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100엔 시대...국내 IT업계 '초긴장'

일반입력 :2013/04/23 15:44

김희연 기자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엔에 육박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일본과 경쟁 관계에 있는 자동차, 정보통신(IT) 분야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22일(현지시간) 달러·엔 환율이 장중 한 때 99.90엔까지 올라 100엔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계속되는 일본 정부의 엔저 정책 기조로 엔저 현상은 100억엔을 돌파해 계속될 것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엔저현상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엔저로 인한 국내 수출 둔화는 크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올해 1~3월 수출은 지난해와 같은 기간보다 0.5% 증가했다. 무선통신기기(23.6%), 액정디바이스(9.5%), 석유화학(9.3%), 자동차부품(6.1%), 반도체(4.9%) 등이 호조를 보였다.

하지만 전년 동기 대비하면 일본 수출은 3월에도 18% 감소해 엔저 바람이 점차 거세지고 있는 분위기다. 엔저가 지속되면 우리 경제도 영향권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환율의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곳은 IT업계다. 다행히 원화 강세로 상대적 이득을 볼 수 있는 일본 기업들이 최근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어 환율 영향을 줄일 호재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국내 대표 전자 IT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엔저현상으로 인한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란 것이 공통된 입장이다. 두 회사 모두 환율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책이 어느 정도 마련된 상태다. 또 수출국과 거래 통화가 이미 다변화 되어 있으며, 전체에서 엔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아 우려할 수준은 아니란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대다수 생산라인이 현지화되어 있으며 단기적으로 큰 여파가 있을 만한 수준은 아니다”면서 “일부 장비의 경우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이 역시 크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소·중견기업 상황은 다르다. 제품군이 적고,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기업의 경우 환율 영향을 곧바로 받을 수 있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 조사 결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엔저현상으로 인한 피해를 묻는 질문에도 41.4%가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주로 대일 수출계약 물량으로 인한 환차손 발생 문제가 가장 컸으며 일본기업과의 가격경쟁력 약화로 인한 수출물량 감소가 뒤를 이었다.

한 중소 가전업체 관계자는 “일본에서 일부 장비를 수입하고 있어 엔저현상으로 단가가 낮아져 기존보다 이득이지만 수출할 때는 일본 제품들과 직접 경쟁을 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는 것이 가장 문제다”고 밝혔다.

국내 한 IT 중소기업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은 환율변동에 대해서 자구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대책이 있다고 해도 원가절감을 통해 일본기업들에 대항하는 가격경쟁력을 지키는 정도뿐일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관련기사

정부도 엔저쇼크 가시화가 예상되면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보다는 엔저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는데 역점을 둔다는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는 “관계기간의 합동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해 환율, 수출, 산업계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을 예의주시하고, 수출 중기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