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파수 할당방안을 ‘복수플랜 혼합경매’ 방식으로 최종확정하고 내달 경매에 들어간다. 이동통신3사는 상반기 내내 할당안 선정을 놓고 첨예한 신경전이 벌인데 이어 경매 전략 수립을 놓고 눈치싸움에 돌입했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과열 경매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2조, 3조원 등 천문학적 금액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지난 2011년 첫 경매보다 두세 배 이상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실제로 1.8GHz 인접대역을 확보해야 하는 KT와 이를 저지하려는 SK텔레콤-LG유플러스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확정된 할당안 자체도 입찰총액이 높은 밴드플랜이 낙찰되는 방식이라 더욱 그렇다.
미래창조과학부는 ‘KT 인접대역이 포함된 밴드플랜과 포함되지 않은 밴드플랜을 복수로 제시하고, 혼합방식의 경매를 통해 입찰가가 높은 밴드플랜과 낙찰자를 결정하는 방안’으로 경매를 진행할 예정이다.
■2011년 첫 경매, 1조원 문턱서 낙찰
우리나라에서 주파수 경매가 진행되는 것은 올해가 두 번째다. 지난 2011년 치러진 첫 경매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지난 경매는 올해 경매 방식과 입찰 가격, 경쟁 강도 등을 가늠할 참조사례로 꼽힌다.
지난 2011년 9월 시행된 주파수 첫 경매는 ‘1조원’으로 요약된다. 낙찰금이 1조원을 넘느냐 마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당시 경매 매물로 나온 것은 800MHz, 1.8GHz, 2.1GHz 등이다.
LG유플러스는 일찌감치 최저 경매가격인 4천455억원에 2.1GHz를 확보, 해당 대역을 낙찰 받았다. 옛 방송통신위원회가 3위 사업자였던 LG유플러스를 배려, 2.1GHz 대역의 SK텔레콤, KT의 입찰을 배제했기 때문이다.
치열한 눈치작전은 1.8GHz 대역을 사이에 두고 벌어졌다. SK텔레콤과 KT는 지난 2011년 9월 17일부터 무려 9일동안 입찰금을 올리며 경쟁을 벌였다. 당시 입찰실에는 각사 임원급 입찰 대리인 1명과 실무자 2명만 입장했다. 방통위가 허가한 휴대폰으로 라운드별 제한시간 30분 안에 본사 의무결정자와 논의해 입찰가를 적어냈다.
이후 주파수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었다. 양사는 83라운드에 이르기까지 한 치의 물러섬 없이 자존심 싸움을 벌였다. 업계 안팎에서는 한 쪽이 포기할 때까지 입찰가를 새로 써내는 ‘동시오름방식’이 경매 과열을 불렀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심리적 저항선’인 1조원을 넘길 것이냐에 대한 관심도 치솟았다.
결국 1조원 문턱에서 KT가 입찰 참여 중단을 선언하면서 승리는 SK텔레콤에 돌아갔다. KT는 최저경쟁가격인 2천610억원에 800MHz 대역 10MHz 폭을 가져갔다.
■3조원 가나…복수플랜 혼합경매, 머니게임 우려↑
통신업계에서는 올해 경매가 더욱 과열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TE 광대역화를 원하는 KT는 밴드플랜2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연합군은 이를 막기 위해 밴드플랜1에 집중할 전망이다. 즉 KT와 SK텔레콤-LG유플러스 사이에 ‘쩐의 전쟁’이 벌어지게 되는 셈이다.
현재 2.6GHz A, B블록의 최저 경쟁가격은 4천788억원이며, 1.8GHz C블록은 6천738억원, D블록은 2천888억원으로 설정됐다.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최저가격일 뿐이다.
미래부는 경매 과열을 막기 위해 오름입찰과 밀봉입찰이 결합된 혼합방식을 채택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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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서는 50라운드까지 계속되는 오름입찰 과정에서 승자가 결정될 가능성이 낮은 만큼, 한 번에 결정케 되는 51라운드 밀봉입찰에서 낙찰자가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통3사 모두 이때 최대한의 금액을 써내야 한다.
조규조 미래부 전파정책관은 “혼합방식을 고민한 것은 경매과정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하고, 경매가 너무 과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또 경매 과정에서 사업자간 담합행위 가능성에 대해 “전파법에 따라 담합 등 부정행위로 주파수를 할당 받을 경우 이를 취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