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빅데이터·해킹…IT아웃소싱 정답일까

일반입력 :2013/03/31 06:53    수정: 2013/04/01 09:09

IT업계는 한동안 아웃소싱이란 급류에 휩쓸렸다. 기업 전산실을 외부 전문업체에 맡기는 게 비용절감 측면에서 당연시 됐다. IT 아웃소싱은 비용절감과 효율화에 정답처럼 여겨지며 급속히 일반화됐다.

그러나 최근 대두된 IT업계의 이슈들은 아웃소싱에 대한 무분별한 접근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기업 비즈니스에서 IT의 지위가 핵심역량에 더욱 근접해가는 상황 속에서, 아웃소싱을 택했던 곳들은 IT 경쟁력 상실이라는 뜻밖의 상황에 난처해하는 모습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해킹 등 최근 IT분야를 떠도는 이슈들이다. 3개 키워드를 IT아웃소싱과 함께 보면 거기서 드러나는 여러 맹점을 확인할 수 있다.

■NHN, 3년간 아웃소싱 후 다시 인소싱으로

IT아웃소싱을 택했다가 인소싱으로 전환한 대표적인 사례는 NHN이다. NHN은 2004년 한국IBM에 IT인프라 관리를 아웃소싱했다가 2007년 철회했다.

2004년 NHN의 IT아웃소싱은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관리를 위한 선택이었다. 당시 급성장하던 네이버와 한게임의 인프라를 빠르게 확장하면서, 관리비용 부담을 줄여보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3년 뒤인 2007년 NHN은 전격적으로 IT아웃소싱 계약을 파기했다. 직접 관리로 복귀한 것이다.

최근 NHN의 ‘네이버 다이어리’에 공개된 인소싱 복귀 결정은 ‘외부에 맡긴 IT아웃소싱은 NHN 서비스에 특화되지 않았다’는 결론에서 비롯됐다.

아웃소싱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업체의 경우 일반적인 인프라 관리는 큰 무리없이 수행한다. 하지만 NHN 같은 대형 포털업체의 수십, 수백가지에 달하는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는데는 역량부족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대형 장애에도 NHN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아웃소싱의 최대 맹점이었다.

문제는 다음이다. NHN은 인소싱 복귀 후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아웃소싱을 하게 되면서, 내부의 인프라 관리 인력 대다수가 사라져있었던 것이다. NHN은 당시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는 입장이었다.

인소싱으로 복귀한 지 6년의 시간을 보내면서 NHN의 인프라 관리 능력은 서서히 제자리를 찾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크고 작은 장애를 수시로 겪고 있다. 아웃소싱과 인소싱을 오가면서 증발한 내부 역량이 순식간에 회복되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포털업체가 한때 IT 관리를 외부에 맡겼다가 되찾아오는 과정에서, 이전까지 쌓아왔던 내부 역량도 증발해버리는 현상이 벌어졌다”라며 “NHN이 자사만을 위한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는데, 데이터센터에 대한 총체적인 관리능력이 또 한번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빅데이터는 외부에 맡길 수 없다

IT아웃소싱의 맹점이 더 극명하게 드러나는 지점은 오픈소스SW와 ‘내재화’다. 오픈소스 SW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기업들은 스스로 IT를 다뤄야 하는 내재화의 숙제를 안았다. 그러나 오랜 아웃소싱으로 인한 내부 인력, 경험 부재로 ‘내재화’의 씨를 진작 말려버린 기업이 태반이다.

과거 오픈소스는 비용절감 측면에서 상용솔루션의 대안으로 통했다. 그러나 오늘날 오픈소스 가운데선 상용SW를 대체하거나, 급기야 뛰어넘는 것도 존재하게 됐다. 언제부턴가 최신 IT트렌드를 오픈소스 진영이 주도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얼마전 기자와 만난 김준식 GS홈쇼핑 인터넷사업부 상무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체의 경쟁력은 IT에 있다”라고 말했다. 작년부터 오픈소스 기반의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는 작업을 담당했던 사람의 발언이다.

GS홈쇼핑은 데이터를 제대로 분석하기 위해 외부솔루션과 자체 플랫폼 개발을 저울질 했다. 그러다 빅데이터의 기반 기술인 하둡을 구축하려면 내부 역량 확보가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김 상무는 “언제까지 외부 솔루션에 의존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스스로 하는 것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라며 “빅데이터를 활용한 상품분석과 추천은 우리의 핵심 역량이기 때문에, 코어에 접근할 수 없는 DW보다 오픈소스가 더 용이할 것이라 봤다”고 설명했다.

GS홈쇼핑은 작년초 그루터와 함께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에 돌입했다. 그루터 주도의 하둡 플랫폼 구축과 안정화 작업에 4개월 정도 소요됐다. 초기 플랫폼을 구축한 뒤 그루터는 공식적인 작업에서 손을 뗐다. 하지만, 그루터는 GS홈쇼핑 인력 스스로 하둡을 잘 운영할 수 있게 계속 후방에서 지원했다.

현재 GS홈쇼핑의 빅데이터 플랫폼 운영 역량은 각종 최신 기술을 능숙하게 가져다 새로 추가하진 못하더라도, 큰 문제없이 관리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리고 기술력 내재화 작업을 진행중이다.

