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보잡’ 된 스마트폰 잔혹사

일반입력 :2013/06/15 17:15    수정: 2013/06/17 08:25

이재운 기자

당장이라도 세상을 바꿀 것처럼 기세 등등하게 등장했지만 ‘듣지도 보지도 못한 제품’이 되어 쓸쓸히 사라진 스마트폰이 있다. 훌륭한 기술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은 비운의 제품들은 제조사들에게 여러 교훈을 주고 있다.

미국 씨넷은 이런 비운의 주인공들에 대해 지난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다양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시장 수요의 부재로 외면 받아 실패한 스마트폰 세계의 잔혹사에 대해 정리해봤다.

HP의 비어(Veer) 4G는 ‘작게 만들어야 한다’는 트렌드에 지나치게 매몰된 제품이다. 디스플레이 크기가 2.6인치에 불과한 이 제품은 당시 디자인 추세였던 '주머니에 들어갈 정도(Pocketable)의 제품'이라는 목표에는 부합했지만, 소비자들이 실제로 이용하기에는 너무 불편한 크기였다는 점이 문제였다. 이 작은 크기로는 짧은 이메일 조차 읽기 어려울 정도로 가독성이 형편 없었다.멀티태스킹을 위한 ‘듀얼스크린’ 적용 제품도 생각만큼 큰 반향을 얻지는 못했다. 대표적으로 교세라가 출시한 에코(Echo)는 두 개의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각자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고 하나로 연결해 큰 화면으로 사용할 수도 있었지만 소비자들은 이에 대해 생각만큼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LG전자가 자신있게 내놓았던 옵티머스 3D(미국에선 스릴 4G로 출시)도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이다. HTC의 이보(Evo) 3D와 함께 ‘기술적으로는 완벽하지만 그 누구도 원하지 않는’ 3D 구현 제품으로 꼽혔다. 3D 감상을 위해 따로 안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기술은 막상 시장에서 원하는 수요가 없어 조용히 사라지고 말았다. 씨넷은 아마존이 3D 구현 스마트폰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99달러에서 99센트로 가격이 폭락하는 굴욕을 겪은 페이스북폰도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지난 2011년 출시된 HTC 스테이터스(일부 지역에선 차차로 출시)와 살사에 페이스북 버튼을 설치했으나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 2년 뒤 출시한 HTC 퍼스트는 곧장 페이스북에 접속할 수 있는 ‘페이스북홈’을 제공하며 기세 등등하게 등장했지만, 출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실상 ‘공짜폰’이나 다름없는 처지가 됐다. 당시 소비자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접속에 대해 그다지 간절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HTC는 여러 이유로 비운의 스마트폰을 탄생시켰는데, 이 중에서도 이보(Evo) 시리즈는 3관왕을 차지하는 불운의 주인공으로 선정됐다. 앞서 3D 모델이 3D 모바일 기기에 대한 무관심으로 선정된데 이어, 4G LTE 모델은 디자인 상의 노력이 헛수고로 돌아갔다.

작은 발을 이용한 받침대(Kickstands)를 제공해 디자인적으로 편의성을 제공하고자 했지만, 소비자들은 역시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 이전에 출시된 4G 모델은 비운의 운명을 같이 한 와이브로 기술(미국에선 와이맥스로 불림)로 인해 불명예를 함께하게 됐다. 와이브로 기술은 세계 최초로 기술 표준을 확립했던 우리나라에서조차 서비스 중단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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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제품들은 주로 지난 2010년에서 2011년 사이에 출시된 제품들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치열한 대전이 전개되기 시작했던 시기의 제품들이었다. 애플 아이폰의 성공과 삼성전자의 갤럭시S 출시 등 후발 주자들이 나서면서 과열된 지나친 경쟁이 만들어낸 안타까운 결과물이었던 셈이다.

씨넷은 HP 비어와 마찬가지로 작은 크기 때문에 외면 받아 출시 8주 만에 ‘재고 처리’ 대상이 돼버린 마이크로소프트(MS)의 킨원(Kin One) 사례를 언급하며 “소비자들이 원하지 않는 기술은 결국 외면 받는다”고 결론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