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내에서 애플 일부 제품의 수입 금지를 이끌어 낸 가운데, 美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이례적인 결정을 내린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美 국제무역위원회(ITC)는 4일(현지시각) 애플이 삼성전자의 표준특허(348특허)를 침해했다고 결론지었다. 이에 따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아이폰 및 아이패드 일부 모델에 대한 수입금지가 이뤄질 전망이다.
그간 보호무역주의로 해외 각국으로부터 비판을 받아온 ITC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대단히 파격적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당초 ITC는 예비판결에서 애플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비침해’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불과 두 달 만에 이를 번복하고 재심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ITC는 무려 5번이나 최종 판결을 미뤘다. 당초 지난 1월 14일 나오기로 한 최종 판결에 무려 5개월이나 뜸을 들인 것이다.
따라서 이번 ITC 결정이 미국 정부가 애플에 던진 경고 메시지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최종판결 직전까지 애플이 자국 내 고용창출 문제와 조세회피 등으로 미국 정부와 보이지 않는 마찰을 빚어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애플이 여전히 ‘마이웨이’를 고집해 미운털이 박혔다는 설명이다.
ITC의 수입금지 결정으로 애플이 입을 실질적인 손해는 거의 없다고 점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미국 경제가 아직까지 완벽하게 부활하지 않은 가운데 애플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경우 자칫 미국 증시가 동반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구형 제품에 한해 수입금지 조치를 내려 애플에 자존심만 구기는 정도로 그쳤다.
게다가 ITC는 보호무역주의라는 세계 각국의 비난 여론에 대해서도 이제 할 말이 생겼다.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인 애플에 철퇴를 내리며 본보기를 보였기 때문이다.
한 해외 특허소송 전문 변리사는 “ITC는 관세법을 다루기 때문에 특해 침해 여부보다 자국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더 관심이 많다”며 “애플이 미국을 거대한 시장으로 생각할 뿐 고용유발 효과나 납세에 대해 계속 회피하는 듯한 인상을 준 것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장기화된 특허 공방을 마무리 짓고, 양 사간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포석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ITC가 오는 8월 1일로 예정된 삼성전자의 애플 특허 침해 건에 최종판결에서도 똑같이 수입금지 조치를 내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다.
이러한 수입 및 판매금지와 거액의 배상금 등은 실질적으로 서로 이렇다 할 피해는 주지 못하면서 불필요한 논쟁만 불러일으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도 같은 날 특허 괴물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며 미국특허상표국에 5건의 행정명령과 함께 입법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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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분쟁은 오직 소송 만을 노리는 특허 괴물하고는 다소 성격을 달리한다. 그럼에도 특허 분쟁이 갈수록 첨예해지면서 제품 개발이나 마케팅 등 시장에 투입돼야 할 자본이 변호사 비용으로 지출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수년 째 이어지는 특허 공방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제 3의 경쟁업체”라며 “짜고 치는듯한 인상마저 주는 법원 마케팅이 즉각 중단되고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