■‘아웃소싱의 덫’ 내재화에 기업은 대혼란

사실 GS홈쇼핑 같은 사례는 매우 드문 경우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기업체는 내부의 IT인력을 대규모로 유지하지 않는다. 시스템 장애 시 몇 명에 불과한 IT인력은 특별히 할 수 이는 게 없다. 아웃소싱업체와 솔루션 공급사에 전화를 걸어 긴급 조치를 요구할 뿐이다.

이런 기업들이 최근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의 새로운 트렌드에 맞닥뜨렸다. 클라우드는 차치하고라도 빅데이터는 오픈소스가 완벽히 상용SW를 압도하는 상황이다. 동일한 데이터 용량을 저장하고 분석하는데 오픈소스보다 높은 성능과 가격 우위를 보여주는 상용솔루션이 없는 탓이다.

발등의 불처럼 오픈소스 도입을 과제로 안은 기업체는 과거처럼 아웃소싱을 찾고 있다. 외부 업체를 불러다 시스템을 구축하게 하면 끝이라고 여기는 게 통념이다. 심지어 기업 내부 데이터를 볼 수 없는 외부업체에게 ‘통찰력을 제공하라’고 요구하는 황당한 상황도 연출한다.

현재 기업 내부에서 벌어지는 풍경은 우스꽝스럽다. 빅데이터 기술 내재화란 과제를 안게 된 IT조직은 부랴부랴 외부 전문가를 물색한다. 그리고 그 전문가에게 반짝반짝 빛나는 무료 컨설팅과 파일럿 프로젝트를 요구한다. 다음으로 시스템통합(SI) 프로젝트를 발주해 시스템을 구축한다.

업계의 전문가는 “외부 전문가와 SI업체가 시스템 구축 완료와 함께 발을 빼면, 제대로 시스템을 관리할 인력이 존재하지 않게 된다”라며 “그렇게 내재화에 대한 고민없이 구축된 시스템은 언제 장애가 날지 모르면서 비용만 잡아먹는 애물단지로 존재한다”라고 전했다.

■역량없는 클라우드업체는 ‘재앙’

최근 LG유플러스는 그룹웨어 SW서비스 ‘온넷21’의 전산장애로 곤혹을 치렀다. 중소기업이 자체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고 그룹웨어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온넷21의 중추 시스템이 해킹에 의해 파괴되면서 5일동안 서비스중단을 겪은 것이다.

이에 온넷21 고객사들은 수일동안 회사업무에 많은 불편을 겪었다. 이메일뿐 아니라 사내전화망까지 불통인 경우도 있었다.

LG유플러스의 온넷21 사례는 IT아웃소싱의 또다른 맹점을 드러냈다. 최근 IT아웃소싱은 클라우드 서비스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클라우드로 변화한 IT아웃소싱은 장애 시 고객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점뿐 아니라, 서비스 제공업체의 역량에 따라 피해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위험성을 갖는다.

클라우드형 아웃소싱의 피해 확대 원인은 의외로 간단하다. 한 바구니에 여러개의 달걀을 담는 클라우드의 기본 형태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클라우드 서비스업체는 무수한 고객을 하나의 거대한 인프라에 수용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각 고객들은 서비스업체의 물리적 인프라를 공유하고, 가상화된 환경으로 독립성을 보장받는다.

그러나 클라우드라 해도 인프라 자체가 장애를 일으키면 가상화는 무용지물이다. 결국 해당 인프라를 사용하는 모든 회사가 동시다발로 장애를 겪게 된다. 1개의 장애가 1개 기업의 장애를 만드는 게 아니라, 수십 수백개 기업의 장애를 만드는 것이다. 만약 클라우드를 제공하는 서비스업체의 장애대응능력이 부족하다면, 그 장애 시간은 기약없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아웃소싱 도입, 사업성격 고려해야

NHN이나 GS홈쇼핑의 공통점은 IT를 사업의 핵심 역량으로 삼는 기업체란 점이다. 두 회사는 인터넷을 이용해 고객을 만나고, 서비스를 제공해 매출을 올린다. IT가 매출을 끌어오는 심장부인 셈이다. 이들에게 IT 경쟁력은 사업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다.

현재 국내 인터넷 서비스업체 가운데 대형 포털업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회사들이 아웃소싱을 택하고 있다. 클라우드란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통신사업자들도 이제야 내부 인프라 관리역량을 다시 쌓아가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과 IT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의 경우 IT아웃소싱은 후일 쉽게 수습할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한다. 또한, 상용SW를 통한 IT환경 구축은 경쟁에서 살아남을 차별성을 없애는 결과를 낳는다. A란 회사도, B란 회사도 모두 똑같은 상용SW를 이용한다면, 그 IT 환경은 경쟁력이 아니라, 말 그대로 기본에 불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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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핵심역량에 집중하고, IT는 전문가에 맡기라는 솔루션업체의 메시지는 반만 맞고 반은 틀리다”라며 “기업의 성격에 맞게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그는 제조, 건설 등의 산업은 IT가 본업을 잘하기 위한 여러 수단 중 하나므로 아웃소싱이 정답일 수 있지만, 만약 IT가 핵심역량과 직결되는 사업을 한다면 스스로가 전문가가 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