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S7 시계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아이콘이 움직인다. 시, 분, 초 바늘이 실제 시각과 동일하게 표시된다. 그런데 애플이 이를 위해 iOS7에 투입한 기능은 단지 그걸 실현할 용도로 쓰기에 너무 과하다는 평가다. 뭔가 더 있을 것이란 의심이 고개를 든다. 예를 들면 새로운 화면 크기의 아이폰을 출시하려는 물밑 작업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시계 앱 아이콘의 바늘을 움직이기 위해 기존 '비트맵' 외에 '벡터' 이미지 아이콘을 보여주는 기능을 iOS7에 도입했다. 모난 아이콘의 테두리를 둥글게 깎는 방식에도 벡터 이미지 처리방식을 적용했다. 기존 아이콘 해상도를 114x114 화소에서 120x120 화소로 아주 살짝 늘렸다.
벡터는 수식으로 점과 점을 이어 '선'과 '면'을 만드는 디지털이미지 표현방식을 가리킨다. 선과 면의 굴곡, 형태, 위치는 일종의 '함수'로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확대, 축소를 해도 결과물이 손상되지 않는다. 저장 용량은 이미지가 복잡할수록 커지고, 단순할수록 작아진다. 단지 화면에 보이는 면적을 늘리거나 줄인다고 바뀌진 않는다.
기존 방식은 '비트맵 이미지' 뿐이었다. 비트맵 방식은 점에 가깝게 작은 정사각형들을 거대한 모자이크처럼 모아 표시한다. 작은 점을 많이 모아서 표현할수록 정밀해진다. 대신 많은 픽셀을 담아낼수록 저장에 필요한 용량이 급증한다. 현실의 사물처럼 복잡한 형상을 기록하기에 알맞지만, 애니메이션을 표현하기엔 벡터 방식보다 불리하다.
iOS7 시계 앱 아이콘의 바늘은 시시각각 움직인다. 이를 비트맵으로 처리하려 했다면 모든 시계바늘의 위치를 고려한 '경우의수'만큼 많은 아이콘 이미지가 필요하다. 실제 그런 식으로 처리됐던 iOS 앱 아이콘이 바로 '캘린더'다. iOS 캘린더 앱은 과거에도 7가지 '요일'과 31가지 '일자'를 실제 시간에 맞춰 보여줬다.
캘린더 앱은 많아야 217가지 조합이지만 시, 분, 초 바늘의 위치를 일일이 그려내려면 필요한 아이콘 수가 급증한다. 벡터 이미지 방식은 얼마나 많은 아이콘 갯수가 필요한지 알 수 없는 시계 앱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수단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화면 크기 다양화 물밑 작업?
애플이 그저 시계 앱 바늘을 움직이려고 이를 동원했는지는 의문이다. 바늘이 움직인다는 것은 벡터 이미지를 그리는 '함수'가 매번 계산되면서 안 쓰던 전기를 소모하고 있다는 뜻이다. 큰 손실이 아니더라도 이를 무릅쓰고 애플이 벡터 이미지 방식의 아이콘을 보여주기로 한 이유는 따로 있을지 모른다는 추정이 이뤄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iOS7에 포함된 아이콘은 확대했을때 이미지 손상이 심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기능 등을 구현했다”면서 “iOS7이 공개된 후 아이콘 디자인에 대한 실망이 있었지만 애플이 다양한 크기의 아이폰을 출시하기 위한 준비작업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애플이 내년 패블릿 시장을 겨냥한 5.7인치와 4.7인치 크기를 가진 복수의 아이폰 신제품을 내놓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금도 레티나디스플레이같은 고해상도 기기가 향후 더 큰 화면으로 등장할 경우 애플의 기본 앱 아이콘들이 덩달아 확대될 수 있다.
이 경우 기존 비트맵 아이콘들을 단순히 늘어난 화면에 맞게 '잡아늘리면' 모자이크를 가까이서 보는 것처럼 화소의 계단현상이 두드러질 수 있다. 이는 디테일에 강한 애플답지 못하다. 새로운 단말기 해상도에 맞춰 고해상도 비트맵 아이콘을 집어넣는 방법도 있지만 효율이 떨어진다.
■벡터 이미지 방식 도입에 관심 많았던 애플
애플은 어쩌면 iOS7 이후 기본 앱 아이콘들을 점차 벡터 방식으로 바꾸고, 외부 앱개발자들에게도 도입할 수 있도록 관련 API를 추가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iOS7에서는 개발자가 사각형으로 올린 앱 아이콘의 테두리를 자동으로 둥글게 깎아 보여주는 처리 방식도 비트맵에서 벡터 방식으로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그동안 벡터 기반 기술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는 점도 이 같은 추측을 뒷받침한다. 애플은 이미 iOS6에 도입한 지도 서비스를 벡터 방식으로 설계했다. 지형을 확대나 축소를 하더라도 그래픽이 깨지지 않고 자연스러우며 거리 측정도 정확하다.
새로운 아이콘 테두리 처리방식이나 아이콘 규격을 미세 조정한 흔적도 크게 보면 같은 맥락으로 비친다. 애플은 iOS7부터 앱 아이콘 규격을 114x114 화소에서 120x120 화소로 살짝 키웠다.
기본 앱의 경우 애플이 직접 새 규격에 맞춰 내놓을 테지만, 일반 개발자들이 iOS7 환경에 최적화된 앱 아이콘을 보여주려면 새로 만들어야 한다. 애플이 아이콘을 비트맵 방식만 지원하면 이런 식의 '미세조정'이 개발자들에게 적잖은 피로를 유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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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터 기반 이미지는 디스플레이 밀도나 비율에 상관없이 선명하게 실시간 렌더링이 가능하기 때문에 다양한 단말기 해상도에 대응하기 용이하다. 개발자들이 벡터 아이콘을 다룰 수 있게 되면 크기 조절이나 곡면 처리같은 애플의 UI 디자인 정책에 맞추기도 유리해진다.
하지만 아직 애플이 모든 iOS7 앱 아이콘을 벡터 이미지로 처리할 것이라 단정키는 어렵다. 외부 앱개발자들이 벡터 이미지 아이콘을 넣을 수 있는 방법도 아직 열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