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황당 수수료, 콘텐츠 한류 진출 막는다

일반입력 :2013/07/17 11:58    수정: 2013/07/17 21:55

남혜현 기자

# 국내 유명 작가의 작품을 전자책으로 중국 시장에 판매하려던 A 출판사는 최근 생각하지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현지 에이전시로부터 차이나모바일이 판매 수수료로 매출의 60%를 요구한다는 통지를 받은 것. 여기에 현지 에이전시에 떼어줘야 할 몫도 매출의 20%다. 애써 시장을 개척해봤자 오히려 손해인 상황에 처했다.

# B 전자책 유통업체는 일본 코보와 계약을 앞두고 도장 찍기를 포기했다. 코보 측이 수수료로 매출의 50%를 요구 했기 때문. 출판 시장이 살아남기 위해선 글로벌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하지만, 너무 높은 수수료는 진출 시도 자체를 어렵게 만들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자책 작가·출판사·유통업체들이 중국과 일본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최대 60%에 달하는 높은 수수료다. 여기에 중국 출판사를 통해서만 전자책을 서비스할 수 있다는 정부 정책도 서비스 진출을 막는 요소로 꼽힌다.

최근 중국 시장에 진출을 시도했던 출판·유통업체들은 현지 수수료가 40~60%에 육박한다고 설명했다. 차이나모바일이 60%, 아마존 킨들스토어가 40% 수준이다. 예컨대 한 권의 책을 팔아 1만원의 매출을 낸다면 이 중 최대 6천원을 차이나모바일이 가져가는 것이다.

여기에 한국 출판사가 직접 차이나모바일과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을 수 없다는 정부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 현지 출판사가 국내 출판사의 콘텐츠를 수입하는 계약을 맺어야 하는데, 이때 떼어가는 수수료도 20%에 달한다. 중국 정부가 허가를 낸 현지 출판사가 많은 것도 아니다. 현지 업체들의 목소리가 커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콘텐츠 수입 계약을 맺었으니 전자책의 핵심인 '재전송권'을 중국 출판사가 요구하는 경우도 대부분이다. 전송권/재전송권은 전자책을 판매할 서비스 권리 자체를 말한다. 중국에서 책을 판매하려면 국내 저자나 출판사가 보유한 재전송권 자체를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A 출판사 관계자는 재전송권을 포기하는 것도 어렵지만, 이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또 다시 높은 수수료율이 진출을 꺼리게 한다라며 출판사들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고 논의를 해야 하는 단계로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은 B 유통업체도 마찬가지다. 1인 출판 작가들이 주로 이용하는 B 유통업체는 최근 일본에 전자책을 판매하기 위해 현지 업체들과 논의 했으나 결국 진출을 포기했다. 일본 코보가 요구한 수수료가 50%에 달했기 때문이다. 수익배분을 해야할 당사자가 많은 만큼, 코보에 떼어주는 50%는 국내 유통업체에 크게 부담이다.

이와 관련해 장기영 한국전자출판협회 사무국장은 콘텐츠를 대량 판매하게 되면 수수료를 50% 내도 상관은 없겠지만 중국 시장이 크다해도 대다수 출판물들이 공산품처럼 대량 판매되지는 못한다라며 이럴 경우 오히려 중국 진출에 비용만 더 들 수 있어 저자나 출판사들이 콘텐츠 수출을 꺼리게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높은 수수료율에도 불구하고 국내 출판·유통 업체들이 구글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 대신 현지 통신사 등의 마켓을 찾는 이유는 중국 시장의 특성 때문이다. 중국 현지 업체와 손을 잡아야만 현지에서 사업을 할 수 있는데다 중국인들의 현금 결제 습관도 한 이유로 꼽힌다. 카드 가맹점을 찾기 어려운 중국에서, 개인 카드 번호를 미리 입력해야 유료 결제가 가능한 애플과 구글의 앱스토어는 힘을 쓰기 어렵다.

앱북을 만들어 중국에 유통하는 C 업체 관계자는 중국 내 모바일 스토어만 80개가 넘는 가운데, 매출이 일어나는 유효 마켓수만 50여개라며 마켓 별 코인을 사도록 유도하거나 휴대폰 결제에 함께 청구되는 방식을 이용하는 스토어들이 더 인기를 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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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콘텐츠 판매 경쟁이 심화되면서 불법 콘텐츠 유통도 국내 업체들의 근심거리로 언급된다. 아예 무료로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해킹 프로그램을 깔아주는 것을 전제로 장사를 하는 곳도 있다.

이 관계자는 중국에서 애플과 구글 스토어는 힘을 못 쓴다며 중국에서 콘텐츠를 서비스하려면 불법 유통이 드물고 수익률이 좋은 파트너를 정확하게 찾아서 들어가야만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