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이 지난 28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각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회사 분할안을 승인받았다. 이로써 포털과 게임이라는 두 분야의 사상 유례 없었던 합병이 13년 만에 새로운 전환을 맞이하게 됐다.
합병 당시 자본금 22억원, 직원 수 96명의 벤처 기업은 합병 13년 만에 시가 총액이 약 12조 원이나 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NHN은 시가 총액 상위 30위 기업 중에 재벌그룹이나 국영기업이 아닌 유일한 벤처기업이라는 점에서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벤처 신화의 상징이다.
이런 NHN의 성공 뒤에는 합병과 분할이라는 결정적인 순간이 있었다.
■벤처 신화의 시작, 네이버-한게임 합병
지난 2000년 4월 27일 당시 네이버컴의 이해진 대표(현 NHN 의장)와 한게임커뮤니케이션의 김범수 대표(현 카카오 의장)는 두 회사의 합병을 선언했다.
네이버컴은 같은 자리에서 한게임커뮤니케이션뿐 아니라 인터넷마케팅솔루션 업체인 원큐도 흡수합병하고 검색솔루션 업체인 서치솔루션을 지분교환 방식으로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주식 스와핑 방식으로 이뤄진 3사의 합병은 약 1천200억원 규모로 국내 인터넷 시장의 인수합병 사례로는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후 3달 만인 7월, 합병에 대한 법적 절차가 완료됐다.
합병은 한게임커뮤니케이션의 기업가치를 네이버의 4분의1로 산정, 신주를 발행해 주식을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당시 네이버는 검색 기술을 인정 받아 한국기술투자(KTIC)로부터 1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지만 생각보다 트래픽이 늘어나지 않아 야후, 다음, 라이코스 등 기존 업체와의 경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한게임은 오픈 3개월 만인 2000년 2월, 회원이 100만 명을 돌파하고 동시접속자도 1만명을 넘는 등 트래픽이 상승하고 있었지만 이렇다 할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해 이런 규모를 뒷받침할 수 있는 투자를 고민하던 시기였다. 네이버-한게임의 합병은 이런 상황에서 절대적인 시너지를 발휘했다.
■사상 초유의 합병, 인터넷 비즈니스 여명기를 열다
닷컴버블이 붕괴되고 많은 업체들이 인터넷 업계 고유의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해 도산하던 시기에 한게임은 부분 유료화라는 새로운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다.
2001년 3월 한게임은 네이버의 결제 시스템을 기반으로 세계 최초 게임 부분 유료화 모델인 ‘한게임 프리미엄 서비스’를 출시, 일주일 만에 매출 3억을 돌파했다. 또 온라인게임 퍼블리싱이라는 새로운 사업 영역도 2001년 10월 한게임에 의해 처음 탄생했다. 2002년 4월에는 국내 최초의 채널링 서비스를 시작했다.
네이버도 경쟁사가 보험이나 여행 등 오프라인 사업에 눈을 돌리던 2001년 국내 최초로 검색광고를 도입해 새로운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했다.
서비스 혁신도 놓치지 않았다. 2000년 세계 최초로 통합검색을 선보이고 지식iN, 블로그와 카페 등 서비스를 잇달아 성공시키며 합병 3년만인 2003년 4월 야후코리아를 제치고 검색 서비스 방문자 수 부문 1위에 올라섰다. 2005년에는 포털 부문에서도 코리안클릭, 매트릭스, 랭키닷컴에서 발표한 주간/월간 UV 1위를 달성했다.
■NBP 분할, 광고플랫폼과 인프라 전문성 강화 기여
NHN이 지금까지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합병 사례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분할을 통해 전문성을 키운 것도 큰 몫을 했다.
NHN은 2001년 상반기 우리나라 최초로 검색광고 모델을 선보인 이후 국내 온라인 광고 시장의 성장을 이끌어 왔다. 안정적으로 검색광고 매출이 성장하는 상황에서도 멈추지 않고 다음을 준비했다. 2009년 5년 온라인 비즈니스 플랫폼과 인프라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NHN비즈니스플랫폼(이하 NBP)를 설립한 것이다.
NHN은 인터넷 비즈니스의 핵심인 광고 사업을 분할, 전문화 함으로써 독자적인 광고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었다. 2011년부터는 외국 기업의 플랫폼 대신 자체 플랫폼을 적용해 광고주와 사용자 만족에 빠르게 대응하면서 사업적 성과를 거뒀다. 서비스에 집중한 NHN과 광고 플랫폼 전문성을 높인 NBP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NHN은 2011년 2조1천47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네이버-한게임 분할, 모바일 시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택
네이버-한게임 합병과 NBP 분할을 통해 성장해온 NHN이 모바일 시대를 맞아 다시 분할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분할 이후의 목표는 바로 글로벌 정복이다.
김상헌 NHN 대표는 28일 “이번 사업 부문 분할을 통해 포털과 게임이 각각 더욱 전문성을 확보해 글로벌 시대에 기민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나갈 것”이라며 “각 사업부문에서 보다 의미 있는 성과를 내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시장에서 새로운 역사를 기록해나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해진 NHN 이사회 의장도 최근 사내 강연에서 “글로벌 진출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일이라고 해도 도전하겠다. 우리가 실패하면 우리를 밟고 후배들이 또 도전하고 도전할 거다. 언젠가는 계란이 바위를 깨지 않겠느냐”며 글로벌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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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네이버의 글로벌 진출에는 ‘라인’이 앞장서고 있다. 라인은 230여개 국가에서 1억8천만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 라인의 글로벌 진출로 우리나라의 콘텐츠 창작자들과 게임도 새로운 유통 활로를 얻게 됐다.
한발 앞선 합병과 분할로 벤처 신화를 일군 네이버와 한게임(NHN엔터테인먼트)이 13년만의 분할을 통해 어떤 글로벌 성공 신화를 만들어 갈 수 있을지 업계 안팎의 관심이 모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