
윈도RT는 지난해 10월 MS가 윈도8 소프트웨어와 이를 탑재한 PC를 선보일 때 함께 출시됐다. 다만 ARM 기반이라 일반 사용자들이 윈도8처럼 내려받아 설치할 수 없었다. MS로부터 윈도RT 라이선스를 지불한 제조사들이 ARM을 품은 단말기를 만들어 파는 방식으로 시장에 공급됐다.
삼성전자도 윈도RT 기반 단말기를 만드는 주요 파트너 가운데 한 곳이었다. 회사는 윈도RT 기반 태블릿 '아티브탭'을 지난해 8월29일 영국 런던 '삼성모바일언팩'에서 선보인 뒤 10월29일 MS 개발자 행사 '빌드'에서도 시연했다. 이어 12월14일 제품을 출시했다.
윈도RT 기반 아티브탭은 퀄컴 스냅드래곤S4 듀얼코어 1.51GHz 프로세서, 2GB 램, 32GB 또는 64GB 저장공간, 10.1인치 1366x768 화소 디스플레이, 570g 무게, 7mm 두께를 보여주는 태블릿으로 소개됐다.
아티브탭은 일부 리뷰에서 MS가 직접 만든 윈도RT 기반 태블릿 '서피스RT'보다도 가볍고 얇다는 칭찬을 받았지만 실제 제품을 접한 사용자들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제품에 대한 시장성을 낮게 판단해 주요 시장에서의 출시를 포기하거나 판매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아티브탭은 지난 1월 미국에서의 제품 출시를 포기했고 지난 3월에는 이미 출시된 독일에서도 판매가 중단됐다. 그나마 국내서는 정식으로 제품이 소개되지도 않았다. 이후 삼성전자는 지난 4월말 윈도8과 윈도RT용 브랜드였던 '아티브'를 윈도PC 제품군 통합 브랜드로 삼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지난달 하순 영국 런던 제품발표행사 '삼성프리미어'를 통해 새로운 아티브 제품군을 대거 공개했다. 태블릿 '아티브탭3', 올인원PC '아티브원5', 노트북 '아티브북9플러스'뿐아니라 안드로이드와 윈도가 한몸인 '아티브Q'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전 아티브에 속했던 윈도RT 기반 아티브탭은 찾아볼 수 없었다.
23일 현재 아티브 브랜드 통합 과정에서 과거 윈도RT에 부여됐던 '아티브탭' 명칭은 인텔 아톰 프로세서를 탑재한 윈도8 태블릿의 차지가 됐다. 이 제품이 처음 공개됐을 때 명칭은 '아티브 스마트PC'였다. 즉 삼성전자는 윈도RT 계열로 분류되던 제품 명칭을 아예 걷어내고 윈도8 제품만으로 아티브 시리즈를 구성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존 아티브탭으로 분류됐던 윈도RT 기반 제품은 안 나오는 것이냐는 질문에 미국서는 해당 제품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며 아직 윈도RT 계열 제품을 국내엔 출시한 적이 없고 내놓을 계획도 현재로선 없다고 답했다.
사실 삼성전자는 태블릿 시장에서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안드로이드 기반의 제품군에 주력하고 있다. 소프트웨어를 구글에 의존하긴 하지만 핵심 부품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직접 만들어 쓸 수 있기에 차별화가 가능한 상황이다.
그런데 MS는 주요 부품에 대한 규격을 제한해 제조사들이 윈도RT 기기를 마음껏 만들지 못하게 했다. 윈도RT가 ARM 프로세서에서 돌아가기 위해 나왔다지만, 삼성전자가 직접 만드는 AP 엑시노스 시리즈는 지원되지 않는다.
삼성전자가 윈도RT 기기를 만들려면 AP를 자체 조달하지 못하고 퀄컴같은 경쟁사 것을 써야 한다. 퀄컴은 이미 MS 차기작 '윈도RT 8.1'용 AP 인증을 받았다고 밝혔고, 삼성전자가 윈도RT 8.1을 지원하게 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삼성전자가 윈도8 기반 제품을 만들면 어차피 이럴 필요가 없다. 어차피 x86 프로세서는 PC 업계의 오랜 파트너인 인텔로부터 가져오면 된다. 시장에서는 윈도RT가 윈도8에 비해 특별히 우월한 점이 있는지도 검증되지 않았다. 이미 MS는 직접 만든 서피스RT 태블릿을 20~30%씩 싸게 처분 중이다.
아직 삼성전자가 태블릿 분야에서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안드로이드의 통제권이 구글에게 있기 때문에 이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여러 OS 파트너와 관계 지속 의사를 밝혀 둘 필요는 있다. 하지만 회사가 출시 포기나 제품 단종 가능성을 부인하더라도, 이 시점에 윈도RT 기반 제품을 새로 내놔야 할 이유는 전혀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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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또다른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달라지면 윈도RT 기반 제품도 출시할 수 있다며 윈도RT 계열 제품을 단종시켰거나 출시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만일 삼성전자가 윈도RT 계열 제품을 다시 내놓을 생각이라면 그 OS에서 구동 가능한 ARM 프로세서로 엑시노스 칩에 대한 인증부터 받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