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 인사팀장, “스펙보다는 스토리”

일반입력 :2013/03/24 18:28    수정: 2013/03/25 10:28

송주영 기자

“해시계가 그늘에서 나와야만 좋은 제 역할을 할 수 있듯이 스펙에서 빠져나올 때 가능성이 열릴 것입니다.”

한승환 삼성SDS 인사팀 전무가 취업준비생에게 들려주는 조언이다. 한 전무는 “스펙보다는 스토리”를 강조했다.

지난 22일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열린 삼성 ‘열정락’ 콘서트 강사로 나선 한 전무는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스펙에 갇히지 않는다”며 “스펙을 찾아가는 길은 남의 길을 쫓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토리 안에 들어 있는 개인의 생명력.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기준을 모방한 스펙이 아닌 진짜 자신만이 갖고 있는 스토리가 있는 사람만이 자신의 가능성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전무는 자신의 스토리를 써 나가는 방법으로 일기를 추천했다. 한 전무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일기를 썼다. 일기 속에는 사춘기 시절의 방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한 전무는 고등학교 때 가출을 꿈꿨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평생 불효가 될까봐 집을 나가야 하는 이유를 장문의 편지로 아버지께 드렸다”며 “아버지와 껴안고 밤을 지새우며 공부 결심을 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스토리를 이렇게 일기에 담았다. 삼성에 입사한 한 전무는 “일기가 경쟁력을 키워주는 소중한 원천이 됐다”고 설명했다.

스토리를 만들어 나간 경험은 이후 삼성에서 ‘열린 인사’라는 채용 철학에 스토리를 부여하는 힘이 됐다. 그는 “삼성 신인사 혁신방향에 열린 채용이라는 새 인사의 컨셉을 담게 됐다”며 “그때 그 희열은 계속 차가운 물이 등을 스쳐가는 짜릿함이었다”고 강조했다.

삼성의 스토리를 강조한 열린 채용의 예로 그는 멤버십 프로그램을 들었다. 삼성은 개발 일을 공부하는 대학생 멤버십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면접을 거쳐 이곳에 모인 학생들은 2년 동안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일부는 삼성전자, 삼성SDS에 입사하기도 하고 또 몇몇은 창업의 길을 걷기도 한다.

기업이 필요한 인재는 이같이 스스로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통섭형 인간이지 스펙을 쫓아가는 ‘닫힌’ 인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삼성의 인재 채용도 꾸준한 변화를 거듭했다. 최근에는 통섭형 인재를 뽑기 위한 ‘SCSA’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6개월 동안의 교육과정과 평가를 거치면 삼성에 입사할 수 있는 제도다. 삼성SDS SCSA는 2천명 이상이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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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전무는 “취업의 본질은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계약을 주고받는 것”이라며 “회사는 한 사람의 가능성을 사는 일이고 개인은 취업을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파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회사는 현재 지원자가 무엇을 갖추고 있느냐보다는 이 후보자가 얼마나 어떻게 성장할 것이냐하는 가능성에 관심을 갖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