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만 있나, 우리도 스마트폰 있는데...
2인자들의 고민이 깊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 스마트폰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절반을 훌쩍 넘어선 가운데 LG전자, 팬택 등 경쟁업체들이 브랜드 인지도 올리기 전략에 고심 중이다.
LG전자나 팬택이 '브랜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달라진 스마트폰 시장 환경 때문이다. 최근 출시된 신작 스마트폰들의 사양이 대동소이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판매량에서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스마트폰 초창기만 해도 누가 먼저 최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프로세서를 탑재하는가는 주요한 마케팅 수단이었다. 하루라도 앞선 기술을 채택한 제품을 내놓는 것에 사활을 걸기도 했다.
상황은 올해들어 바뀌었다. 공개 순서대로 팬택 베가넘버6 풀HD와 LG 옵티머스G 프로, 삼성 갤럭시S4는 모두 400ppi 풀HD 디스플레이에, 안드로이드 젤리빈 운영체제,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갖췄다. 사양만 놓고보면 어느 제품이 더 좋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최근 들어 스마트폰들의 제품 간 사양 차이는 별로 없다며 브랜드가 판매량을 좌우하는 형태로 시장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최근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마케팅 전략이 공격적으로 바뀐 것도 이같은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삼성전자를 직접 겨냥한 광고나, 특허 소송 등도 일종의 효과적인 마케팅 방안으로 부각됐다.
눈에 띄는 곳은 LG전자다. 삼성과 LG는 동등한 경쟁 상대란 인식을 심기 위한 도발적 마케팅을 지속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퀘어에 걸린 갤럭시S4 광고판 위에 옵티머스G 광고를 설치한 것은 대표적 사례다. 끊임없이 갤럭시와 옵티머스를 비교하도록 소비자 인식 개선에 나선 것이다.
집중된 마케팅에 출시가 한 달된 옵티머스G 프로도 전작 대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한달간 옵티머스G 프로 개통량은 약 15만대 수준으로 추정된다. 일 평균 5천대씩 개통되고 있는 셈이다.
일명 '눈동자 인식 기술'로 알려진 스마트 스크롤·스마트 비디오 특허 선점 논란도 유사한 전략으로 읽힌다.
LG전자는 갤럭시S4의 핵심 기능인 스마트 스크롤과 유사한 특허를 LG전자가 먼저 출원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곧장 눈동자 관련 특허는 경쟁사보다 먼저 출원한 만큼 특허침해 여부를 확인해 볼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삼성이 LG와는 다른 특허라 선을 긋자 삼성이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면 출시시기하고 출원 공식 명칭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공세를 퍼부었다. 양사의 공방은 이틀간 계속해 언론 지면을 장식했다.특허 논란을 피하던 예전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지난 2년간 특허 소송을 이어가며 스마트폰 양강 체제를 구축한 것을 눈여겨 본 것으로 풀이된다. 적어도 '눈동자 인식 기술'에 있어선, 갤럭시S4와 함께 옵티머스G 프로가 같이 언급되는 상황을 만들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특허 소송을 진행하면서 스마트폰 양강 구도가 확실하게 심어진 측면이 있다며 다른 제조업체들도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특허 침해 논란도 마케팅 측면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선 처음으로 풀HD 스마트폰인 베가넘버6 풀HD를 선보인 팬택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팬택은 베가넘버6 출고가를 84만9천원으로 낮춰 잡았다. 저렴한 가격에 좋은 제품을 선보인다는 취지로,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나선 것이다.
삼성 갤럭시노트보다 화면 크기도 크다는 점도 종종 강조된다. 팬택이 국내서 제일 먼저 5인치대 스마트폰 시장을 열었고, 일명 '패블릿'으로 분류되는 6인치 시장도 가장 먼저 뛰어 들었다는 설명이다. 실제 국내 출시된 스마트폰 중 베가넘버6가 5.9인치로 가장 큰 화면을 제공한다.
인기 드라마 간접광고(PPL)도 적극 이용한다. '조인성-송혜교 폰'이란 입소문을 노렸다. 정부 보조금 규제가 강화되면, 상대적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제품 판매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판단에 다양한 마케팅 수단을 강구하고 있는 모습이다.
해외 스마트폰 업체의 경우엔 최고경영자가 직접 나서 독한 말로 주목받기도 한다. 한때 안드로이드 대표 주자로 분류되던 HTC도 삼성전자를 직접 겨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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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맥킨지 HTC 회장은 삼성 갤럭시S4 발표 행사 직후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프레젠테이션을 지켜보니, 삼성이 혁신보다는 마케팅에 더 많은 투자를 했다고 느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연극처럼 꾸며진 일부 무대를 놓고는 당황스러워 웃음을 터뜨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HTC는 갤럭시S4 발표회장 앞에서 'HTC 원'이라 적힌 과자 상자를 취재진에 나눠주는 도발적인 이벤트를 벌여 주목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