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이나 美나...택시 바가지 요금

라스베이거스, 공항 탑승객 대상 '바가지'

일반입력 :2013/04/27 20:44

[라스베이거스(미국)=임민철 기자]미국행을 앞둔 여행자나 출장이 잦은 직장인들은 라스베이거스 공항과 호텔을 오가는 택시의 바가지요금을 특히 조심해야 되겠다.

지난 22일 한 미국 언론은 현지에서 공개된 입법감사 결과를 인용해, 미국 라스베이거스 택시가 지난해 공항 탑승객들에게 씌운 바가지요금이 1천480만달러(약 16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라스베이거스 중심지인 '스트립'에서 가장 가까운 맥캐런 공항에 연간 3천만~4천만명 가량의 관광객과 비즈니스맨들이 찾아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두 입국 직후 첫 목적지를 위한 교통수단으로 택시를 탔다고 가정하면 1인당 최대 2달러쯤은 바가지를 쓴 셈이다.

감사관들이 파악한 공항발 택시 탑승사례 2천730건 가운데 22.5%가 우회경로를 통해 추가요금을 물린 것으로 나타났다. 공항에 내린 이들을 태운 현지 택시기사들이 일부러 먼 길을 돌아 목적지에 데려다주고 차비를 적정선보다 더 받아냈다는 얘기다.

현지 언론은 이같은 일부 택시기사의 행태는 '네바다 택시국(Taxicab Authority)'에 부당행위 예방 조치를 요구할 근거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지역에서 등록허가제로 영업중인 택시회사 16곳과 택시기사 9천여명을 감독하는 당국은 그 감사결과의 지적을 받아들여 문제를 처리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도 썼다.

이런 라스베이거스 택시기사의 공항발 바가지요금에 대한 인식은 어느정도 통용돼온 모양이다. 라스베이거스에서 국제행사를 치르는 기업들은 초청자들을 대상으로 관련 공지를 하고 있다. 최근 이곳에서 글로벌 컨퍼런스를 치른 A사 역시 참가자들에게 공항에서 호텔까지 택시비가 18달러 이상일거란 추정치를 제시했다.

그러나 복수의 A사 임원들에게 확인한 결과, 이들이 지불한 택시비는 그보다 훨씬 많은 25달러 수준이었다. 이들중 1명은 타 도시에서는 특정 호텔과 공항간 운행시 정찰제를 시행하기도 하는데 이곳은 그런 체계를 갖추지 않았다며 라스베이거스 택시기사들이 바가지요금을 물릴 여지가 있음을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차이가 본질적으로 A사의 과소추정 때문인지, 실제로 적잖은 택시기사들이 여행자들을 상대로 바가지요금을 물렸기 때문인지는 단정하기 어려웠다.

지난 23일 라스베이거스 시내에서 기자가 잡아탄 택시의 운전기사 B씨는 라스베이거스 지역에서 영업하는 택시회사나 운전기사는 (그 방식이 개인택시 체제일지라도) 모두 택시국에 등록돼 관리를 받아야 한다며 다른 지역에 비해 오히려 택시사업에 관한 규제가 엄격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B씨의 영업차량에 부착된 택시영업면허 증서에는 네바다 택시국 규제를 따른다는 문구와 기관에 등록될 때 발급받은 일련번호가 적혀 있다. 더불어 기본 3.3달러에 13분의 1마일(약 124m)마다 0.2달러를 추가로 받는다는 요금체계도 포함돼 있다. 다만 맥캐런 공항 운행시 특별요금 1.8달러를 추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영업면허의 요금표 밑에는 기사가 승객을 목적지에 데려다줄 때 필요 이상으로 긴 경로를 거치는 행위는 특별히 요청받은 경우를 제외하면 허용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현지 언론이 인용한 감사보고서는 해당 내용이 무허가 개인택시 업체들을 감사대상에 포함하지 못한지 3년반이 넘었다고 밝히고 있다. 택시영업허가 제도를 형평에 맞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설에 따르면 무허가 개인택시들이 해당 지역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해, 규제당국이 오히려 택시영업 허가 규모를 늘리기 어려운 측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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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는 몇년새 관광과 컨벤션의 중심지로 발달하면서 승객의 규모가 빠르게 증가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콜택시 방식을 위주로 운행되는 미국의 다른 도시들과 달리 국내처럼 지나가는 차량을 불러세워 택시를 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만큼 도로에 깔린 택시와 운전기사가 많고 경쟁이 심하다는 얘기도 된다.

택시끼리 경쟁이 심해져 기대한 수입을 얻지 못할 경우 무허가 차량들이 바가지요금을 물릴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라스베이거스가 주요 IT업체들의 연례 컨퍼런스 개최지로 자리잡고 있는 만큼 IT업계 종사자들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