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S클라우드'를 만든다는 이야기는 이제 비밀도 아니지만 여전히 업계는 그 실체를 접하지 못했다. 그 준비는 몇년째 이어졌지만 통일된 움직임이 아니라 계열사간 몇몇 사업부마다 별도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중단하면서 상용화 수준까지 이르지 못한 듯하다.
S클라우드는 서버에 영화, 사진, 음악 등 콘텐츠를 두고 모바일기기 사용자가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에 내려받거나 스트리밍 방식으로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 환경으로 알려졌다. 구글, MS, 애플처럼 사용자에게 제공되는 온라인 저장공간을 통한 데이터 동기화 서비스도 포함해서다.
최근 삼성이 미국에서 투자한 NoSQL 벤처업체 투자 소식을 보면 여전히 모바일기기 사용자를 휘어잡을 멀티미디어콘텐츠 서비스 상용화를 꿈꾸는 모습이다. 여전히 사업부마다 제각각 진행되는 방식은 가능성만을 타진할 뿐 적극적인 투자와 로드맵 공개를 껄끄럽게 만드는 모양새다.
지난달초 삼성은 삼성벤처스아메리카펀드의 이름으로 미국 NoSQL 데이터베이스(DB) 전문업체 '클라우던트'에 확인되지 않은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삼성벤처스 서혁진 수석투자매니저는 투자 배경을 모바일기기, 사물통신(M2M), 만물인터넷(IoT)에서 만들어지는 데이터증식을 관리한다는 클라우던트 비전을 전략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업계 관심은 클라우던트의 기술 비전이 삼성의 사업과 어떻게 연결된 것인지에 쏠렸다. 통상적으로 NoSQL 기술 자체는 비정형데이터를 빠르고 저렴하게 저장하고 처리하는 용도라 빅데이터 플랫폼에 흔히 쓰인다. 하지만 이점만 놓고 삼성 빅데이터 프로젝트와 연결시키기엔 무리가 많다.
삼성의 빅데이터 프로젝트는 여러 상용솔루션 업체들을 불러다놓고 '테스트' 명목으로 다양한 하둡 개발 업무를 진행시키면서 제조설비 관련 고성능 분석결과를 확보하려는 수준이다. 이들을 놔두고 미국의 한 신생업체 기술에 핵심 생산 인프라에서 발생한 데이터 처리를 맡기려 했으리라 보긴 어렵다.
오히려 클라우던트의 전문성은 빅데이터 플랫폼보다 클라우드 서비스 목적에 특화돼 있다. 회사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 랙스페이스, 소프트레이어같은 전문업체 인프라형서비스(IaaS) 환경에서 돌아가는 NoSQL DB를 제공하는 사업을 해왔다.
■S클라우드, 여러 대안의 '최적 결과물'일까
클라우던트는 자사 기술이 클라우드 서비스기반 NoSQL DB를 제공해 개발자들이 인프라 운영부담을 없애고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집중케 해준다고 밝혔다. 지난해 아파치 오픈소스 기술 '카우치DB'를 MS 애저 환경에 올린 '빅카우치'를 내놓으며 제시한 장점을 보면 새로운 서비스 가동시 급증할 수 있는 접속량과 사용자 규모에 맞는 최적화 부담을 덜어 준다고 묘사됐다.
이는 곧 삼성이 수많은 단말기 사용자를 대상으로 외부 IaaS에 기반한 S클라우드를 서비스할 때 필요한 기술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적어도 3가지 이상의 클라우드 구현 시나리오를 구상했다. 애저나 AWS같은 외부 IaaS 기반 서비스가 그 중 하나다. 초기 S클라우드를 둘러싼 풍문이 무성할 때 삼성이 외부 인프라인 MS 애저나 신규 설비에 윈도서버와 시스템센터를 결합한 플랫폼을 써서 만들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왔다.
