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정보통신기술(ICT) 전담부처라는 타이틀을 내려 놓았다. 내달 1일 미래창조과학부로 ICT 관련 기능을 본격 이관하면서 ICT 전담부처의 역할도 끝이 났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9일 오후 5시 광화문 청사에서 현판 강하식을 가졌다. 위원회는 내달 1일 오전 9시 정부 과천청사에서 현판 제막식을 통해 방송 정책을 주로 관할하는 기구로 거듭나게 된다.
내달부터 우리나라 ICT 전담부처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제2차관에 소속되게 된다. 박근혜 정부가 주창하는 '창조경제'의 흐름에 맞게 ICT 융합산업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ICT 전담부처는 지난 1948년 발족한 체신부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근원적 목표가 '사람간 소통', 즉 통신에 있기에 편지와 전보를 주고 받던 체신부가 초대 ICT 전담부처였다.
이후 정보통신 분야의 급속한 발전과 시장 개방에 따라 1994년 12월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체신부를 정보통신부로 개편했다. 당시 공보처, 과학기술처, 상공자원부 등의 정보통신 관련 기능을 흡수 통합해 정보통신업무를 전담토록 했다.
정통부 시절에는 우리나라 ICT 산업의 전성기였다. 국가 정보화 정책의 수립부터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 정보보호, 산업 육성과 인력 양성을 비롯해 방송 정책 수립, 우편 및 우체국 금융사업 관련 정책도 담당했다.
정보통신 분야만을 전담해 집중 육성하는 부처가 생김으로써, 선진국에 비해 한 발 늦었던 산업화를 반성이라도 하듯이, 우리나라의 정보화는 급속도로 진행됐다. 그야말로 성공적인 국가 정보화를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계적으로 IT경쟁력 부문에서 늘 상위 자리를 차지했고, 완성도 높은 IT인프라를 갖춰 글로벌 IT벤더들이 가장 선호하는 테스트베드 시장으로 인정 받았다. 이동통신 신화, 초고속인터넷 보급률 등 'IT강국 코리아'도 국내 IT기업과 정통부의 합작품이었다.
그렇지만 정통부는 지난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정통부의 핵심 기능은 방송통신위원회로 넘어간다. 그외 다양한 IT 관련 기능들은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에 분리 수용됐다.
방통위는 기존 정통부의 통신 부문과 옛 방송위원회의 기능을 통합하면서, 이명박 정부 시절에 방송/언론 장악을 위한 조직개편이라는 오명을 떠안기도 했다. 방통위 출범 5년여 동안 종편채널사업자 허가, IPTV 사업 출범 등의 사업에 공을 들였다. 그만큼 ICT에 집중하기 보다 방송쪽 기능에 힘을 실으면서 국가 IT경쟁력 하락의 원인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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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ICT 전담부처는 사라지고 ICT와 과학기술을 아우르고, ICT 기반의 융합산업을 이끌 미래부가 등장하게 된다. 미래부는 출범하기 전부터 정치적 논란으로 주파수 관할 기능 분리, 지경부·행안부·문광부의 IT관련 핵심기능 완전 이관 실패 등 출발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김종훈 초대 장관 내정자 자진 사퇴에 이어 최문기 내정자 역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잡음이 있다.
그렇지만 새 정부는 핵심 국정목표인 창조경제의 근간을 ICT 융합산업으로 보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미래부가 정통부를 이어 ICT 독임제 전담부처 못지 않은 힘을 갖고 국가 ICT 산업 제2의 전성기를 이어가기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