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X박스 원이 ‘셋톱박스’ 같은 이유

기자수첩입력 :2013/06/10 08:31    수정: 2013/06/10 09:30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차세대 게임기인 ‘X박스 원’이 공개되면서 게임 팬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올 연말 차세대 게임기의 경쟁이 예고된 만큼 앞서 공개된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의 ‘플레이스테이션(PS)4’를 능가한 ‘무엇’인가에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게임, TV, 인터넷 등의 기능을 하나의 기기로 한다는 뜻을 내포한 X박스 원. 하지만 많은 게임 팬들은 TV 셋톱박스 같은 외형의 X박스 원에 의아함을 드러냈다. 게임 본연의 기능보다 본체 디자인처럼 TV를 위한 기기처럼 비춰졌기 때문이다. 얇은 두께에 세련된 색상, 최첨단의 기술을 지녔을 것만 같은 디자인을 기대했던 X박스 팬들로부터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하지만 X박스 원의 콘셉트를 잡은 MS의 전략이 앞으로의 멀티미디어 시대에 더 적합하다는 분석과 전망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게임 본연의 기능과 역할에 집중한 PS4가 과거처럼 게임 시장에서 ‘갑’의 위치에 서게 될지 모르지만, MS는 이보다 더 넓은 시장을 공략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발표회를 통해 본 X박스 원은 클라우드 기능으로 다양한 기기와의 연동이 가능할 뿐 아니라 하나의 셋톱박스로서 IPTV와 같은 역할까지 담당한다. 또 음성 기능을 지원해 이용자가 말을 통해 다양한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게임, TV, 영화, 음악 등 모든 엔터테인먼트 기능의 결정체라고 볼 수 있다.

아울러 X박스 원은 X박스 라이브를 통해 영화 트레일러를 보면서 동시에 티켓을 구매한다던가, 스카이프를 이용한 그룹 비디오 채팅도 가능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MS는 지난 X박스 원 발표회를 통해 ‘헤일로’ TV 드라마 시리즈를 공개했다. 343인터스트리가 개발한 헤일로를 소재로 한 드라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의 참여로 화제가 됐으며, X박스 원 TV를 통해 방영될 계획이다. 게임을 넘어선 종합 멀티미디어 기기를 표방한 셈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과거 닌텐도가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 DS'(이하 NDS) 시리즈를 통해 재기에 성공한 사례를 빗대어 현재 MS의 X박스 원 전략을 해석하기도 한다. 닌텐도가 NDS를 단순히 아이들이 갖고 노는 게임기로만 포지셔닝 했다면 현재와 같은 높은 인기와 성공을 거두기 힘들었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기기는 전 세계적으로 1억대 이상이 팔려나갔다.

과거 닌텐도는 NDS 라이트를 ‘두뇌 활동에 도움이 되는’, ‘학습용으로 활용이 가능한’ 똑똑한 기기로 포장해 마케팅을 펼쳤다. 실제로 기기 자체는 게임기에 불과했지만 훌륭한 소프트웨어를 통해 부모들의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 놓은 셈이다. 당시 초, 중학생 학생들이 하나씩 닌텐도 NDS 라이트를 갖고 있을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듀얼 스크린을 채택한 혁신도 이 기기의 성공을 뒷받침했다.

X박스 원 역시 비디오 게임기 주 소비층인 20~30대가 구매할 수 있는 이유를 제공한다. 바로 셋톱박스와 같은 멀티미디어 종합 기기이기 때문이다. 과거 PS3를 DVD 플레이어 대용으로도 함께 사용하기 위해 구매자가 늘었던 것처럼, 두뇌가 좋아지고 학습에도 활용해보기 위해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닌텐도 DS를 선물했던 것처럼 X박스 원 역시 게임기 이상의 기능을 제공하려는 노력의 흔적이 엿보인다.

신형 게임기 구매를 희망하는 기혼 남성들이 배우자를 설득하는 데 있어 단순한 게임기인 PS4보다 여러모로 쓸모 있는 X박스 원이 쉬울 것이란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그렇다고 X박스 원이 게임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소홀히 한 것도 아니다. 본체의 성능은 8코어 CPU와 DDR3 8기가바이트(GB) 시스템 메모리를 채택했다. 또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는 500GB며, 블루레이드라이브와 USB 3.0을 지원한다. 아울러 HDMI 입출력 단자가 있으며, 와이파이 기능도 제공한다.

새로운 키넥트의 경우는 1080P HD RGB 카메라가 장착돼 있으며 30FPS 컬러, ‘타임 오브 플라이트’(Time Of Flight) 기술이 적용됐다. 어깨와 손목의 작은 회전, 심박수 등도 인식할 정도다. 키넥트는 컨트롤러를 집어든 사람을 인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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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모든 사양과 정보들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또 부분적으로 PS4에 비해 뒤떨어지는 기능도 있지만 이전보다 훨씬 향상된 성능과, 고품질 게임을 플레이하는 데 있어 최적의 결과물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포르자 모터스포츠5’, ‘퀀텀 브레이크’, ‘피파14 얼티밋 팀’ 등 15종에 이르는 독점 타이틀 또한 무시 못 할 수준의 대작이다.

다만 이미 이용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폐쇄적인 중고 게임 거래 정책과, 하위 기종과의 타이틀 비 호환 문제 등은 X박스 원이 안고 있는 과제다. 아직 MS 측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진 않았지만 이미 많은 이용자들이 중고 게임 거래 제한과, 이전 기기인 X박스 360과의 호환 문제를 걱정하는 만큼 이 부분을 설득력 있게 풀어나가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