그 배경은 삼성이 이미 자체 서비스를 위해 지난 2011년말 MS 애저를 도입한 이력 탓으로 보인다. MS에 따르면 삼성은 윈도 애저를 구축하면서 스마트TV 서비스 인프라 일부를 통합 이전했고, 윈도폰 단말용 멀티미디어 메시지서비스를 통해 전세계 사용자에 날씨, 주식, 뉴스 등 실시간 정보 업데이트를 제공하는 환경을 갖췄다.
이에 별개로 삼성 무선사업부가 지난 2010년 삼성SDS에 의뢰해 '오픈스택' 기반의 클라우드아키텍처를 마련중이었다. 클라우드에 개인용 저장공간을 만들어 단말기 사용자가 사진, 영상,음악, 문서를 다루게 하면서, AWS를 쓸 때보다 저렴하게 콘텐츠를 저장하고 공유하고 동기화하는 인프라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 현재 계속되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이와 달리 소프트웨어(SW)사업을 총괄하는 미디어솔루션센터(MSC)도 자체 클라우드 구축 계획을 진행중이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말 새로 부임한 홍원표 MSC 사장의 입을 통해 취소됐음이 알려졌다. 이를 대신해 단말기별로 나뉜 콘텐츠, 서비스를 한데 모아 '삼성서비스플랫폼(SSP)'을 만든다는 소식이 나왔다.
■클라우던트에 투자한 진짜 이유는
SSP가 이름을 바꾼 S클라우드인지, 무선사업부와 삼성SDS의 S클라우드가 여전히 추진 중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통합된 인프라를 통해 모바일과 가전에 걸쳐 여러 단말기 사용자에게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서비스한다는 핵심은 살아 있다. 이는 온라인 공간에 사진, 음악, 영상같은 비정형데이터를 저장하고 각 단말기를 통한 사용자 환경에 일치시키는 데이터싱크 기술과 노하우를 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9월 갤럭시노트2 등장 직후 독일어판 설정메뉴에서 처음으로 'S클라우드(S Cloud)'라는 문구가 발견됐다. 메뉴에 사진과 영상 콘텐츠 동기화 설정을 포함했으며 드롭박스의 표준 파일 업로드, 삼성 계정을 통한 접속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도 삼성이 애플과 구글처럼 자체 플랫폼 단말기 가입자에게 계정과 저장공간을 제공하고, 일정과 연락처를 포함한 데이터 백업과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구상중이라면 클라우던트의 노하우가 요긴할 수 있다. 어쩌면 삼성이 투자하며 주목한 클라우던트의 역량도 이런 분야다. 다만 클라우던트의 존재감이나 삼성쪽이 사내 의지에 비례할 투자규모를 숨긴 태도는 상용화 기대를 떨어뜨린다.
18일 한 NoSQL 전문업체의 기술전문가 A 씨는 아무래도 삼성전자가 주목한 클라우던트의 전문성은 클라우드인프라와 모바일기기간의 데이터싱크(동기화) 같다면서 회사가 사업초기 클라우드 데이터싱크 기술로 NoSQL DB의 틈새시장을 공략하려다 큰 성과는 내지 못했던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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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삼성전자 관계자는 회사가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한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는 사실만 인정했다. 상용화가 임박했다는 암시를 담았지만 구체적인 추진 이력이나 벤처업체 인수 및 투자와 관련된 질의에 답하진 않았다.
S클라우드든 SSP든, 삼성이 단말기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 플랫폼을 통합하려는 행보는 물밑에서 이어진다. 최근 타이젠같은 자체 모바일OS 상용화 의지를 불태운 만큼, 클라우드 역시 자체 플랫폼 도입이 목표일 것이다. 어쩌면 새로 선보인 멀티미디어콘텐츠서비스 '삼성허브(Hub)'가 S클라우드의 일부로 연결될지 모를 일이다. 삼성이 여러 대안 가운데 최적 '결과물'을 뽑으려는 습성을 버린다면 어렵지 않은 선택이다.